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열악한 경북, '새마을' 사업에는 수 백억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0.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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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경북] 부채 4,433억원 증가, 재정자립도 22.1%...야 "혈세 낭비" / 여 "국가 브랜드"


국감에서 질문에 답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2013.10.29.경북도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감에서 질문에 답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2013.10.29.경북도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상북도가 새마을운동사업에 한해 1천억원 가까이 지원하는 것이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혈세 낭비"라며 "재고"를 요구한 반면, 김관용 도지사와 여당은 "국가 대표 브랜드"라고 맞섰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상북도청에서 '2013년 경상북도 국정감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경북의 열악한 경제지표를 한 목소리로 질타했지만, 경북 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새마을운동 기념사업 예산지원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이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진선미(비례대표) 의원은 경상북도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들이 참여하는 '새마을세계화재단' 설립과 관련해 "경북 재정부채는 2010년에서 2011년까지 2년 동안 4천억원이나 늘었는데 민간이 주도하는 봉사사업을 지자체가 지휘할 필요가 있냐"며 "재정이 열악한 경북 내 지자체 11곳이 인건비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너도나도 새마을운동사업에 수백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기선, 민주당 진선미 의원(2013.10.29.경북도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누리당 김기선, 민주당 진선미 의원(2013.10.29.경북도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경상북도 부채는 2011년 지방공기업을 포함해 1조6,026억원으로 2010년 1조1,593억원에 비해 4,433억이 증가했다. 또, 2013년 기준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에서는 경북은 22.1%로 전남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새마을운동 체험・교육시설을 조성하는 청도 재정자립도는 11.6%, 새마을운동 체험공원을 조성하는 포항은 39.2%,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짓는 구미는 42%로 전국 244개 지자체 재정자립도 평균 51.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새마을운동사업을 위해 청도는 70억원, 포항은 57억원, 구미・경북도는 396억원 등 모두 985억원 (지방비 523억원, 국비 462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김관용 도지사는 "개인적으로 어린시절 가난을 경험했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가난을 벗어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라경제 부흥을 이끈 새마을운동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것은 나의 소신"이라며 "나는 정치학자나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사업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민주당 김현 의원(2013.10.29.경북도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누리당 황영철, 민주당 김현 의원(2013.10.29.경북도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누리당 김기선(원주갑) 의원도 김 도지사 주장을 옹호했다.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뤘고 세계적인 경제발전의 롤모델"이라며 "아프리카나 남미,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가에 한국의 대표적 브랜드를 전파해 위상을 높이는 데 경북이 앞장서는 것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도 "새마을운동을 국가 대표 브랜드화 시켜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오늘의 논쟁을 통해 새마을운동을 정치화 이슈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더 이상 이런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김현(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28일 대구시 국감에서 영남대 새마을운동사업 지원과 관련해 김범일 시장을 질타한데 이어 김 지사에게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해당 사업을 하는 지자체들을 살펴보니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라며 "마구잡이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적 공과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없는 사업은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니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또, "지자체의 수백억원대 사업은 안행위가 논쟁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만하라 마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유대운, 새누리당 윤제옥 의원(2013.10.29.경북도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당 유대운, 새누리당 윤제옥 의원(2013.10.29.경북도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같은 당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도 "도지사님이 소신이라고까지 말하니 말을 아끼려다가도 한마디를 안할 수 없다"면서 "새마을운동이 봉사활동이면 봉사활동에 맞게 해야지 체계적 검토도 없이 무조건 '옳다', '해야한다'고만 말하면 전략적 지원도 할 수 없고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 인력과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말 새마을운동이 경상북도에 시급한 일인지 다시 한번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감에서는 또, 경상북도 공무원들의 최근 5년 동안 징계율이 전국 2위를 차지해 김 지사가 집중 추궁받았다. 민주당 유대운(서울 강북을) 의원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징계받은 전체 지방공무원 13,628명 가운데 경북 공무원이 9.2%인 1,258명으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공직기강 해이"라며 "정신 못차리고 나사 풀린 공무원이 많다는 증거"라고 김 지사를 질타했다. 또, 중징계 비율이 3.8%에 불과한 것에 대해서도 "제식구 감싸기식 가벼운 처벌"이라고 다그쳤다.

'2013년 경상북도 국정감사'(2013.10.29.경북도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3년 경상북도 국정감사'(2013.10.29.경북도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법령 위반으로 지방교부세 36억원을 감액당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대구, 부산, 울산 경우는 올해 단 1건의 법령 위반을 기록한 반면, 경북은 34건이나 법령을 위반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감액을 당했다. 새누리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은 "경북은 돈을 줘도 못 쓰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오명을 얻었다"면서 "지방교부세 지출에 있어 법령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구제역 매몰지 복구 대책 허술, ▶전국 평균 부족률 41.88%보다 6.88%나 높은 경북의 소방인력 인프라, ▶소방차 진입 불가지역 전국 2위,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북도 내 기초생활 부정수급 환수율 47.2%, ▶'비리'로 얼룩진 경북도청 이전사업 등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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