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나는 꼼수다와 똑똑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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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민의 외면한 정치와 언론권력, 시민은 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중년의 네 남자가 2040세대를 뒤 흔들고 있다. 지난 4월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국내최초 가카헌정방송으로 시작한 [나는꼼수다]는 순식간에 팟 캐스트 세계 1위를 자랑하고 1회 다운로드 횟수가 600만을 상회하는 영향력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매주 주제를 정해 꼼꼼한 수다를 떠는 네 남자의 웃음소리는 사람들의 귓가에 앵앵거린다. 처음에 한 시간 남짓 하던 방송이 ‘재미있다’ ‘시원하다’ ‘통쾌하다’ ‘욕도한다’ ‘웃음소리가 섹시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돌았고 이제 세 시간을 넘기는 특집방송도 지루해하지 않으며 잠자리에서 버스에서 듣고 있다. 나는 꼼수다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4년 동안 언론환경은 바뀌었다. MB는 방송3사 사장들을 친MB인사로 임명하였고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방송사들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졌다. [보도지침], [땡전뉴스]같은 무식한 언론통제는 아니지만 미디어관련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또한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등의 소셜테이너 방송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시사프로그램의 양과 질이 떨어졌고 광우병관련 방송으로 [PD수첩] PD와 작가를 법정으로 몰고 가는 초유의 상황이 이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중들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정론직필 비판의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출발한 [나는꼼수다]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동안도 한겨레 경향과 인터넷 언론들이 있었지만 [나는꼼수다]는 신문과 컴퓨터 화면으로 활자화된 지면을 읽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꼼꼼한 수다에 담겨 있는 감정전달능력은 지면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단순한 뉴스보도가 아닌 주제를 가진 알짜배기 심층분석에 사람들은 대나무 밭에서 ‘진실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나는 꼼수다>
©<나는 꼼수다>
가카의 몰랐던 진실을 밝히고 때론 가카를 까면서 가카헌정방송이라고 하는 [나는꼼수다]의 독설, 풍자, 치고빠지기는 기존 언론의 답답함에 질식해있던 2040세대들을 열광케 했다. 김 어준의 통찰력과 ‘쫄지마’로 대표되는 용기, 정봉주의 ‘깔때기’ 유머를 통해 보이는 경박함, 내곡동 사저사건을 특종잡은 주진우의 기자정신, 편집의 달인 김용민. 이 네 사람의 실력과 완벽한 조화는 근엄한 언론과 무거운 정치얘기를 해체하고, 지치고 좌절해있는 2040세대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위로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언론인의 입장에서 방송을 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으로 쫄지 않고 분노할 것에 분노하고 까발릴 것을 까발렸다. 청취자는 그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강하게 가지게 된 것이다.

 나는꼼수다의 4인방보다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지금도 내노라 하는 지식인들이 곳곳에서 ‘정의의 펜’을 들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는꼼수다가 똑똑하고 훌륭해서 듣는 것이 아니다. 진실이 실종되고 자유가 제한된 시대에 그들은 통쾌하게 비웃었고 영리하게 얘기했고 각오하고 까발렸다. 아무도 그렇게 한 사람은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디지털 시대의 시민은 과거의 진실이 왜곡당하고 사실보도가 통제되었던 시절의 시민과는 다르다. 여전히 정보전달과 접근에서 제한성과 왜곡이 남아 있지만 80년대 군사독재정권 당시의 상황까지는 아니다. 인터넷이 열리면서 정보의 독점시대는 끝이 났다. 여전히 국가기밀, 기업비밀문서는 일반인이 열람하지 못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자료는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위키리크스까지 등장한 마당에 정보의 독점과 영원한 비밀은 사실상 없어진 것이다. 5.18민중항쟁이 무엇인지 6.15공동선언이 무엇인지, 한미FTA의 찬성과 반대입장을 검색을 통해서 손쉽게 알 수 있다. 누구든지 읽을 수 있고 누구든지 볼 수 있고 누구든지 쓸 수 있다. 내 집 책상 앞에서 세계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온지 10년이 지났고 이제 SNS등을 통한 1인 미디어로 세상에 대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대가왔다.

 전문가집단보다 더 똑똑한 시민, 시민단체보다 더 투사적인 시민 등 곳곳에 뛰어난 개인들이 출현했다. 이들은 집단지성 집단실천으로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실천현장을 공유하고 정서를 공유하며 연대하고 있다. 팀을 이뤄 골방에서 사회과학서적을 보며 선배가 지도하는 ‘투사’형 운동가 시절의 선각자 운동은 사라졌고, 깨어있고 행동하는 대중이 광장에 진출하고 있다. 손으로 쓴 피켓대신 스마트 폰 태블릿 PC 어플리케이션으로 피켓을 대신하고 물대포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한진중공업, 제주강정마을, 여의도 국회 앞 어디든 스스로 동원한다. 누구도 어떤 이론도 비판의 대상이 되며 논쟁의 주제가 된다.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서로 이권을 챙겨먹기 바쁘고, 거대언론이 권력화된 상황에서 나는꼼수다의 등장과 똑똑한 시민들의 확산은 정확히 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을 소외시킨 정치와 민의를 쫓지 않는 언론에게 ‘나는꼼수다’와 ‘똑똑한 시민들’이 2012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오택진 칼럼] 2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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