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의자'에 앉을 힐링대통령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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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아파하는지...권력과 제도가 상처 치유해야"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는 ‘생각하는 의자’라는 게 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때를 쓸 때도 있고, 화가 가득차 있을 때도 있으며, 엄마와의 약속을 어길 때도 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부모가 아이를 매로 다스리지 않고 최대한의 인내로 버티며 아이를 진정시킨 다음,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생각하는 의자’에 앉힌다. 그동안 아이의 말과 행동 때문에 감정이 격해진 부모도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진정이 된 다음 아이가 생각한 것에 대해 말하게 하고 부모는 아이의 말을 주의 깊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화해간다. 생각하는 의자의 형식이 아닌 내용을 잘 취하면 생각하는 의자는 장식품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의 성장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돌아보고 나름의 아픔과 분노에 대해 부모와 터놓고 말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감정을 공유하고 지지받고 또 치유해가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이다.

 ‘생각하는 의자’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는 아이들에 비해 어른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소통’을 강조하고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지만 아직까지도 곳곳에 수직적 위계질서가 있는 상황에서 일반 ‘성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부당한 것에 대한 ‘상처’와 ‘분노’는 쌓여만 간다. 대체로 사회적 약자 부하직원 어린세대 등이 그런 경우다. 업무와 생계 스트레스와 함께 인간관계속에서 쌓여가는 다양한 종류의 ‘상처’들은 치유하거나 치료받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식과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게 되고 어떤 식으로든 표출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어도 가까운 사람에게 내는 짜증과 불현듯 치밀어 오르는 분노 등이 그런 것이다. 이렇게도 표출하지 않는 사람은 오롯이 스스로가 감정을 통제해야 하고 그 용량의 값은 커져간다.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을 보기 힘들고 그 만큼 ‘힐링’과 ‘멘토’가 유행병처럼 퍼져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공감’의 무게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 마음과 정신이 아프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은 아프고 다치고 절망하고 좌절한다. ‘용기’와 ‘희망’보다 ‘위로’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은 상처니 위로니 하는 말도 사치라고 느끼며 ‘입금’과 ‘현금’이 더욱 절박하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범위도 좁거니와 알콩달콩 부대껴가면서 화해도 하며 문제를 풀어가지만, 국가권력과 거대자본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아픔과 상처는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 4년. 사회적 갈등의 조정자가 되어야 할 정부가 곳곳에서 갈등의 주체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아파했다. 대표적인 예가 쌍용자동차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시 공권력이 보여준 인간 이하의 진압작전, 그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22명이 돌아가셨다. 정신과 의사이자 마인드 프리즘 대표인 정혜신은 “일반적으로 정리해고는 한 인간이 무리에서 배제되는 치명적인 경험”이라며 “어떤 삶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할 때 무수한 폭력이 저질러진다”고 한다. 안 해본 것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와 거대자본의 ‘분배 없는 성장’과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고통전가’가 수많은 노동자들을 무리로부터 배제시켰고 이로 인한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것이다.

<한겨레> 2009년 8월 6일자 1면 / <한국일보> 2012년 4월 6일자 10면(사회)
<한겨레> 2009년 8월 6일자 1면 / <한국일보> 2012년 4월 6일자 10면(사회)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이클 샌델 교수와 함께 쌍용자동차 노동자 추모 분향소에 찾아간 것은 이 소식을 접한 여러 사람들에게 흐뭇한 웃음을 짓게 했다. 정의의 상징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와 함께간 박원순 시장님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아픔에 함께 해 준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느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반값등록금 실행, 지하철 해고자 복직, 잡상인을 이동상인으로 명칭변경 등의 정책은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 해고의 경험이 있는 노동가족들, 그동안 잡상인으로 무시받으며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도 간접적 ‘힐링’인 것이다. 사람으로 존중받는다는 것,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여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것이 정치여야 함을 보여준 것이다.

 며칠 전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 넘어섰다. 언론은 2만 달러 5000만 인구 이른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고 떠들어댔다. 자연적인 인구의 증가에 야구용어같은 20-50클럽을 같다 붙이고 우리나라가 뭔가 대단한 나라라는 ‘착각’을 심어준 것이다. 언론이라면 소득 20,000달러가 제대로 분배되고 있는지 5,000만의 인구는 얼마나 행복한 지 분석해야 했다. 다른 수치를 보자. 2010년 한 해 동안에 우리나라에서는 1만5566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매일 42.6명이 자살한 것이다. 자살률은 10만 명당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고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3배에 육박한다고 한다. 중·고생 10명 중 2명은 술을 마시고, 10명 중 7명은 학교와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하고,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 사이에 한 번 이상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0명 중 1명은 인터넷에 중독됐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2년 연속 '자살'이다. 안타까운 이 통계가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초상이다. 20-50클럽에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고 자랑할 때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이 통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겐 개인의 힐링과 멘토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국가적인 힐링이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힐링대통령’이다. 권력과 제도가 국민들이 가진 지난 상처를 치유해주어야 하고 새로운 상처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의 국가권력의 오남용 또는 잘못된 제도와 국가정책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제와 차별의 정책이 아닌 상생과 평등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1%를 존중하고 99%를 배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체벌하지 않고 기꺼이 스스로가 먼저 성찰의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99%를 존중하는 대통령을 간절히 소망한다.





[오택진 칼럼] 6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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