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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절차는 MB 인사의 적?
[김윤상 칼럼] 학장 임용, 추천도 선출도 못하게 하다니.....
2011년 03월 20일 (일) 16:01:37 평화뉴스 pnnews@pn.or.kr

이명박 정부가 ‘빼앗긴 10년’을 되찾는다면서 무리한 인사를 많이 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PD수첩>이 얼마 전 보도한 낙하산 인사 통계를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 5년간 185명에 비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3년간 306명에 달한다. 숫자도 숫자이지만, 자기 사람 심으려고 전임자를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처럼) 부당하게 쫓아낸 사례도 적지 않다. 지금 진행 중인 대구대 사태처럼 사립대를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이상한 인사 방침을 고집하기도 한다.

오늘은 새로 바뀐 국립대 단과대학장 임명 제도를 소개하려고 한다. <평화뉴스> 독자 중에는 대학 인사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분이 많으실 것으로 알지만, 이명박 정부의 몰상식을 잘 드러내는 추가 사례의 하나로 감상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학장 임용에 평교수 의견 차단

교육부는 지난 2월 1일자로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여, 단과대학장 임용을 이렇게 하기로 하였다.

제9조의4(단과대학장의 임용) ....... 단과대학장을 보할 때에는 그 대상자의 추천을 받거나 선출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해당 단과대학 소속 교수 또는 부교수 중에서 직접 지명하여 보한다.

총장이 학장을 임명할 때는 평교수의 의견 반영 기회를 철저히 차단하고 총장이 전횡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980년 후반 민주화 이전에 총장이 되려는 교수는 청와대 등 정치권과 (당시) 문교부에 잘 보여야 했고 APC로 약칭되는 중정, 경찰 및 군 정부 계통에서 좋은 보고가 올라가도록 애를 썼다. 또 단과대학 학장이 되려는 교수는 그런 총장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러니 총장이든 학장이든 연구와 교육을 어떻게 잘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들의 제1의 관심사는 정권의 안보를 위해 비판적 교수를 잠재우고 학생 데모를 막는 데 있었다.

학장 선거가 최선은 아니라고 해도

그래서 교수들은, 총장과 학장의 임용에 교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을 쟁취하였다. 총장 선거제는 법령에 의해 공식화되었고, 학장의 경우는 단과대학 교수들이 선거를 해서 2배수 정도 추천을 하면 총장은 못이기는 척 1위 교수를 학장으로 임명하는 관행이 확립되었다. 때로는 추천된 후보가 대학 인사위원회에서 부결되는 사례도 있었지만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런 학장 임용 방식을 학내외에서는 ‘학장 선거’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학장 후보 추천일 뿐이다. 총장이 인사위원회를 거쳐 임명을 해야 학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일반 선거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총장 직선제가 공식화 되고 학장 후보 추천이 관행이 된 지금은 학장 하려고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총장에 아부하는 교수는 사라졌다. (그 후 상당수 사립대에서는 총학장 임용이 종전 방식으로 돌아갔다.)

모든 제도에는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고 ‘학장 선거’에도 물론 부작용이 있다. 필자는 아직은 ‘학장 선거’의 순기능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총장 직선제와 학내 민주화가 정착된 경우라면 ‘학장 선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학장을 선거나 추천 없이 총장이 임명하더라도 대학의 상식에 어긋나는 부당한 인사가 아닌지 검증하는 절차를 두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대학에 맡기면 된다.

민주 질식, 유신시대의 끔직한 기억이


그런데도, “총장이 학장 후보의 추천을 받아서도 안 되고 평교수가 후보를 선출해서도 안 된다”고 법령에 명시하다니. 너무나 황당하다. 간부를 선거로 뽑던 학생회를 없애고 학도호국단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질식시킨 유신시대의 끔직한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생도 반장을 내 손으로 선출하는데 대학에서 이게 무슨 짓인지.

정권의 거듭되는 비행을 접하면서,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양식 있는 보수를 동정하게 된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좌파를 밀어내고 정권을 교체했더니 그 정부가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민주, 인권, 자유 등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다음 대선에서 보수에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죄송합니다. 지난번에는 저희가 대표선수를 잘못 뽑았습니다. 이번 선수는 진짜입니다” 할 것인가? 궁색하지만 이렇게라도 호소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정권을 감싸기보다는 뼈저린 비판과 함께 내부의 압력을 높여 가시적인 시정조치를 이끌어 내주면 좋겠다. 필자처럼 반대파라고 찍힌 사람은 백날 충고해봤자 아예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부탁하는 말이다.

   





[김윤상 칼럼 37]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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