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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고담시티인가?
[이정우 칼럼] "보수성 폐쇄성 배타성, 대구 시민들이 심기일전해야"
2012년 05월 14일 (월) 10:03:45 평화뉴스 pnnews@pn.or.kr

  지난 연말 대구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어느 중학생이 유서를 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그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뒤 지금까지 대구에서 학교 폭력이나 성적 비관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학생이 9명이나 되고, 그 중 7명이 세상을 떠났다. 자살이 마치 전염병처럼 확산되면서 가까운 사람의 자살을 보고 충격을 받아 모방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은 며칠 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생명존중 풍토를 조성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우교육감 말에 따르면 대구시의 학생 자살 비율은 숫적으로는 전국적으로 높은 것은 아닌데, 지난 연말부터 터진 몇 건의 연쇄 자살 사건이 대구의 이미지를 학생 자살 도시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아마 그 말은 맞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대구가 전국 평균에 비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근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학생 자살 사건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는 것이 한창 재미있고, 미래를 향한 희망에 불타야 할 꽃 같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이 세상을 등진다고 하는 것만큼 슬프고 엄청난 사건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유서를 품에 안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어린 학생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구는 고담시티인가 하는 논쟁이 몇년 전 신문지상을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 논쟁은 본격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잠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이번 학생들의 연쇄 자살사건을 보니 다시 고담시티가 생각난다.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범죄와 부패, 몰염치의 추악한 도시가 고담시티(고담이란 단어는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를 합성한 말이라고 한다)다. 영화는 고담시티에 경찰을 우롱하는 막강한 악당 패거리가 등장해서 도시를 공포 분위기로 몰고 가지만 결국은 정의의 사도 배트맨에 의해 퇴치되고 만다는 권선징악적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의 범죄건수가 과연 높은가를 보면 그렇지 않다. 통계적으로 대구의 범죄건수는 전국 평균을 밑돈다. 그런데도 대구가 고담시티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대구시민으로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왜 이렇게 됐느냐 하면 가스 폭발사고, 지하철 참사, 대형 화재 등 충격적인 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대구의 이미지가 마치 사건, 사고가 많은 도시인 것처럼 형성된 것 같다. 통계적으로는 대구가 특별히 나쁘지 않는데도 전국적으로 나쁜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점에서 학생 자살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대학 입시가 학생들에게 주는 중압감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다. 매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특히 대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 그것도 일류대 입학에만 치중하는 편향된 교육이 관행처럼 되어 있어서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나는 10여년 전 대구 시내 어느 중학교의 학교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대구 시내 모든 학교 운영위원들을 모아놓고 대구시 교육감이 연설을 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일이 있다. 이 교육감은 오로지 서울대에 몇 명 입학하느냐 라는 목표밖에는 모른다고 소문이 나 있던 사람이다. 교육감이 연설을 하면서 자기는 업무가 너무 바빠서 손톱을 한 번에 다 깎지 못하고 나누어 깎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이야기는 너무 황당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만큼 자기 업무가 바쁘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는 명백히 심한 과장이요 거짓말이다. 아마 세계에서 제일 바쁜 미국 대통령도 손톱을 나누어 깎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교육감이 오로지 대구 학생들을 서울대에 한명이라도 더 입학시킨다는 단일 목표를 향해 손톱 깎을 시간조차 없이 하루 24시간을 매진했다는 것, 이것은 대구 교육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켰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무슨 인성 교육, 참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이런 분위기가 학생들을 더욱 자살로 몰고 가는 게 아닌가.

  대구가 억울하게도 고담시티란 별명을 갖게 된 것은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극성 교육감 탓도 크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구의 전반적 분위기,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때 대구는 자랑스럽게도 전국에서 으뜸가는 진보의 도시, 야당도시였으나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의 아성이 된지 오래다. 대구의 보수성, 폐쇄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총선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와 비교되는 부산은 야당 지지율이 40%를 넘었으나(비록 의석수는 약소했지만), 대구는 20%를 약간 넘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이라면 지난 번 총선에 비해서는 야당이 크게 약진한 점이라고나 할까.

  외지 출신이 대구에서 살면서 느끼는 답답함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인 듯하다. 몇 년 전 대구의 어느 서점에서 주인 아주머니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외지에서 대구로 시집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아주머니 말인즉 대구에 시집와서 처음 몇 년간은 많이 울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20년 넘게 대구에 살다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체념하고 그냥 살아가는데, 처음에는 대구 사람들의 배타성 때문에 많은 설움을 당했다고 한다.

  내가 만난 또 다른 가게 아주머니도 외지에서 대구로 시집을 온 사람이다. 그 아주머니 말인즉, 평소에는 잊고 그냥 살아가는데, 선거 때만 오면 화가 나서 대구를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말뚝만 꽂아놓아도 당선되는 여당 일색의 정치풍토를 개탄하는 말이다. 대구 사람들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두 분 아주머니는 힘주어 말하는데, 나는 대구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대구가 고담시티란 억울한 별명을 떼고, 과거 그랬던 것처럼 진보와 포용의 고장이 되도록 대구 시민들이 심기일전해야겠다.

   





[이정우 칼럼 4]
이정우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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