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왜 기자 머릿수를 가지고 언론 인정 여부를 가리나"

미디어스 김수정 기자
  • 입력 2015.11.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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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됐다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언론과 SNS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사실 확인’이다. 사실 확인을 안 하면 언론사 생명을 잃는 것이다. 죄송하다.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참으면서 이야기한다. 21세기에 기자 3명은 안 되고 5명부터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이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언론의 문제, 기레기의 문제가 기자 머릿 수가 적어서 그런가. 아니지 않나. (…) 국가가 왜 기자 머릿수를 가지고 언론의 인정 여부를 가리나”
- 유지웅 평화뉴스 편집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화부)는 지난 8월 21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취재 인력 3명 이상을 포함한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 이상’에서 ‘취재 인력 3명 이상을 포함한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 이상’으로 두고, 이들을 상시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문화부는 ‘사실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 제고’를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된 지 3달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3일) 오후,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만 남겨둔 상황이다.

3일 오후 2시,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후 2시,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3일 오후 2시,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 △문화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중재법> 개정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규칙> 개정 4가지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는 9월 24일 그동안 당사자 혹은 대리인만 가능했던 인터넷상 명예훼손성 게시물 심의를 제3자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도 개시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다. 문화부는 오늘(3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온라인 기사뿐 아니라 카페와 블로그에 게재된 복제기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댓글까지 언론중재위가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언론중재법> 개정 시안을 공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방송심의 규정 중 ‘공정성’과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위반하면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평가 시 현행 2배로 감점하는 내용의 <방송평가규칙>을 행정예고했다.

최진봉 교수는 “행정기관과 심의기구들이 심의 권한을 키우면 키울수록 온라인 공론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행정기관들이 저마다 자신의 권한을 법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행위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소중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두환 정권 때 1도 1사도 아니고… 국가가 왜 기자 머릿수를 세나”

토론자들이 가장 ‘심각한 우려’를 표한 것은 문화부의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였다. 정부 안대로라면 1~4명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인터넷언론은 단숨에 ‘미등록 언론’이 돼 일상적인 취재활동뿐 아니라 포털 진입 등이 어려워진다. 언론사가 될 수 있는 진입장벽을 일정한 경제적 기반을 갖춘 개인과 조직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언론 신고제의 취지를 묵살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돼야 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대구경북인터넷신문 평화뉴스의 유지웅 편집장은 “12년째 젊은 기자들과 평화뉴스를 하고 있다. 주주 80명 정도의 신문으로, ‘언론’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제’ 두 가지만 죽도록 해 왔지만 한 번도 취재인력 3명을 넘긴 적이 없다. (타 언론사도) 대부분 저희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5명이 안 된다고 이제는 등록 취소를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지웅 평화뉴스 편집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인터넷기자협회)
유지웅 평화뉴스 편집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인터넷기자협회)
 
유지웅 편집장은 “시·도청에서 등록 취소하면  평화뉴스는 미등록언론이 되고 취재활동은 유사언론행위이자 기자 사칭이 된다. 유사언론은 (취재원이) 취재를 거부할 수 있다. 수백 수천 개의 언론사 중에서도 등록되지 않은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저희는 받아 적는 취재밖에 못 한다. 미등록으로 하면 안 되느냐는 소리도 있지만, 언론과 SNS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사실 확인’이다. 사실 확인(취재활동)을 안 하면 언론사 생명을 잃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지웅 편집장은 지난 9월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선정성 보도 사례를 소개하며 이처럼 낯 뜨거운 표현들을 쓴 언론들은 중앙일보, 매일신문, 스포츠경향, 서울신문 등 주류 매체라는 점을 밝혔다. 그는 “매달 발표되는 결과를 보면 소규모 언론사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이렇게 기자수 많은 신문사에 들어가면 온라인뉴스팀, 디지털뉴스국이라고 해 바이라인도 없다. 이게 선정성과 어뷰징의 실태인데 기자수를 5명으로 맞추면 선정성과 어뷰징이 사라지나”라고 반문했다.

유지웅 편집장은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설립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헌법뿐 아니라 신문법에도 위배된다. 모법에도 없는 걸 시행령에서 만들어서 신문을 폐간시킨다니 말이 안 된다”면서 “전두환 정권 때의 1도 1사(1개 도마다 1개 지역언론만 남겨두는 정책)도 아니고 (시행령 개정으로) 1000~2000개의 회사가 없어지는 일은 정말 후대에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 이 토론회가 어느 신문에 보도되겠는가. (토론회가)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인터넷신문들이 보도하는 것이다. 다 없어지고 나면 취재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나눔의 김보라미 변호사도 “제가 구독하는 한 잡지도 발행인 1명, 기자 1명인데 (내용이) 굉장히 좋다. 어뷰징이나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기자수가 몇 명 이상 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오히려 그렇게 된다면 자금과 힘이 있는 사람들만이 목소리를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자연스럽게 발전시킬 수 있어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검열에 준하는,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 교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웬만한 뉴스 매체보다 영향력 있는 1인 매체와 블로거가 많다. 인터넷 역사에서 이런 규제가 있으면 또 새로운 방법의 미디어 플랫폼이 나온다. 이게 전형적인 발전의 법칙이라서 낙관을 가지고 있다”며 문화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다른 시각을 밝혔다.

그러나 ‘헌법소원’ 등을 통해 의제를 선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 엄청나게 헌법소원을 했는데 그게 여론 환기시키는 데 좋은 효과가 있었다. 그걸로 보수적인 의제를 선점해 왔다. 이런 점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보라미 변호사는 “헌법재판은 사회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다.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경재 교수는 “<신문법>은 1조에서부터 신문 등의 발행의 자유와 독립 및 기능을 보장한다며 ‘발행의 자유’를 밝히고 있다. (헌법소원은)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스] 2015.11.03  20:59 (미디어스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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