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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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오늘의 이 저항이 역사책에 실리도록 함께 역사를 바꾸자"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조지 오웰, [1984] 중에서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명박근혜’라는 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본질적으로 한통속이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가장 적합한 단어다. 이명박은 과거이고 박근혜는 현재이지만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그들’은 지금 미래를 지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먼저 현재를 장악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 그에 동조하는 정치세력은 우선 현재를 장악해야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그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그리고 시민사회 진보개혁세력의 노력으로 일구어 온 민주주의와 개혁의 잔재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두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진 경험이 있고 2002년 SOFA개정, 2004년 탄핵반대 촛불시위라는 뜨거운 맛을 본 그들이기에 ‘그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속도는 빨랐다.

 우선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2008년 집권하자마자 언론방송법 개정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문에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사그라지고 난 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2009년 7월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공중파에서는 제대로 된 뉴스를 보기 힘들고 종편은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로 넘쳐난다. 일부 양심적 언론인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과시킨 언론악법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날개를 펴고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영방송으로 정론직필을 외친 언론인은 해고당하고, 언론의 다양성은 침몰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보는 언론에 ‘친정부필터’가 끼워진 듯 하다.

 그들은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갖은 치졸한 방법을 동원하여 쫓아냈다. KBS 정연주 사장을 시작으로 김윤수(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이 쫓겨났다. 이후 대법원에서 부당해임 판결을 받았다. 임기가 보장된 사람 이외에도 곳곳에서 직간접적인 솎아내기가 진행됐다.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 등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외압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국립대학 총장을 임명하지 않는 ‘횡포’까지 자행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자치’와 ‘자율’은 없어지고 중앙정부와 정치세력의 ‘결정’과 ‘낙점’만 있다.
 
 저항세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탄압을 했다. 전교조를 시작으로 공무원노동조합, 민주노총, 진보진영, 통일운동 진영 일반에 대한 대대적인 공안몰이는 도를 넘어섰다. ‘좌경용공세력’, ‘종북세력’이라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시작으로 ‘불법세력’, ‘폭력세력’, ‘사회혼란세력’으로 몰고 가면서 ‘압수수색’, ‘긴급연행’등으로 국가의 힘을 보여주었다. 정부와 정치세력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에 기반해서 대화하고 타협하지 않았다. ‘까불면 다친다’는 교훈을 알려주듯이 ‘그들’의 공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의 청구로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이 선출된 정당을 해산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말 다했다.

 현재를 장악한 그들은 과거를 통제하려고 한다.

 정부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국가가 나서서 가르쳐야 한다면서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기본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종북성향 좌편향’으로 규정한 그들의 ‘낙인찍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은 역사교과서지만 내일은 또 무엇이 ‘종북좌편향’으로 될지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는 현수막을 내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뒷받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뿌리를 되짚어 올라가면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노태우의 민자당이 있다. 그런데 이승만은 4.19 혁명에 의해 쫓겨났고,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직속부하에게 총맞아 죽었고, 전두환 노태우는 내란죄로 각 무기징역과 징역17년을 선고받았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이승만에 대한 재평가’, ‘건국절 논란’, ‘5.16의 역사적 평가’ 등이 언급되는 것은 이전에 보기 드물었던 것이다. 현재를 장악한 그들이 친일, 독재, 부정부패세력의 후예라는 ‘진실’을 가리고 싶은 것이다. 그럼으로 건국주도세력, 경제성장세력, 사회통합세력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이로 인한 정통성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과거를 미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사책을 다시 쓰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2013년 현행 검정체제 하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지지했다. 그런데 대중의 평가는 혹독했고 책은 나왔지만 누구도 그 책으로 수업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다시 생각한 방법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아니겠는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정부의 결정만으로 집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한 정책들에 큰 저항없이 실현되면서 그들은 오만해질대로 오만해졌다. 너희가 어떻게 해도 우리는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과거를 미화하는 이유는 미래를 지배하기 위해서이다.

 일본 통치세력은 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자기 범죄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가? 독도를 자기 땅으로 우기는가? 1급 전범을 수용하고 있는 신사를 참배하는가? 일본은 만행을 저질렀고 우리는 잊지 못할 고통을 당했다. 객관적 사실은 하나인데 누가 쓰느냐에 따라 역사는 다르게 쓰인다. 자기 과거를 전면 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패전국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지만 평화헌법을 고쳐서라도 정식 군대를 가져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독도는 일본땅이므로 독도를 언젠가는 찾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의도이다. 미래에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에서부터 명분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현재를 장악하고 과거를 통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오직 ‘그들’만의 미래를 위해 계속 지배하기 위해서다.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한 것이 50년만인 1997년 대선에서다. 한번도 ‘권력’을 놓쳐본 적이 없는 그들이 두 번에 걸쳐 정권을 넘겨주고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논공행상할 자리는 적은데 줄서 있는 사람들은 많고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그들만이 사는 세상에서 권력이 줄 수 있는 ‘부와 명예’가 얼마나 많겠는가? 진실을 알 수 있는 현실의 눈과 귀를 막고 과거를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미화하여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장기집권’이라는 미래이다. ‘그들’의 자손, ‘그들’의 정치적 후대가 계속 집권해야 하고 기득권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집권을 위한 인적, 물적, 史적 토대를 닦아 놓는 것이다. 역사책도 인정한 정통세력으로 사회곳곳에 ‘좌익’과 ‘종북’을 척결하는 ‘선진한국’의 중심세력이 되려는 것이다.

'그들'과 '우리'의 싸움에 중립은 없다.

 3D 프린터가 집을 짓고, 무인자동차가 주행하고, 드론이 물건을 배달하는 시대다. 최첨단 기술혁명이 실시간으로 진행중인데 대한민국에서의 사회혁신은 후퇴하고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일상화된 시대와, 세계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시대에 단일한 입장으로 정리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계획은 얼마나 구시대적인가!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 호기롭게 밀어붙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대중들을 먹고 사는 것에 옭매이도록 해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현실에 사는 대중들은 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도, 과거를 바로 잡기 위해서도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정의’가 무엇인지를 위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정부정책에 반하는 집회에 참여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겁을 주고,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가를 판단해야하는 사회적 문제를 정치싸움으로 분탕질하여 관심을 거두게 한다. 그래서 정치는 ‘더러운 것’으로 사람들이 멀리 돌아가게 만들고, 결국 관심 밖의 일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린다.

 ‘생존’하기 힘든 세상에서 ‘가치’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목줄을 쥐고 있는 자가 힘있는 자이고, 그 목줄을 계속 잡을 수 있다면 그는 계속 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대중의 목줄을 잡고 있고 그들의 부정의한 ‘현재’를 가리고 그들의 부조리한 ‘과거’를 지울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노하우를 가졌다. 가능한 것은 밀어붙이고, 여론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살짝 뒤로 빠지고 때를 보다가 그래도 언젠가는 진행한다. 비리의 퇴적층으로 연예이슈나 또 다른 정치이슈 사건사고로 덮어버린다.

 ‘그들’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그들만의 공화국’을 꿈꾸고 있다. 어떤 역사에서도 ‘주장’만으로 세상을 변화하거나 지킨 역사는 없다. ‘반이성’이 있으면 ‘지성’이 있고, 권력의 휘두름이 있으면 대중의 저항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후폭풍은 거세다. 역사 관련학과 교수들의 반대와 집필거부선언, 대학가의 대자보 확산, 청소년들의 집회, 전국적인 반대 시위등 ‘시민들’의 저항은 커지고 있다. 오늘의 이 저항이 역사책에 실리도록 우리 함께 역사를 바꾸자. 미래에도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존’에 힘들더라도 할 일은 하고 갈 길을 가자.






[오택진 칼럼] 30
오택진 / <연구공간Q+> 대표.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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