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지금도 부족한데 더 줄이다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5.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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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7명, 월 60~80시간씩 축소..."졸속, 재조사" / 연금공단 "조사원 미숙, 이의신청"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김형기씨 " 180시간도 모자라는데 120시간으로 어떻게 살란 말인가"(2013.5.30.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김형기씨 " 180시간도 모자라는데 120시간으로 어떻게 살란 말인가"(2013.5.30.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형기(32.대구 달서구 신당동)씨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홀로 사는 장애인이다. 전신 강직으로 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대부분의 생활을 바닥이나 휠체어에서 보내고 있다. 스스로 몸을 일으켜 식사를 하고 씻고 화장실을 갈 수도 없다. 때문에, 7년째 활동보조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에서 활동보조지원 서비스 재갱신을 위해 조사원이 집에 방문한 뒤 활동보조지원 시간이 월 180시간에서 120시간으로 '60시간'이나 줄어버렸다. 국민연금공단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책임이 없다. 이의신청 하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당시 조사원은 내 장애 상태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고 30분 동안 농담 따먹기만 하고 돌아 갔었다"며 "월 180시간도 모자라는데 월 120시간. 하루 3-4시간 지원으로 어떻게 살란 말인가. 또, 2년 마다 재갱신 하라는데 이게 무슨 자격증인가. 정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각장애 1급을 판정받은 이모(50.신당동)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사원이 다녀간 4월 이후 180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이 100시간으로 무려 80시간이나 줄어버렸다. 앞을 볼 수 없고 손과 발을 포함한 우측마비로 홀로 외출도 할 수 없는 이씨는 "거동 힘들어 항상 보조인 부축이 필요하다"며 "나의 가사활동과 신체활동, 외출동행지원 등 보조인 지원 시간을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장애인활동보조 권리 보장하라', '불성실 조사로 일관한 국민연금공단은 구제대책 마련하라'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인활동보조 권리 보장하라', '불성실 조사로 일관한 국민연금공단은 구제대책 마련하라'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장애인들에 대한 활동보조 갱신 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지원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지원 시간을 대폭 축소해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부터 최중증 독거 장애인에 국한해 월 '180시간(하루 6시간)'이던 활동보조지원 시간을 월 360시간(하루 12시간)으로 상향 조정하고 2년마다 수급자격을 갱신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3-5월까지 장애인가구에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지원시간 '상향', '유지', '하락' 여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판정 기준이 되는 '인정점수표'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눠진다. 380-470점은 1등급으로 기존과 같은 180시간을 지원받고 400점 이상 독거 장애인은 '최중증장애인'으로 인정돼 지금보다 2배 많은 360시간을 지원 받는다. 320-379점은 2등급, 260-319점은 3등급, 220-259점은 4등급으로 조정돼 기존에 지원받던 180시간보다 최소 60시간에서 최대 80시간 줄어든 활동보조지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도 지난 두 달 동안 대구지역 중증장애인 458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활동보조지원 재갱신을 위한 방문 조사를 했다. 10.5%인 '48명'이 상향 조정됐고 83.6%인 '385명'이 기존 등급을 유지했다. 그러나, 5.9%인 중증장애인 '27명'은 400점미만을 받아 장애 등급이 하락해 60-80시간 줄어든 100-12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게 됐다. 하루 3-4시간을 지원받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 규탄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민연금공단 규탄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30일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으로 진행된 방문조사로 장애인 생존권을 박탈하지 말라"며 "재조사를 통해 사태에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기자회견문을 통해 "활동보조는 한 평생 집 밖과 시설 밖을 나가지 못한 장애인들의 억울함과 열망이 모여 만들어진 제도"라며 "재갱신 인정점수 단 1점 차이로 우리의 삶이 전혀 달라지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이는 장애와 인권에 대한 몰이해"라고 비판했다.

박명애 공동대표는 "월 360시간도 부족한데 월 120시간-100시간이라니. 있을 수 없다.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일이다.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재조사도 중요하지만 이의신청 기간 낸 기존 지원시간을 보장받는 것도 중요하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활동보조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김해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고작 몇 분 조사가 모든 장애 상태를 반영하기 어렵다. 조사원 역할이 큰 만큼 책임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박명애 공동대표, 노금호 집행위원장, 김해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박명애 공동대표, 노금호 집행위원장, 김해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경호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장애인지원센터장은 "처음 시행된 제도라 조사원들이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원 시간이 줄어든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이의신청을 받아 6월 안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이의신청 기간 중 피해를 입은 활동보조 지원 시간에 대해서는 대구시와 각 구청에 지원을 요청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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