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파업 한달...일부 합의에도 노사 갈등 여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2.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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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충원ㆍ제3병원ㆍ임금인상 '합의'...노사 맞고소ㆍ정부 '방만경영 해결안' 대립


경북대학교병원 노조 파업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간호인력충원과 제3병원건립, 임금인상안 등 일부 사안에는 합의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방만경영해결안'을 놓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특히 노사가 맞고소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사측이 노조가 제안한 정상화 제안도 거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북대병원 노사는 26일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지난달 27일 파업 시작 후 한달간 매일 교섭을 벌였지만 번번히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한 ▶간호인력충원과 ▶임금인상안, ▶'제3병원 건립 반대'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했다. 인력은 간호사를 현재보다 50여명 늘리기로 했고(2등급 상향조정), 첫삽을 뜬 제3병원 건립(임상실습등)과 관련해서는 노조 요구대로 건립을 중단하기 보다 삼덕동 본원 병상 축소수를 노사가 합의하기로 했다. 임금인상안은 총액의 1.7%를 인상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파업 30일차를 맞는 경북대병원 노조(2014.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파업 30일차를 맞는 경북대병원 노조(2014.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노조가 '임금복지 축소안'이라고 부르는 정부의 '방만경영해결안'에 대해서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일부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방만경영안 도입은 "철회해야 한다"며 이를 뺀 합의사항을 갖고 '병원 정상화'를 제안했다. 방만경영안 철회시 파업을 풀겠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방만경영안에 대해 "정부지침"이라며 "어길 시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31일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거부했다.

방만경영안은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공공기관 방만경영 해결 가이드라인'으로 ▷퇴직수당 60%에서 39%로 삭감 ▷연차보상 수당 150%에서 100%로 삭감 ▷소정 근로시간 192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연장 ▷하계휴가 폐지 등 10개 축소안이 포함됐다. 전체 연봉의 10%가 삭감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노사의 갈등은 맞고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23일 노조는 조병채 경북대병원장 등 병원 간부 4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사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문자와 전화 등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조는 최근 조합원 60명으로부터 노조 탈퇴서를 통보 받았다. 사측도 이달 4일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5명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간부 2명 등 7명을 '업무방해'를 비롯한 조병채 경북대병원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달 째 파업 공문이 붙은 경북대병원 로비(2014.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달 째 파업 공문이 붙은 경북대병원 로비(2014.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노조는 26일 오후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대구시와 사측을 상대로 "장기파업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영희 경북대병원노조위원장은 "노조는 이미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며 "방만경영안만은 양보가 곤란하다. 사측이 강압적 자세를 풀고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남대병원은 방만경영안을 철회했는데 왜 경북대병원은 정부를 핑계로 방만 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를 뺀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일단 병원 정상화가 최선인데도 정부 지침만 고집하는 사측 태도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장기파업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도훈 경북대병원 대외협력실 팀장은 "방만경영안을 도입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패널티를 받게 돼 내년 임금과 인력충원이 동결되고 정부 지원 사업에서도 배제된다"면서 "때문에 반드시 연말까지 도입해야 한다. 정부의 지침인데 어떻게 국립대병원이 이를 철회할 수 있겠나. 노조가 계속 노조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비조합원들과 병원이 입게 될 피해를 감안해 양보하길 바란다"고 2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한편, 경북대병원은 파업 이후 가동 병상 수를 940개에서 630개로 30%가량 줄이고, 응급 수술을 뺀 전체 수술도 절반가량 줄였다. 파업이 더 지속될 경우 병원측은 지금보다 병상수를 20%정도 더 줄일 방침이다. 대구시도 대구 13개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경북대병원에 환자 집중을 막기 위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환자이송 서비스를 요청했다. 현재 파업에는 경북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1천여명 중 필수인력을 뺀 35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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