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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해도 표를 많이 얻기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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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이만열 / "책임자는 놔두고 불신만 불온시하는 정부와 여당"


  논어 안연(顔淵)편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는 ‘신뢰가 없으면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제자 자공(子貢)과 스승 공자와의 대화에서다. 자공이 정치를 물었다. 말하자면 국가를 어떻게 경영해야 하느냐를 질문한 것이다. 스승은 자공에게 먹는 것이 안정되고(足食), 군대가 강하며(足兵), 백성이 정치를 신뢰하는 것(民信之)이라고 했다. 제자는 짓궂게도, “이 셋 중에 부득이 한 가지를 제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스승은 군대(去兵)라고 답했다. 이런! 다시 물었다. 그러면 나머지 둘 중에서 부득이하다면 무엇을 먼저 빼야 하겠습니까. 먹는 것(去食)이란 대답이다. 그 다음 공자의 말을 내 나름대로 새겨보면 이렇다. “자고로 모두가 죽었다. 그러나 백성에게는 신뢰가 없으면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 

 거짓말과 제 얼굴 침뱉기, 능사가 되다
 
 공자의 그 교훈이 지금에도 통하는 것일까. 군대, 경제, 신뢰 중에서 부득이하여 먼저 빼야 하는 것이 군대라는 공자의 말을 이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면 이건 안보불안을 선동하는 ‘종북좌빨’이라고 매도당할 것이다. 거기에다 경제와 신뢰 중에서 경제를 먼저 빼야 한다면 이 또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공상적 이상주의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러면 공자 시대에는 안보불안과 경제불안이 없었던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불안 속에서도 공자가 강조한 것은 국가경영에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뢰가 없으면 어떤 조직이든 제대로 서지 못한다. 정치는 물론 국방도 경제도 교육도 마찬가지다.
 
 새누리 정권이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들은 언필칭 종래의 검정교과서가 민족사의 자긍심과 신뢰를 키워주지 못하고 자학사관(自虐史觀)에 빠져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심지어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이념적인 편향성마저 선전해 댔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은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국사 교과서가 참 ‘나쁜 교과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누리 공당이 그렇게 선전하고 정부 책임자가 앞장서서 선동하고 있으니 그걸 믿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공당과 정부의 그 선전은 거짓이다.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선전한 새누리당의 펼침막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만큼 좋은 호재가 없었는데도 왜 그 이튿날 아침에 걷어 내고 말았는가. 하룻밤 새에 거짓말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었다. 공당이 사과도 하지 않는 몰염치를 보였다. 그들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이 ‘주체사상 사례’에서와 같이, 다른 곳에서도 치고 달아나는 식이다. 이게 수법처럼 되었다. 황교안의 브리핑에도 7가지 거짓말이 있었다고 언론은 전한다.
 
 현행 교과서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선전한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왜 그런가. 검인정교과서를 쓰기 전에 당국에서 먼저 저자들에게 교과서 편찬지침을 준다. 교과서 저자나 출판사들은 그 지침에 준용하여 집필하고 출판한다. 그 지침에 합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막대한 경비를 들여 출판해도 불합격이다. 때문에 일단 출판된 교과서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춘 것이다. 정부의 승인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현행 검정교과서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출판을 허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부의 지침이나 검열을 무시하고 출판한 것처럼, 그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느니, 수정을 요구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느니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요,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일이 잘못되었다면 먼저 담당 공직자에게 책임을 물어라.
 
 책임자는 놔두고, 불신만 불온시한다
 
 책임 문제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더 거들자. 정부가 주장하는 ‘그런 못된 교과서’가 나왔다면, ‘좌편향’된 저자에게 그 책임을 묻기 전에 교과서가 출판되기까지 지침을 만들고 검열을 책임진 공직자들의 책임부터 따졌어야 한다. 몇 년 전에 나온 그 교과서를 지금까지 쓰도록 해 놓았다가 지금에 와서 담당 공직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교과서 관계자에게만 비난을 퍼붓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의 정부요, 여당인가.
 
 한때 북한에서 보냈다는 드론이 청와대 앞까지 내려와 헤집고 다녔다는, 섬뜩한 발표를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북한에서 띄웠다는 드론이 서울까지 올 정도면 우리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말이요, 그렇다면 일차로 수도권 방공망 책임자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왔었다고 그 후에 떠들어댔다. 그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혐의가 사실이라면 북한군이 그곳까지 내려오도록 방위를 소홀히 한 책임자를 먼저 문책했어야 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면 그런 주장을 퍼뜨리는 자를 엄중히 조사하여 ‘유언비어’를 가려주어야 했다. 아직도 떠들고 있는 그 말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 사건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불신하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북한의 소형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40여 명의 이 나라 젊은이를 전사시킨 천안함 함장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든지, 서해안 방위를 맡은 사령관에게 그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과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조치는 없었고 당사자는 승진했다. 책임은 묻지 않고 이명박 정권은 정부의 조치를 믿으라고만 강요했으니 이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치일까.
 
 무신불립(無信不立), 옛날 공자의 춘추시대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지금 교과서 국정화 정책도 그렇다. 거짓을 바탕으로 진행시켜 왔다. 무신(無信)에서 출발한 국정화, 불립(不立)으로 끝나야 하는데…. 공자의 말씀이 만고의 진리라면 여기서도 입증되지 않을 리 없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이 거짓말 세력은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더 기고만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표를 믿고 거짓을 더 자행한다. 이렇게 된 데는 그 거짓말 세력과 한 통속이 된 족벌언론이 있어서다. 그들은 사실을 입각하여 사회에 신뢰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병(兵)과 식(食), 국가안보와 경제문제를 들어 백성을 겁박하면서 거짓을 믿도록 유도한다. 아!! 무신불립이라. 불립(不立)이 민족적 재앙으로 될 수도 있는데, 무신(無信)을 이렇게 방치해 두어도 되는 것인가.
 

[다산연구소 - 실학산책] 2015-11-13  (다산연구소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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