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동안 지켜온 우리 쌀이 위기에 놓였습니다"
정부가 밥쌀용 쌀 1만톤 수입을 추진하자 대구경북지역 농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경북도연맹(의장 남주성)은 30일 경북도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쌀은 국민의 주권이자 농민의 삶"이라며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대구경북 농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밥쌀 수입 중단하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붙은 얼음을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5월 8일 '2015년 5차 저율관세할당(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저율관세,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 쌀 구매 입찰공고'를 내고 밥쌀용 쌀 1만톤 수입의사를 밝혔다. 이후 5월 21일 전자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7월 중순 쯤 수입단가를 낮춰 재입찰공고를 내기로 했다. 이어 9월부터는 미국산 밥쌀 1만톤을 수입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또 앞서 지난해 9월 정부는 쌀 관세율을 513%로 결정했다. 다른 수입품과 같이 관세만 내면 누구나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관세화를 시작하면서 '의무수입물량 30%(12만톤)를 밥쌀용 쌀로 수입해야 한다'는 기존 규정이 폐지됐는데도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국의 농민들이 반발했지만 정부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오는 9월부터 밥쌀 수입을 강행하기로 했다.
때문에 전국농민회총연맹경북도연맹은 30일 투쟁선포문을 통해 "우리쌀로도 충분히 공급이 가능한 밥쌀을 수입하는 것은 국내 쌀값 폭락을 더욱 부추기는 행위"라며 "관세율 검증과 밥쌀 수입을 연계하는 것은 쌀 수출국 미국 등의 일방적 협상전략에 정부가 끌려 다니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남주성(52) 경북도연맹 의장은 "지난해에는 국민 반대에도 쌀 관세화 전면개방을 밀어붙이더니 이제는 명분도 없이 밥쌀을 수입하겠다고 결정했다"며 "이 나라 이 땅을 지켜온 농업과 농민의 목숨줄을 끊으려는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쌀 관세화 전면개방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은 한중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서도 "이미 우리 식탁이 중국산 농산물로 점령된 상황에서 한중FTA까지 발효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식량주권을 지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한중 FTA의 국회비준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신광진(57) 의성군농민회 회장은 "국내 쌀값이 작년에는 폭락하더니 올해는 폭등한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에 있다"며 "밥쌀용 쌀만큼은 지키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어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밥쌀 수입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면서 농업과 농민의 희생만 강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밥쌀 수입 중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6월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해 "밥쌀을 수입하지 않고 가공용 쌀만 수입하면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3조(내국민 대우)와 제17조(국영무역에서 상업적 고려) 등 WTO 일반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며 "513% 쌀 관세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밥쌀용 쌀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밥쌀 수입 중단과 관련한 전국 농민들의 집회는 강원도청과 경남도청 앞에서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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