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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지은 시립병원...간병사는 '불법'에 시달렸다
<시지노인병원> 파업 한 달...최저임금 위반에 임금체불, 부당해고.징계
노조 "과중한 업무에 병원이 지옥" / 사측 "불법파업" / 대구시 "노사문제"
2012년 07월 24일 (화) 11:12:35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or.kr

"'잠 잘 때 눈만 감고 귀는 열어라. 두 명 이상 모여 얘기하지 마라. 간병사가 월급 90만원 정도 받으면 적당한 것 아닌가'...이런 말까지 들으며 일할 수 없었다. 간병사 우습게 보지마라. 우리도 전문가다"

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에서 7년째 간병사로 일해 온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 이해선(51) 부지부장은 파업 27일째인 7월 23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이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이 부지부장은 함께 농성을 벌이던 동료 간병사 50여명과 사측으로부터 받았던 '무시와 차별'을 언급하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 "시립병원 불법 천지 해결 촉구한다"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가 이 같은 내용의 피켓을 목에 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2012.7.23.대구시청 앞)

대구 수성구 욱수동에 있는 시지노인전문병원은 지난 2002년 대구시가 국비 60억원과 시비 25억원을 들여 지은 시립노인요양병원으로 병원부지는 '운경재단'이 기부체납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2016년까지 운경재단에 병원 위탁경영을 맡겼고, 재단은 전체 운영과 인사권한을 갖는 대신 1년에 한번 대구시 보건정책과의 감사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는 사측의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부당해고와 징계, ▷고의적인 인원 감축, ▷임금차별 등 "민간위탁 체제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며 "대구시의 감사 과정과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간병사, 시급 4,110원에 월급 110만원 남짓...투약, 피딩, 석션, 소독 청소까지

이곳에서 일하는 이 부지부장을 포함한 시지노인전문병원 간병사들은 주간 11시간, 야간 14시간씩 2교대근무를 한다. 그러나, 임금은 최저임금 이하인 4,110원에 평균 11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았다. 게다가, 4층 건물 240여개 병상은 거의 만원이고 야간에는 1인이 최대 환자 18명을 돌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간 휴식시간에는 쉬지 못할 때도 많았다. 또, 전문 의료인이 해야 하는 투약, 피딩(환자에게 코로 영양식을 섭취하도록 하는 일), 석션(가래 배출)과 조무사 일인 의료기 소독, 미화원이 해야 하는 병원청소까지 간병사 몫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병원 전체 직원 150여명 중 과장급 이상 보직을 제외한 간병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행정직원, 조리사 등 병원 노동자 140여명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측과 단체교섭, 노동조건 협상을 벌여왔다. 그 결과, 지난 2009년에는 사측이 직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3년 동안 최저임금 위반과 퇴직금 미지급으로 생긴 체불임금 13억원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또, 지난 해 7월에는 임금인상협약 관련 잠정 합의를 하기도 했다.

   
▲ 전국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시지노인전문병원의 문제점과 요구사항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12.7.2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사측은 합의를 약속한 다음 날 '합의서에 날인 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 이후, 곽동환(운경재단 이사장) 병원장 아들 곽재훈 전 행정부장은 지난해 10월 지인 김동기씨를 행정부원장으로 취임시키고 노조문제를 일임했다.

부지부장 해고, 간부 4명 정직, 임금 차별...노사 갈등 심화

김 부원장 취임 후 노사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그는 올 2월 백범기 부지부장을 해고했고 노조 간부 4명에게도 각각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노조 조합원 수는 50%이상 감소했다. 또, 사측은 교섭기간 중 비조합원과 개별연봉협상을 했고 그 결과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 임금차별을 불러왔다. 게다가, 김 부원장은 지난 2000년 제정된 '대구광역시 시지노인전문병원 설치운영조례'에 규정된 직제 및 정원규정을 위반하고 간병사 77명을 63명으로 줄여 간병사 1인에게 환자 12명-24명까지 관리하도록 했다. '수익률 상승'이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간병사들은 야간이 되면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해 병실에서 졸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원장이 전에 없던 '인사고과'까지 만들어 눈을 감는 순간 다른 직원이 달려와 잠을 깨웠다. 이해선 부지부장은 "순식간에 병원이 지옥이 됐다"고 했다. 결국, 노조는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 '임금교섭 관련', '부당 노동 행위', '부당 해고.징계'와 관련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경북지노위에 각각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노위, 사측 부당.불법행위 인정 판정...대구시도 사측에 권고조치

이에 대해, 경북지노위는 지난 6월 7일 '시지노인전문병원 사용자의 부당행위와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5월 대구시도 감사실에서 병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인력, 회계법, 물품 관리 등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시정과 권고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사측은 지노위와 대구시의 조치에도 어떤 시정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결국 대구지방법원에 '사태 책임자 해임'과 '최저임금 위반 및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사측을 고소했다.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 6월 27일부터 7월 24일 현재까지 28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시지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 파업 이후 대구시청 앞에서 매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2012.7.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는 지난 6월 27일 시작해 현재 7월 24일까지 28일째 파업 중이다. 참여한 조합원은 60여명으로 대부분은 40-60대 여성 간병사들이다. 노조는 파업 27일째인 23일에도 대구시청 앞에서 1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운경재단 위탁계약 해지, ▷대구시 관선이사 파견.운영,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 해결, ▷김동기 행정부원장 해임, ▷해고.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세금으로 지은 기관에서 부당한 일이 일어났으니 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국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은 "더 이상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파업에 나서게 됐다. 누구의 지시도 아닌 노동자 스스로 나선 파업이다"며 "김범일 대구시장은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또, "시립병원에서 일어난 부당한 일에 대해 대구시가 노사문제로 축소해선 안된다"며 "사람이 사람답게 일 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선 부지부장은 "과중한 업무도 모자라 야간 불시검문까지 하는 사측에 할 말을 잃었다"며 "간병사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이런 일까지 서슴지 않고 벌일 수 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이영 조직국장은 "대구시가 해결의지만 있다면 공문서 한 장으로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사측 불법을 알면서도 시정조치나 권고사항 등 최소 노력만 하면 대구시는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왼쪽부터)이상국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 이해선 부지부장, 이이영 조직국장(2012.7.24.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시는 "노사문제"라며 "운영과 인사에 대해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사측은 "불법파업"이라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세운 대구시 보건정책과 계장은 운경재단의 남은 위탁기간을 지적하며 "인사권과 운영권은 모두 사측이 가진 고유 권한으로 시가 강제 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적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권고 조치가 최대로 개입한 수준"이라며 "계약이 끝나면 그때는 대구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을 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다른 요구사항이 더 많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상여금 인상에 합의하며 시급 문제는 차차 해결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문제 제기 후 소송까지 걸었다"며 "때문에 병원은 지노위 결정을 인정할 수 없고 지난달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나, "중노위나 법원 최종 판정이 나면 그대로 따를 것"이라며 "그때까지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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