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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관으로 급 낮추며 대화의지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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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급'때문에 무산된 남북당국회담

 
오는 12일 서울에서 예정된 남북당국회담이 양측 대표단 '급'을 두고 무산됐다.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사무국 국장을 단장으로, 남측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각각 내세웠지만, 북측은 남측 수석대표의 급이 낮다는 이유로 회담 보류 입장을 밝혔다.

남북 당국회담은 초반부터 급을 두고 난항이 예상됐다.남북은 지난 9일부터 17시간 동안 실무접촉 마라톤회의를 열었지만, 남북당국회담 대표단 급을 두고 합의하지 못해 각각 다른 문구로 발표했다.

실무접촉 발표문에서 남측은 "회담 대표단은 각기 5명이 대표로 구성하기로 합의하였고,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반면, 북측은 "회담 대표단은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되,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측 논점의 핵심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북측 단장으로 지정하느냐였다. 남측은 실무접촉에 임하면서 장관급 회담의 성격을 강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야 한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북측은 '권한있고 책임있는 당국자'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명시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양측은 각기 다른 문장의 발표문을 발표했지만, 통일부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라는 표현 속에 통일부 장관을 암시했다.

실제 통일부는 실무접촉 설명자료에서 "우리측은 남북관계 총괄 부처 장인 통일부 장관이 회담에 나갈 것이며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통일전선부장이 나오도록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회담을 하루 앞두고 남측은 수석대표의 급을 차관으로 낮췄다. 이는 북측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실무접촉과 이후 언론을 통해 통일부는 당국회담에 장관이 수석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북측은 남측에서 장관이 수석대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 북측이 '상급 당국자'라고 했지만 장관과 마주할 상대로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북측이 제시한 대표단 명단에는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실무접촉에서 김성혜 부장이 천해성 통일정책실장과 동급으로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강지영 국장은 장관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 간에 동급의 직책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비교하자면, 북한의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남한의 통일부 장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북한의 통전부 부부장이나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남한의 통일부 장관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이지만 남한의 통일부 차관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이라고 평했다.

즉, 북측의 '상급 당국자'로서 당국회담 단장인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상대하는 것이 격에 맞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조평통 서기국을 민주평호통일자문회의 사무처와 비교하며 장관이 상대할 자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차관을 내세웠다. 이는 당초 실무접촉에서 북측에 문구로 표현된 인물이 장관이라고 강조한 것과 다르다.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데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문제를 협의.해결하는 데 있어 당장 권한을 판단해 적합하고 상응한 대표는 차관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급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장관이 나오는 회담이 아니고 남북간에 현안을 책임있게 권한있게 하는 당국자면 된다. 그래서 명칭도 당국회담이라고 열어뒀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접촉과 당국회담 하루 전까지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던 통일부가 말바꾸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이다.

그렇기에 북측이 남측에서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올 것을 감안하고, 그와 비슷한 급으로 강지영 국장을 내보냈지만, 남측이 차관을 내세웠기에 '우롱'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결국, 급을 두고 당국회담이 무산된 과정에서 남측이 남북간 대화에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북측 단장의 격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통일부 장관이 당국회담에 나서서 북한을 설득하는 아량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통일뉴스] 2013-06-11 (통일뉴스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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