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코미디, '법치'에서 언론 파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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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MB정부 내내 동조 내지 묵인, 박근혜는 침묵의 코미디?"


정치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의 말을 들으면 저절로 웃게 된다. 각본도 연습도 없는데 개그콘서트보다 더 우습다. 6월 이후 한 달 남짓 우리를 웃겨준 정치 코미디를 복습해보자.

이명박 정부가 분위기 잡고

사실 이명박 정부는 코미디 제작소다. 취임 초부터 ‘법치’를 강조하면서 ‘떼쓰는 민초를 법으로’ 다스려왔다. 법치란 권력자가 법을 지키라는 원리인데 묘하게 뒤집어 버리니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밖에 4대강 살리기, 공정사회, 국격 등도 의미 뒤집기 사례로 교과서에 실릴 만하다. 정권이 분위기를 잡아주기 때문인지 최근에도 역시 정부와 여당 쪽에서 우리를 웃겨 준 일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웃긴다. 이 정권은 공권력의 사유화, 민간인 사찰, 표현의 자유 억압, 인권 탄압 등 민주주의를 부정한 일이 많았다. 추념사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연말 대선에서 국민은 현 집권세력과 새누리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사저와 관련된 청와대의 해명도 웃긴다. “사저 땅값은 싸게, 경호동 땅값은 높게 계산해 시형 씨가 6억 내지 8억 원의 이익을 봤다”고 검찰이 발표했는데, 청와대는 “사저가 들어서서 발생하는 주변 개발이익을 국가가 모두 챙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이웃 사람이 자기 집을 짓는 바람에 내 땅값이 오르면 집 지은 사람에게 내 땅값 상승분을 주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정말 양심적인 변명이다. 그런데 부동산의 달인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살아왔나? 오히려 사회가 만들어낸 개발이익을 자신이 차지하지 않았나?

박근혜, 이한구 의원도 거든다


박근혜 의원도 빠지지 않았다. “국가관을 의심받고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겨냥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쿠데타는 반국가적인 범죄다. 5.16만 빼고’가 박근혜 의원의 국가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웃기는 일이다.

대선 출마 선언에서는 "맞춤형 복지", "경제 민주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세웠다. 그런데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줄푸세’를 외쳤던 사람이고, 복지를 매도하고 재벌을 비호하고 99%의 꿈을 외면해온 이명박 정부 내내 동조 내지 묵인으로 일관했던 사람이다. 자신의 과거 행적과 다른 공약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없다면, 이건 침묵의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이한구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언론 파업을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치권이 나서지 않겠다고 하였다. 문화방송의 경우 형식적인 사장 임명권은 문화방송 지배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가지고 있지만, 김우룡 전 이사장이 증언했듯이 현재의 김재철 사장은 실질적으로 청와대의 입김에 따라 임명되었다. 이한구 의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나를 웃기는지?

김재철 씨는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의중대로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피디와 기자를 인사 조치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예능인을 몰아내었다. 그래서 MBC 노조가 파업을 하는 건데, 정치가 만들어낸 문제를 정치가 나서서 풀지 않으면 누가 푸나? 그런데 박근혜 의원은 한 술 더 떠서 문화방송 파업은 노사 간에 알아서 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아예 정치와는 무관한 단순한 노사 갈등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웃기는 정도와 권력의 크기는 비례하는 모양이다.

내 일처럼 생각하면 못 웃는다


웃음이 나오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우리의 상식적인 기대를 깨뜨린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상식적인 기대가 깨질 때 슬픔이나 불안 대신 웃음이 나오려면 그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되어야 한다. 남이 빙판에서 넘어지면 웃지만 자신이 넘어지면 못 웃는 것과 같다. 설혹 자신의 일이라고 해도 남의 일처럼 객관화할 수 있을 때라야 웃음이 나온다.

일전에 페이스북을 보니, 김사열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MBC와 대구MBC 문제[에서] 국격을 고려하지 않는 비루한 'MB씨 정권'을 낱낱이 보게 됩니다! 안타깝고 서글프고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뜻있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김사열 교수는 웃지 않고 오히려 눈물이 난다는 것이다. 공공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감정이입!

그러고 보니 정치를 코미디라며 웃는 필자는 수준 미달이다. 아, 그런데 문화방송 <PD수첩>의 최승호 PD가 파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우석, 검찰과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 문제작을 많이 만든 최승호는 경북대 행정학과 80학번으로 필자의 제자다. 선생이 제대로 못 가르쳐도 스스로 훌륭하게 크는 제자가 있다고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웃음기가 사라진다. “야! 안 돼~”.






[김윤상 칼럼 46]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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