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뒤 금속공장 '불허', 장애인 인권 지켰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10 19: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령군 심의위 "생존권 침해·자연훼손" 부결 결정 / 성요셉재활원 대책위 "환영, 재발막아야"


'우리집을 지켜주세요' 피켓을 든 어곡리 주민들(2015.8.10.고령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집을 지켜주세요' 피켓을 든 어곡리 주민들(2015.8.10.고령군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고령군 어곡리 중증장애인 102명이 사는 '성요셉재활원' 뒤 금속공장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10일 경북 고령군(군수 곽용환)은, 부동산개발회사 ㈜창원KJ산업(대표이사 김정년)이 올해 4월 고령군 성산면 어곡리 산1번지 일대 금속공장 신설 승인신청서를 낸 것과 관련해, 건립 여부 결정을 위한 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었다. 고령군 부군수와 지역 대학 교수 16명, 고령군의원 등 23명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3시간 동안 현장 조사 등을 벌인 뒤 최종 '부결' 결정을 내렸다.

고령군 어곡리 주민들의 '공장 설립 반대 집회'(2015.8.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령군 어곡리 주민들의 '공장 설립 반대 집회'(2015.8.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KJ산업이 고령군에 공장 신설 승인신청서를 낸지 넉달만에 '불허' 통보를 받은 셈이다. 앞서 6월 1차 심의에서 심의위가 KJ산업에 신청서에 대한 보완을 요청하면서 재심사가 진행했지만, 이날 심의위가 부결 결정을 내려 성요셉재활원 뒷산에 1만2천2평(4만261m²) 규모의 공장은 들어올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날 심의에서 심의위 전원은 처음부터 신설 승인신청 부결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사 예정부지인 어곡리 성요셉재활원 뒷산 일대 현장 방문 후 '장애인 재활원과 공장 부지가 너무 인접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결국 공장 설립이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창원KJ산업 규탄 기자회견'(2015.8.10.고령성당 교육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창원KJ산업 규탄 기자회견'(2015.8.10.고령성당 교육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요셉재활원에 사는 장애인이 공사반대를 호소하고 있다(2015.8.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요셉재활원에 사는 장애인이 공사반대를 호소하고 있다(2015.8.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김순분 고령군의원은 1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장부지와 재활원, 어곡리 마을이 인접해 공장이 들어서면 장애인과 주민 생존권이 침해받는다"며 "산을 깎고 벌목도 해야돼 자연훼손도 발생한다. 때문에 심의위원들이 공장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규삼 고령군 창조도시과 도시계획담당은 "심의위의 부결 결정으로 공장 설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행정 처분을 통보하지 않아 입장을 정리 중이다. KJ산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모든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고령군은 앞으로 '부결' 심의결과를 KJ산업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행정 처분에 대한 KJ산업의 행정소송 등 이의 제기는 90일 이내에 진행된다.   

성요셉재활원 앞에 '공장 반대' 플래카드가 걸렸다(2015.7.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요셉재활원 앞에 '공장 반대' 플래카드가 걸렸다(2015.7.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성요셉재활원 앞산 개발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정효)'는 "부결을 환영한다"며 "공장 건립 재발을 막기 위해 장애인과 주민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성요셉재활원 원장은 "심의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재활원 뒤에 공장을 짓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안 것 같다"며 "사회적약자들의 의견을 들어줘서 다행이다. 행정소송이 진행되면 고령군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공장 부지 바로 아래에 3대째 살고 있는 어곡리 주민 이헌철(59)씨도 "우리들의 집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공사가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성요셉재활원 앞산 개발반대 대책위는 이날 오후 고령성당 교육관에서 'KJ산업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고령군청 앞에서 장애인과 주민 등 5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장 설립 반대' 집회도 열었다. 대책위는 "환경을 파괴하고 장애인 생존권과 기본권을 위협하는 창원KJ산업의 무분별한 개발을 규탄한다"며 "공장설치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 할 것"이라고 했다.

KJ산업이 고령군청에 낸 공사계획평면도(2015.7.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KJ산업이 고령군청에 낸 공사계획평면도(2015.7.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KJ산업은 올해 4월 고령군 성산면 어곡리 산1번지 일대에 공장신설 승인신청서를 냈다. 업종은 금속입형제품(창성엔지니어링), 금속조립구조재(월드디에스), 자동차부품(창원KJ산업) 등 모두 금속조립업이고 건립 예정 건물은 6채다. 이 업체는 지난해 산1번지 부지 1만2천2평을 12억5천만원에 샀다.

그러나 공장 예정부지와 성요셉재활원의 최단 거리가 4m 밖에 안되고, 50m 안에는 성산초등학교, 100m안에는 성산중학교가 있어 장애인과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들은 서명운동과 집회, 기자회견 등을 열고 공장 건립에 반대해왔다. 현재 재활원에는 지체·지적장애를 가진 1급 장애인 98명, 2급 장애인 3명 등 102명의 중증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