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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법 무시하는 외투기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까?
이승협 / 발레오만도의 '부당노동행위', 눈감은 지자체와 노동관청
2015년 04월 06일 (월) 14:54:20 평화뉴스 pnnews@pn.or.kr

거대한 공장 옆에 초라한 농성장, 불법행위가 자행되는 현장에서 법의 보호 없이 내팽개쳐진 노동자들. 2014년 우리를 분노케 한 슈퍼갑질의 막장드라마가 2015년에도 경주 발레오만도에서 재현되고 있다. 경주 발레오만도는 1998년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투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투자기업을 유치하면 외국인의 자본투자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투자기업이 자본투자를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지 않는다. 특히 그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자산획득형 또는 기술투자형 해외직접투자보다는 현지시장에서의 안정적 수익확보와 자본의 본국유출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추구형 해외직접투자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 경우, 신규공장설립이 아닌 인수합병 등 최소한의 자본투자만이 이루어지고, 별다른 기술투자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형태와는 무관하게 모든 외국인투자기업은 정부 및 지자체의 조세감면혜택과 각종 보조금 지원을 받게 된다.

발레오만도는 최소의 자본으로 우량 국내기업을 인수한 후 자본 및 기술투자 없이 대규모의 이익을 해외로 뽑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시장추구형 해외직접투자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기업 발레오는 자본투자 목적이 아니라 국내완성차업체와의 안정적 납품관계를 보고 만도를 인수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온갖 특혜를 10여 년간 받아왔다. 순이익의 대부분을 해외본사로 가져가는 자본유출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간주하고 국내법을 무시하는 외투기업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한국사회는 왜 이리 관대한 것인가?

발레오만도는 외자유치촉진법 상의 조세특례기간인 10년이 지나자마자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는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을 끌어들여 기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불법적 행위를 시도해왔다. 경비노동자 정리해고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빌미로 바로 직장폐쇄를 실시하고, 동시에 회사 주도로 실질적 노조활동을 하지 않는 어용노조를 설립했다. 이에 반발하는 노조간부 29명을 해고하는 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당시 창조컨설팅은 발레오만도 외에도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보쉬전장, 콘티넨탈오토모티브 등 수 많은 기업에 개입해 노조파괴공작을 수행했었다. 이들 기업이 창조컨설팅에 지급한 금액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액수만 82억에 달하며, 발레오만도도 약 4억원에 해당되는 컨설팅비를 지불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진바 있다.

이와 같이 현행 노동법상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노동조합 방해활동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미 1차 및 2차 판결에서 승소하였다. 발레오만도 사측은 2013년 고법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노조원들에게 농약을 살포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저지른 바 있다. 국내법에 대한 실체적 위반행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행정적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관할 노동관청은 지역경제에 대한 외투기업의 기여를 이유로 외투기업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행위에 대해 눈 감고 있다.

   
▲ <한겨레> 2015년 3월 31일자 9면(사회)

최근 발레오만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임박해오자, 발레오만도의 프랑스 본사와 현지경영측은 지역신문을 앞세워 현지 여론을 조작하고, 회사 노동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또 다시 사실상 공개적인 협박을 일삼고 있다. 협박의 요지는 회사 패소 시 공장을 청산하겠다는 구태의연한 내용이다. 별다른 자본이나 기술투자 없이 연 400억을 내는 공장을 청산하겠다는 주장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는 굳이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간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본철수가 이루어진 외투기업이 몇 개 되지도 않는다. 또한 자본철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겉으로는 강성노조를 문제 삼았지만, 실제로는 부실경영이나 시장축소로 인한 수익성과 생산성이 떨어진 외국인투자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정상적인 기업이 연매출 5000억, 당기순이익 410억 이상의 대규모 흑자를 내는 사업장이 노조 때문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기업이 뭔지를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은 노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 노동법을 무시하는 오만한 프랑스 발레오 본사와 상당한 권한을 위임 받은 현지경영인의 일그러진 노사인식에 있다. 외투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현지경영인의 역할이 노사갈등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발레오만도 역시 2008년 경영진 교체 이전에는 여타 사업장과 다름없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 발레오만도의 노사관계가 이와 같은 파행적 형태로 전개된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외국본사와 현지사업장의 사회문화적 차이 및 노사관계적 관행을 조율해야 할 현지경영진이 창조컨설팅이라는 외부불순세력을 등에 업고 사실상의 무노조사업장 만들기에 나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발레오만도의 경영진은 지난 5년간의 불법적 행위와 노사갈등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원위치로 되돌리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차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올 경우, 현재의 분위기라면 그 외에는 다른 길은 없을 것이다.

   





[기고]
이승협 /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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