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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에 갇힌 물길, '낙동강'을 할퀴다
[르포] <4대강> 달성보.합천보 / 무너지고 파이고, 농경지까지 피해..."장마철 큰 위험"
2012년 07월 12일 (목) 16:32:2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or.kr

   
▲ 낙동강 '달성보' 하류 제방. 높이 2m, 길이 100여m가 넘는 침식현상 발생(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대강 사업 구간 '낙동강' 공사현장 피해는 심각했다. 제방은 무너지고, 강바닥은 파이고, 농가는 침수까지 됐다. 이제 막 장마가 시작됐는데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7월 11일 아침.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함께 4대강 사업 구간인 낙동강 현장 답사 길에 나섰다. 이날 답사는 달성보→합천창녕보→고령군 우곡면 연리들 배수로→고령군 우곡면 포1리 농경지 순으로 이어졌고,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과 이석우 하천조사팀장을 포함한 9명의 일행이 함께 했다. 

빗길을 뚫고 도착한 달성보와 합천창녕보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이날 경북과 경남지역에 시간당 30mm가량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이 곳 공사장에도 많은 비가 내렸지만, 공사장 인부들과 레미콘, 크레인, 굴삭기는 보강공사를 멈추지 않았다. 작년 말 개방식 이후, 보 주변 세굴(강바닥이 파이는 현상), 하류 제방 옹벽 침식.침하, 둔치 일부 누수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합천창녕보 하류 제방 보수공사 현장(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보'에 갇힌 물길...제방을 할퀴다

빗방울이 약해진 오전 11시쯤 낙동강 22공구 '달성보'에 도착했다. 이 보는 달성군 논공읍 하리와 경북 고령군 개진면 인안리를 잇는 길이 580m, 높이 9.5m의 다기능보로 강정고령보와 합천창녕보 사이에 있다. 발주기관은 한국수자원 공사고 현대건설이 턴키(Turn-key)방식으로 설계와 시공을 일괄적으로 진행했으며, 보 주변 제방과 둔치에는 각각 인공 생태공원과 습지, 자전거 길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이날 모습을 드러낸 달성보는 준공식을 한 달 앞뒀다고 하기에는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저장하기 위해 설치된 달성보 제방은 90도 경사를 이루며 붉은 토사를 드러내고 있었고, 강물의 작은충격에도 뿌연 흙탕물을 보이며 쉽게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하류 제방은 높이 2m, 길이 100여m가 넘는 침식현상을 보이며 맨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7월 초 40mm의 비가 내리자 '보'에 갇힌 물길이 수문을 통과하며 유속이 빨라져 제방을 할퀸 것이다.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라면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100mm가 넘는 비가 내릴 텐데 보강공사로 안전을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 달성보 수문 아래 연결된 시멘트 옹벽의 균열로 오른쪽 옹벽이 15mm가량 아래로 내려앉아 왼쪽과 20mm가량 벌어졌다. 오른쪽 균열 위의 우드락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갈라진 옹벽 "강바닥이 파이고 있다"

무너진 제방을 따라 위로 올라가자 달성보와 연결된 시멘트 옹벽이 나타났다. 이 옹벽은 수문 바로 아래 보와 연결된 것으로 수압을 견뎌야 하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그러나, 옹벽에는 선명한 균열이 생겨 작은 시멘트 부스러기가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균열 선을 중심으로 오른쪽 옹벽이 15mm가량 아래로 내려앉아 왼쪽과 20mm가량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옹벽 균열은 지반 침하 증거"라며 "이미 달성보 강바닥 세굴은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보의 세굴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건축방식에 있다. 보는 댐과 달리 강바닥 암석층에 파일(기둥)을 박는 방식이 아닌 암석층 위 모래층에 파일을 세워 건축한다. 이 때문에, 파일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래와 바닥보호공이 세굴현상으로 파이게 되면 보 기둥 자체가 위험하게 된다. 그래서, 수자원공사는 토목섬유 자루를 하천 바닥에 깔아 그 안에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을 채우는 '토목섬유충진공법'을 대책으로 내놨다. 실제로 이날 합천창녕보에서는 레미콘이 콘크리트를 강물에 쏟아 부으며 보완공사를 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합청창녕보에 세굴현상 보완공사 '토목섬유충진공법'...(오른쪽) 인부들이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을 채우는 장면,(왼쪽) 잠수부들은 바지선과 강 속에서 콘크리트 주입을 돕고 있다(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이 대책에는 시멘트 독성화학물질이 그대로 강물에 방류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저장 저류용량만 5천6백만t에 이르는 달성보 안전을 시멘트 자루에만 맡기기에는 불안해 보였다.     

도로 아래까지 깍여나가..."물의 습성 고려하지 않은 결과"

이 뿐만이 아니다. 달성보 제방을 따라 더 아래 하류로 내려오면 건너편 국도와 연결된 제방에서 5m이상의 침식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지점은 강줄기가 구부러지는 공격사면(Cut Bank)으로 침식작용은 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또, 굽이치는 강줄기가 한쪽을 침식시키고 반대쪽에 퇴적사면(Ponit Bar)등 범람원을 만드는 것은 '물의 습성'이다.

그러나, 달성보 하류 공격사면에는 다른 어떤 안전장치 없이 모래 제방만 설치돼 있었고, 퇴적사면에는 인공 생태공원과 습지가 조성돼 위험천만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진국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환경지질학 박사는 "물은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흐른다"며 "지금 제방 형태는 물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보에 있는 저장량과 장마철 비가 합쳐지면 국도는 물론 옹벽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5m이상의 침식 흔적이 나타난 달성보 제방 하류의 공격사면...국도와 연결된 지점(2012.7.4) / 사진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어, 달성보 답사를 마치고 차로 1시간쯤 달려 낙동강 20공구 '합천창녕보'로 향했다. 합천창녕보는 길이 330m, 높이 9m로 달성보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경남 창녕군 이방면 등림리와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를 잇는 공도교, 물고기들이 다니는 어도가 눈에 띄는 곳이다. 합천창녕보 설계.시공은 턴키방식으로 SK건설이 맡았고, 나머지 부분은 달성보와 같다.

'합천창녕보' 둔치도 파이고, 함몰되고,누수현상까지...


특히, 이날 오후 합천창녕보에 도착했을 때 보 위 공도교는 공사에 동원된 크레인과 레미콘, 인부들로 복잡했다. 다리 위 레미콘은 강물로 콘크리트를 주입하고 있었고, 다리 아래 바지선 잠수부들은 강 속에서 주입을 돕고 있었다. 이 밖에도 시멘트 덩어리들과 세굴을 막기 위한 섬유매트리스, 모래자루가 다리 위에 방치돼 있었다. 이들은 강바닥 세굴을 막기 위한 '토목섬유충진공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합천창녕보 공도교에 방치된 시멘트 덩어리들, 세굴현상 방지 섬유매트리스, 모래자루(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합천창녕보에서도 세굴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방 옹벽 균열로 세굴을 의심할 수 있었던 달성보와 달리 합천창녕보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지난 7일 보의 좌안(왼쪽) 가장자리 시멘트 둔치 옹벽에서 침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 둔치는 첫 번째 수문과 연결돼 있고 강물이 처음 부딪치는 공격사면이기 때문에 돌망태에 묶여 비교적 단단하게 설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수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당시 이 사실을 발견한 이석우 하천조사팀장은 "애초에 돌망태로 물이 스며들어 둔치가 함몰되고 있었다"며 "물이 줄줄 새는 정도가 아니라 폭포수같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고 했고, "보와 둔치가 만나는 경계 부분이 가장 취약한 부분인데 누수가 생기면 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1일에는 누수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누수가 일어났던 둔치 아래 다른 지점과 달리 섬유매트리스가 깔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오른쪽) 지난 7월 7일 합천창녕보 좌안 가장자리 시멘트 둔치 옹벽에서 돌망태를 뚫고 침수 발생 / 사진 출처. 대구환경운동연합...(왼쪽) 11일 누수현상이 보이지 않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후, 공도교 위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잦아들었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졌다. 우산을 차에 두고 내려 수첩에 적힌 글씨들이 번지고, 카메라에 빗방울이 튀기 시작했다. 취재를 멈추고 차로 달렸다. 빗발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아쉽지만 합천창녕보에서 대구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도 '속수무책'

차로 한 참 빗길을 달리던 중, 이석우 하천조사팀장이 고령군 우곡면 연리들 배수로 근처에서 차를 멈췄다. 우곡교 아래 배수로에서 '침식'된 곳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4대강 자전거길이 이어지던 작은 다리가 있는 곳으로 교각 하류는 이미 침식이 진행돼 토사가 유실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특히, 배수로에서는 4대강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거슬러 올라온 강물로 '역행침식'이 나타났다.

   
▲ 고령군 우곡면 연리들 배수로 근처의 '역행침식'(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밖에, 4대강 사업으로 농촌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고령군 포1리에서 농사를 짓는 곽상수(44)씨 고구마 밭은 이날 오후가 되자 고랑마다 물웅덩이가 생겼다. 반면, 밭 옆 농수로는 폭우가 쏟아져도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내리기만 했다.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농경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낙동강에서 파낸 모래들을 인근 농경지에 매립하며 3m가량 농경지를 높인 뒤 일어난 문제였다.

새로 쌓은 모래 때문에 오히려 농경지는 배수 기능을 상실했고, 당시 농어촌공사가 설치한 농수로는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길보다 높은 곳에 있어 물을 가둘 수도 없게 됐다. 곽씨는 "4대강이 다 무슨 소용이냐, 농부가 물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됐는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 4대강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고령군 포1리 곽상수(44)씨의 고구마 밭에 물웅덩이가 생겼다(2012.7.1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달성보 둔치에서 '낙동강 홍수피해 대책마련' 기자회견을 갖고 "가뭄해소, 홍수방지, 생태계보전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했다는 정부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낙동강 8개 보 순차적 해체, ▷보 수문 개방 통해 낙동강을 영원히 흐르게 하라고 촉구했다. 

돌아오는 길, 빗발은 더 거세졌다. 낙동강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낙동강 홍수피해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2012.7.11.달성보 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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