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전문상담사 대신 자원봉사자 고용?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3.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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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후 채용, 중.고교 26명 정원 미달...노조 "채용 기준 낮춰야" / 교육청 "임시방편"


대구시교육청이 전문상담사 정원이 미달되자 자원봉사자를 대체 고용하기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새 학기 신규채용하기로 했던 중.고등학교 전문상담사 97명중 26명 정원이 미달되자 '상담자원봉사자'를 대체 고용한다고 19일 밝혔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신청자를 접수 받은 뒤 미채용 학교에 자원봉사자를 배정하고, 하루 3시간 상담에 교통비 명목으로 월 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009년 대구교육청은 부적응과 위기 학생을 위한 꾸준한 상담과 사후 관리를 위해 '상담교사인턴제'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모두 50여명의 비정규직 상담사를 채용해 매 학기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그리고, 교육청은 해마다 상담사 수를 늘려 지난해에는 192명까지 채용했다.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시험·채용정보' 코너 캡쳐(3.19)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시험·채용정보' 코너 캡쳐(3.19)

첫 채용공고 당시에는 '전문상담교사', '전문상담사', '심리사',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 소지자만 응시토록 했지만, 최종 응시율이 50%를 밑돌아 교육청은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한 '석사 학위',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도 채용했다.

그러나, 지난달 6일 교육청은 기존 상담사를 전원 계약해지하고 초등 '상담복지사(58명)', 중등 '상담사(97명)'를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전체 정원도 155명으로 줄이고 채용 요건도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1.2급, 전문상담사 1급, 상담심리사 1.2급,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 제한했다.

때문에, 기존 상담사 중 중등교사나 유아교육 자격 소지자, 상담 관련 전공자 등 71명은 채용공고에 응시조차 못하고 지난달 해고됐다. 이어, 학교와 교육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달까지 3-4차례 추가 채용 공고를 내도 26개 학교는 여전히 상담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청은 '학생 상담권을 보장한다'며 자격요건을 강화했지만 3월 중순에도 3분의 1이나 되는 학교의 학생들은 상담선생님조차 가지지 못했다"며 "상담사 해고 후 현실성 없이 강화된 자격요건을 제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구시교육청의 상담사 전원 해고를 규탄 피켓(2013.2.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의 상담사 전원 해고를 규탄 피켓(2013.2.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경산(15일)과 대구(17일)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상담사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봉사자는 봉사자일 뿐 전문가가 아니다. 실패한 교육 정책을 접고 빠른 시일 내 전문상담사를 배치해 현재 교육청의 상담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은 "일방적 기준으로 기존 상담사를 채용공고에 응시도 못하게 하더니 자원봉사자가 웬말이냐. 황당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청이 원하는 1.2순위 자격증 소지자들은 대부분 임용시험을 치려는 사람들이지 비정규직 상담사에 응시하지 않는다"며 "인력난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상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3순위 자격까지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일은 전문상담사도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자원봉사자가 감당하겠느냐. 상담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권과 학생 상담권만 박탈한 실패한 교육정책을 접고 채용 기준을 현실적인 기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교육청은 "자원봉사자는 단기간만 고용하는 임시방편일 뿐 교육청의 장기 정책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희원 대구교육청 전문상담교사관리 장학사는 "상담사 질을 높이기 위해 자격을 높이다 보니 정원 미달이 발생했다"며 "여러 학교에서 '상담인력 질을 높여달라'고 요구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원봉사자는 오래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이제와 채용 기준을 낮출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비정규직 상담사보다 정규직 상담 교사를 늘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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