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노인병원' 사태로 본 민간위탁 공공병원의 폐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8.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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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매출 골몰, 노동환경은 열악" / "지자체 감독.중재, 위탁 해지, 법률 강화해야"


민간에 위탁된 공공병원의 "폐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앞서, 대구에서는 운경재단에 위탁된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들이 "노동 탄압"과 "직장 폐쇄"에 맞서 53일째 파업을 이어 오고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토론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파업 중인 '시지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은 "공공성보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재단의 경영방식"을 "폐해"로 지적하며 "민간 재단과 계약 해지", "관선이사나 정책조정관 파견"을 해결책으로 내놓았고, 시민사회는 "정부의 미비한 법률과 평가 지표", "지자체 감시의 한계"를 문제점으로 꼽고 "공공성을 강화한 민간위탁 관련 법률 제.개정", "병원 노동자와 지역민 중심의 감시 체계 구성"를 촉구했다. 

'시지노인병원 사태로 본 민간위탁 공공병원의 폐해와 문제 해결 방안'토론회(2012.8.17.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지노인병원 사태로 본 민간위탁 공공병원의 폐해와 문제 해결 방안'토론회(2012.8.17.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주교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는 8월 17일 오후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시지노인병원 사태로 본 민간위탁 공공병원의 폐해와 문제 해결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상국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 윤태호 부산대학교 교수, 배현주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 강신우 청암복지재단 이사장,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홍상욱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상국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은 발제를 통해 민간 위탁된 공공병원의 문제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시지노인병원 간병사들은 주간 11시간, 야간 14시간씩 2교대근무를 하며 1인당 환자 18명을 봐야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시급은 4,110원에 월급은 평균 11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또, "전문 의료인이 해야 하는 투약과 피딩(환자에게 코로 영양식을 섭취하도록 하는 일)에 석션(가래 배출)까지 간병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휴식시간에 쉬지 못하는 간병사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이 지부장은 "노동 환경이 열악해진 이유는 민간 사업자들이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인력을 줄여 매출을 올리는 것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는 물론 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한 뒤에도 꾸준히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정책조정관을 파견해 감독과 중재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그래도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탁을 해지하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이상국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 윤태호 부산대학교 교수, 배현주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 강신우 청암복지재단 이사장,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2012.8.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이상국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 윤태호 부산대학교 교수, 배현주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 강신우 청암복지재단 이사장,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2012.8.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동안 간병사들에 대한 '노동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진정서를 많이 받았다"며 "저임금, 포괄임금,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노출 등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법률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표준근로계약서'는 휴일근무나 퇴직금 문구를 명시하고 있지 않거나 '없음'이라고 표기해 문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 지침이나 교육 기회가 부족한 것은 물론, 규칙이 있어도 임의조항으로 돼 있거나,  처벌조항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표준 가이드라인과 평가지표를 만들어 제시하고 어길 경우 페널티(Penalty)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권 소장은 지난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각 지자체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요양보호사 노동 인권 정책 개선'을 권고한 점을 언급하며 △근로계약서에 연장.야간.휴일 근로 가산임금 지급 명시, △서비스 수가 중 인건비율 고시, △인력배치 기준 강구, △야간 간호 인력 배정, △지자체의 근로.관리감독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파업 중인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를 포함한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2012.8.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파업 중인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를 포함한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2012.8.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윤태호 부산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율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30%에 달하는 미국과 일본, 60-70%에 이르는 프랑스와 독일, 90% 이상의 북유럽, 무려 99%에 달하는 영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편"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의료 공공성 보다는 적자가 나지 않게 운영하고 의회 질타를 피하기 위해 위탁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기 순손실이 발생, 사업 규모 축소, 이유 없는 경영난이 생기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정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며 "제도부터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공병원은 돈보다 환자와 병원 종사자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고, 지역사회 아픔을 같이 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지자체가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항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고 민간 사업자에게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처럼 민간위탁 병원에 대한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부실 운영과 노동 탄압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처럼 주민과 환자, 직원과 관련 공공기관 공무원으로 구성된 '민주적 거버넌스(Governance)' 이사회를 구성하고 감시와 조언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현주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공공병원의 민간위탁 문제는 돌봄 여성 노동자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환자를 안정시키고 가족 역할을 하는 노동은 공공 영역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직고용을 하고 복지를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신우 청암복지재단 이사장은 "민간위탁 공공병원에서 노동 문제나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반대하는 것만 반복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강 이사장은 "가진 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하듯 노동자들도 힘을 뭉쳐 비리 재단이나 사업자를 몰아내고 관선이사가 아닌 노동자 스스로 공공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객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들(2012.8.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객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는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들(2012.8.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시지노인병원 파업을 다루는 언론사들의 모습을 통해 "민간위탁 공공병원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저조한 관심"을 비판했다. 특히, "대구지역 메이저 언론사들은 사건 핵심을 다루고 해석을 하기보다 사실관계만 간단하게 보도하고 있다"며 "그래서 시민들은 문제 핵심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는 지난 6월 27일부터 현재 8월 19일까지  ▷운경재단 위탁계약 해지, ▷대구시 관선이사 파견.운영,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 해결, ▷김동기 행정부원장 해임, ▷해고.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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