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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교육에 쓰러진 아이들..."부끄럽습니다"
대구 교사.학부모 3보1배 / 초등학생도 0교시라니..."공교육 황폐화, 일제고사 폐지"
2012년 06월 26일 (화) 18:05:49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or.kr

대구 동구 신암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지난 2008년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 된 이후 2012년 6월 현재까지 초등 6학년을 상대로 '0교시'를 도입해 아침 8시까지 등교시간을 당겼다. 게다가, 문제집 풀이를 위해 점심시간도 반으로 줄였고, 문제집을 다 못 풀거나 지정 점수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방과 후 4-5시까지 보충학습을 시킨다. 그리고, 일제고사 기간이 다가오면 교과서보다 문제집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게 한다. 

또, 이 학교 5학년들은 일제고사 기간이면 교실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교사들이 "복도에서 떠들면 언니, 오빠들이 시험을 못 친다"고 야단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 홍모씨는 "6학년 교실이 고3 교실같다"며 "5학년 아이들은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 대구 수성구 수성로 도로에서 "일제고사 폐지" 피켓을 들고 3보1배 행진 뒤를 따르는 시민들(2012.6.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제고사 기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남매도 있다. 권희주(이곡동.고2)양과 권형조(이곡동.고1)군은 각각 중학생과 초등학생 때부터 매년 학기 초가 되면 "일제고사를 치는 대신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담임선생님께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시험을 '강제'했다. 결과적으로 매년 형조군은 시험 당일이 되면 학교를 가지 않았고, 희주양은 시험을 치는 대신 답안지에 1-5번까지 차례대로 답을 찍었다. 남매의 어머니인 김영미(이곡동.학부모)씨는 "아이들과 학교를 차례대로 줄 세우는 게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일제고사 기간만 되면 두 아이뿐만 아니라 나까지 고통스럽다"고 했다.

   
▲ 대구지역 교사와 학부모들이 26일 전국에서 시행된 "일제고사를 반대"하고 잇따른 "대구지역 청소년 자살을 통감"하기 위해 아스팔트 바닥에서 '3보1배'를 하고 있다(2012.6.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교사와 학부모들이 2.4km 거리의 아스팔트 바닥에 이마와 손바닥, 무릎을 맞대고 '3보1배'를 했다. 6월 26일 전국에서 시행된 "일제고사를 반대"하고 잇따른 "대구지역 청소년 자살을 통감"하기 위해서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일제고사를반대하는 대구교육시민연대'는 6월 26일 오전 노조.야당.시민단체 인사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와 아이들 살리기 3보1배 투쟁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고사 폐지"와 "참교육실현"을 촉구하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대구백화점까지 3보1배 행진을 했다.

   
▲ 전교조 대구지부와 '일제고사를반대하는 대구교육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고사 폐지"와 "참교육실현"을 촉구했다(2012.6.26.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따라,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강성규 성서고 국어교사, 박영수 와룡고 국어교사, 박성애 해직교사, 김광미 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교사와 학부모가 오후 4시까지 3보1배에 참여했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20여명도 이들과 함께 시교육청 앞에서 봉산육거리, 반월당네거리, 동성로를 거쳐 대구백화점까지 도보 행진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제고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학생, 교사, 학교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며 "성적 비관과 시험 공포로 목숨을 끊는 어린 학생들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죽어간 어린 영혼들에게 죄책감을 가지며 치열한 경쟁의 소산인 학교폭력에 쓰러진 학생들에게도 머리 숙여 미안하다"며 ▷일제고사 폐지, ▷일제고사 대체 프로그램 제공, ▷교육자치 실현, ▷공교육 정상화,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아이들 죽음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촉구했다.

   
▲ 이날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강성규 성서고 국어교사, 박영수 와룡고 국어교사, 박성애 해직교사, 김광미 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교사와 학부모가 5시간가량 3보1배에 참여했다(2012.6.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지난 2011년 12월 20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중학교 2학년 권모(14)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올 6월까지 6개월 동안 모두 10명의 학생이 대구에서 자살을 기도해 8명이 숨졌던 점을 얘기하며 "이는 곧 대구지역의 일제고사를 비롯한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선생님들이 먼저 반성한다"며 "더 이상 희생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제고사를 전국 시.도 교육청에 강제해 전국 초등 6학년, 중등 3학년, 고등 2학년을 대상으로 5년째 치렀던 점을 언급하며 "시교육청은 교육자치 정신을 버리고 교과부의 교육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생을 위한 당일 대체 프로그램의 부재에 대해서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거나 최소한의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김광미 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함철호 인권연대대표,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2012.6.26.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광미 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들의 행위가 조금이라도 시교육청의 반성과 학부모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고,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일제고사는 5년 동안 '학습실태 표집'만이 아닌 '평가 결과 공시'를 통해 '학교 서열화'와 '학생 사이 경쟁심'을 부추겨 학생들을 성적지상주의로 몰고 갔다"며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치열한 경쟁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함철호 인권연대대표는 "신뢰를 잃은 군주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대구에서 6개월 동안 8명의 아이들이 자살했지만 입을 다물고 책임지지 않는 대구시교육청과 교육감은 스스로 신뢰를 잃었으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우동기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더 이상 신뢰할 수도 방치할 수도 없다"며 "학부모들과 교사, 시민들이 성찰하고 고민해 무너지는 대구 교육을 바로 잡자"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대구시당도 26일 논평을 내고 "일제고사 중단하고, 교육정책 실패한 우동기 교육감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난 17일과 23일 2.28기념공원과 대구 중심가 거리에서 대구 시민을 대상으로 "일제고사 반대" 길거리 홍보를 했고, 이번 주 안으로 시교육청에 '진정서'도 접수할 예정이다.

   
▲ 이날 3보1배는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봉산육거리, 반월당네거리, 동성로를 거쳐 대구백화점까지 진행됐다(2012.6.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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