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면담 한 번 못하고 쫓겨난 경북 초등돌봄강사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2.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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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농성자 19명 전원 경찰 연행, 8명 다쳐...노조 "인권유린" / 교육청 "퇴거불응, 유감"


경북도교육청이 처우개선을 위해 6일째 파업을 벌이며 교육청 로비 등에서 밤샘 농성을 하던 경북지역 비정규직 초등학교 돌봄강사 전원을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강제퇴거했다. 퇴거 된 돌봄강사들은 모두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친 조합원 8명은 병원 치료를 받았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설 연휴 하루 전까지 파업을 하던 비정규직들에게 돌아온 것은 대화가 아닌 강제퇴거"라며 "평화적으로 농성을 하던 여성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쫓아낸 이영우 경북교육감은 인권유린과 폭력침탈에 대해 당장 사죄하고 대화 국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농성 중이던 경북초등돌봄강사가 경찰에 의해 강제퇴거되는 모습(2015.2.17) / 사진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농성 중이던 경북초등돌봄강사가 경찰에 의해 강제퇴거되는 모습(2015.2.17) / 사진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돌봄강사들이 몸을 묶은 쇠사슬을 끊기 위해 경찰이 든 절단기(2015.2.17) / 사진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돌봄강사들이 몸을 묶은 쇠사슬을 끊기 위해 경찰이 든 절단기(2015.2.17) / 사진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경북교육청은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 교육청에서 6일째 농성을 벌이던 초등돌봄강사 19명을 17일 아침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강제퇴거했다. 교육청 직원과 대구북부경찰서 병력 등 2백여명이 현장에 투입 돼 돌봄강사들과 이들이 설치한 농성장을 모두 교육청 밖으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쇠사슬을 몸에 묶고 농성을 하던 돌봄강사들에게 절단기를 사용해 쇠사슬을 끊었고, 이후 마스크를 쓴 교육청 여직원과 여경들은 팔과 다리 등을 붙잡고 저항하는 돌봄강사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곧 경찰은 '퇴거불응 혐의'로 농성을 하던 돌봄강사 19명 전원을 북부서로 연행해 조사했다. 퇴거 과정 중 다친 돌봄강사 8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있다.

경북교육청 정문을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2015.2.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교육청 정문을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2015.2.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들과 함께 연행된 신동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사무국장은 "이영우 교육감과 담당 국장은 면담 한 번 없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설 연휴 전날 강제로 길바닥으로 쫓아냈다"면서 "하지만 연행자들이 모두 풀려나는 대로 다시 경북교육청에서 처우개선을 위해 계속 파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이날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전교조 경북지부 등 9개 단체가 참여하는 경북교육연대는 이날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영우 교육감의 돌봄강사 강제연행, 폭력침탈을 규탄한다"며 "경북 돌봄강사 고용불안과 돌봄교실 파행운영을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단체와 노조 활동가 등 5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기자회견 후 경북교육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북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도 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경북교육청 앞에서 촛불문화제도 연다.  

임정금 경북교육공무직본부 지부장은 "파업을 하던 여성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못해도 이렇게 차가운 길바닥으로 쫓아내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게다가 설 연휴 하루 전날 30-40대 여성 비정규직들을 경찰에 연행해 조사 받게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고용불안을 해결해 달라는 것, 먹고 살만한 임금을 달라는 것으로 무리 없는 요구"라며 "이영우 교육감은 즉각 이들과 대화에 나서 돌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돌봄전단사 고용 및 처우 해결 촉구 시민사회단체 긴급기자회견'(2015.2.17.경북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돌봄전단사 고용 및 처우 해결 촉구 시민사회단체 긴급기자회견'(2015.2.17.경북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성태동 경북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사는 "교육청 청사 보안을 위해 퇴거 명령을 16차례 했으나 불응해 퇴거된 것으로 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노조의 요구는 너무 무리하다"면서 "예산도 부족하고 수요도 많지 않아 이들을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처우개선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또 "실무자와 합의 없이 국장이나 교육감과의 대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소속 초등돌봄강사들은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조합원 2백여명 중 경북 23개 시.군구에 있는 초등학교 돌봄강사 50여명은 업무를 중단하고 이날부터 경북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였다. 

특히 노조는 ▶현재 경북지역 초등돌봄강사들의 표준근로시간인 1일 4시간, 주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를 상시 6시간으로 확대 ▶이후에는 초등돌봄강사 전원에 대한 전일제근무 도입 ▶비정규직 초등돌봄강사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교육부가 인정한 처우개선수당 100%지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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