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 만들기와 재벌개혁 : 대선의 데자뷔

다산연구소
  • 입력 2015.08.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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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유철규 / 재벌 특혜와 노동 개혁의 결합은 일방적 희생 요구


  롯데그룹의 형제간 막장 싸움은 정부와 여당의 집권 후반기 정책 구상 및 총선구상을 헝클어 놓았다. 재벌과 대기업만은 건들지 않으려는 구상이었는데, 더 이상 “아몰랑” 하고 있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 후계구도 불안이나 총수의 사생활 및 사적범죄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지칭하는 ‘오너(총수) 리스크’가 한국경제의 위기도화선에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은 무수히 반복되어 왔다. 국내 40대 재벌그룹에서 지금까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이번 롯데의 경우까지 18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잠재적 폭탄이 산재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지금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개혁이 우선”이라며 애써 재벌개혁을 개혁명단에서 빼놓았다.
 
재벌 특혜와 노동 개혁의 결합은 일방적 희생 요구

  노동개혁을 우선시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구상은 거기에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명분을 얹음으로써 총선전략으로 연결되었다. 청년 일자리의 심각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주당 18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와 고시족이나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고려한 실질실업률은 추산에 따라 30%가 넘는다. 재계연구소의 최근 조사를 보면 취업관련준비나 구직활동조차 전혀 안 하는 청년의 숫자가 163.3만 명에 이른다. 전체 청년 인구의 17.2%이다. 청년층의 불만을 다독이지 않으면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판단이 나올 만하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청년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널리 인지되어 있었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일자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청년이 일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내용이었고, 나중에 대기업-중소기업 간 ‘갑을’ 문제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반년 만에 경제민주화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청년 일자리문제도 정부의 시야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8월 6일의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노동개혁을 청년 일자리문제와 묶으면서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문제를 또다시 선점하고 나온 것이다. 담화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 노동, 공공, 교육, 금융의 ‘4대개혁’을 해야겠다는 것인데, 중점은 노동개혁에 두고 재벌개혁은 빠졌다. 결국 “또 다시 대기업에 혜택을 줘서 경제를 살린다”로 요약된다. 재벌과 대기업을 개혁대상에서 빼고, 성장을 쫓으려면 유일한 길은 노동자들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하는 길밖에 없다. 노동시장 개편이 집권 후반기 중점과제로 선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임금이나 가계소득은 수출경쟁력을 저해하는 비용이 되는 것이다. 내수니 뭐니 다 쓸데 없다.

<경향신문> 2015년 8월 7일자 4면(종합)
<경향신문> 2015년 8월 7일자 4면(종합)

  이렇게 보면 임금피크제의 전면적인 확대를 추진하고, 전통적인 연공형 임금체계를 성과급형 임금체계로 바꾸며, 성과가 부진한 자를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하고, 고령자에 대한 파견근로를 확대한다는 등 정부의 노동개혁내용을 단 한마디로 ‘노동의 일방적 희생’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고, 노동계가 밑에서부터 노사정을 거부하는 것도 뭐라 할 일이 아니다. 한쪽만 희생하라는 현 정부의 청년일자리 만들기는 노동계를 공격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야당 제안, 현실성 있을까...여당 구호, 진정성 있을까

  한편 롯데 사태로 터져 나온 민심을 견디다 못한 여당이 내놓은 것이 재벌 총수를 국정감사의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해당 상임위 여당 간사가 말했듯이 “야당이 요구한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라는 어정쩡한 태도다. 국정감사야 안 나오면 그만이다. 2012년 10월 국감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국감을 요구하는 듯 하는 야당도 부랴부랴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든다지만 재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급조한다고 될 일인지, 총선용 재탕 공약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미 여당 내에서는 18대 대선 당시 야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경제 민주화’를 선점해 선거 승리를 쟁취했던 것처럼 재벌개혁에 선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이미 지난 대선의 데자뷔(旣視感)를 느낀다
 









[다산연구소 - 다산포럼] 2015-8-25  (다산연구소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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