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제2의 유신이자 역사쿠데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1.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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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시민단체 "백지화 위해 끝까지 저항" / 대구대 학생들 '국정화 지지 교수' 비판


국정화 고시 철회 촉구 기자회견(2015.11.4.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화 고시 철회 촉구 기자회견(2015.11.4.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자 대구경북 시민단체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제2의 유신, 역사쿠데타"라며 "국정화 고시 철회를 위해 끝까지 저항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대학생들은 국정화 지지 선언을 한 교수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도 대구를 찾아 "국정화는 명분 없는 행동"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분열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대구·경북지부,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족문제연구소대구지부 등 25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은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소리 외면한 국정화 고시 강행을 규탄한다"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즉각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 하나의 교과서, 권력을 위한 역사관' 피켓을 든 시민(2015.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단 하나의 교과서, 권력을 위한 역사관' 피켓을 든 시민(2015.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불통과 호통의 박근혜 정권답게, 국민 여론과 상식도 안중에 없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일 중고등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안 발표를 통해 국정화를 확정고시했다"며 "역사학계, 교육계, 시민사회, 노동단체, 야당, 시민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교육을 정치 시녀로 둔갑시키는 국정화에 반대했지만 정부는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역사쿠데타를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또 "기존의 역사교과서들을 '왜곡되고 편향된 교과서'라고 규정해 정권 편향에 부합하는 단 하나의 역사 기술 외에는 모조리 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에서 '제2의 유신'의 서막을 본다"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기만적인 작전명으로 반역사적 쿠데타를 일으켜 결국 박근혜 정권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생각들은 모조리 악으로 보는 파시즘의 전조마저 읽혀진다"고 지적했다.

국민 과반 이상이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민(2015.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민 과반 이상이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민(2015.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날이 갈수록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정권은 흡사 군사적전 감행하듯 국정화를 고시해 여론 악화 진화를 도모했다"며 "국민 의견서 제출 기한 만료 다음 날 확정고시를 발표한 것은 국민 의견서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나 배려도 하지 않은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떤 토론과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비밀 추진 조직 운영, 거짓 선전, 말 바꾸기, 협박과 탄압 등 오만한 태도로 일관해 국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다"면서 "광기 서린 작태는 정권 자멸을 초래하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시대를 거스르고 국제 기준에 역행한 역사쿠데타는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며 "국정화 고시 철회, 백지화를 위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CGV한일극장 앞에서 국정화 고시 철회 촉구 촛불집회를 벌이고, 대구 곳곳에 고시 철회 요구 현수막도 게재한다. 또 시민역사강좌도 열 계획이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인도에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새누리당의 현수막과,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엇갈리고 있다(2015.1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인도에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새누리당의 현수막과,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엇갈리고 있다(2015.1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영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도대체 누구를 적으로 삼은 역사전쟁 선포인지 모르겠다"며 "국정화를 반대하는 70% 국민을 적으로 보는 것인지 이 정부의 역사관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독재와 친일 미화 국정교과서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결국 이번 행정고시는 친일과 독재 잔재, 후손 세력을 심판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수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은 "대구경북지역 최근 여론 조사도 과반 이상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박 대통령 꼭두각시 새누리당은 국민 여론에 귀와 눈을 닫고 정권과 결탁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역 대학생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대구대 역사교육과 학생회, 대구대 역사교육과 동아리 도비공동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대구희망나비, 대구대 사회과학학술모임 역지사지 등 6개 단체는 4일 오후 대구대 정문 앞에서, 지난 3일 국정화 지지 성명을 낸 대구대 일부 교수들과 고시 확정을 강행한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고시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3일 오후 대구대의 '국정교과서 정책지지 교수 일동'은 서울 종합편성채널 <채널A> 건물 앞에서 국정화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화 지지 성명을 낸 대구대 일부 교수를 규탄하는 대구대 학생들(2015.11.4.대구대 정문 앞) / 사진 제공.대구대 역사교육과 학생회
국정화 지지 성명을 낸 대구대 일부 교수를 규탄하는 대구대 학생들(2015.11.4.대구대 정문 앞) / 사진 제공.대구대 역사교육과 학생회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수들의 국정화 찬성은 역사교육 본질을 훼손하고 학생들에게 명분없는 정책에 순응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교육 본질은 덮어둔 채 역사를 이념교육 수단처럼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양한 해석을 막고 국가가 개입해 획일적 역사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독재"라며 "박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미화는 예상되는 바"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대구를 찾은 야당 국회의원도 국정교과서를 비판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은 4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한 식당에서 가진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한 사례는 독일 제국주의 히틀러, 일본 제국주의, 현존하는 일부 공산국가 밖에 없다"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정화가 아닌 검정제나 자유발행제를 택하고 있다. 국정화는 역사의 퇴행을 자초하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 과반 이상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는 데도 박 대통령이 이를 강행하는 것은,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발언했던 박 대통령의 예전 근본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지 않겠느냐"며 "결국 박 대통령은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 됐으니 통합 정치로 국민 분열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문재인 당대표와 함께 강하게 싸울 것"이라며 "당 혁신, 총선도 중요하지만 국정화를 막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국정화보다 검정제나 자유발행제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329명의 지역 대학교 교수와 중고등 교사들이 국정화 반대 선언을 했고, 시민사회단체 인사 711명도 같은 내용의 선언을 했다. 또 대구경북 9개 대학 역사교수들은 국정교과서 집필거부 선언을 했고, 대구경북 441개교 1,392명의 교사들은 교사시국선언을 했다. 확정고시를 한 3일에는 대구경북 4개대학 역사학도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국정화 고시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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