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다른 예산 줄여 전국 첫 '누리과정' 전액편성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2.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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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억원 중 교육청 78%·대구시 16%, 정부는 6%만 부담...대구시의회 2월 심의
저소득층 지원 등 60개 사업 폐지·축소...시민단체 "제 공약도 못지키면서 대통령 공약 떠안나"


우동기 대구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 발표 기자회견(2016.2.1.대구가톨릭대 부설유치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동기 대구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 발표 기자회견(2016.2.1.대구가톨릭대 부설유치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전액 편성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과정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지만 예산 80%를 지방교육청이 떠안은데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이 지방선거에서 내세운 초등 무상급식 전면실시 등 공약은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국민 불안감과 혼란 해소를 위해 전액 편성을 결정했다"고 밝힌 반면, 시민단체는 "대통령 공약을 교육청이 대신 떠안은 꼴"이라며 "교육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1일 오후 우동기 교육감은 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유치원(동구 동호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에 대한 정부와 시·도교육청 입장이 달라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대구교육청은 올해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반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발언 중인 우 교육감(201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발언 중인 우 교육감(201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누리과정 예산 주체를 놓고 시·도교육청과 중앙정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교육청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예산 전액 편성을 결정한 것이다. 대구교육청은 2016년도 누리과정에 모두 1,919억원을 편성하기로 발표했다. 당초 8개월분 1,308억원을 본예산에 편성하고, 이전에 확보하지 못했던 4개월분 예산 611억원(유치원 355억원·어린이집 256억원)은 추경에서 확보한다.

전체 예산 1,919억원 가운데 78%인 1,495억원은 대구교육청이, 16%인 300억원은 대구시가 부담한다. 중앙정부는 124억원, 전체 예산의 고작 6.4%만 지원한다. 대구교육청은 1일 대구시의회에 '2016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누리과정 예산안 심의·의결을 요구했다. 시의회는 2월 중순 임시회를 열어 예산을 심의한다. 시의회를 통과하면 올해부터 대구지역 만 3~5세에 대한 무상보육이 시행된다.

대구교육청 연도별 어린이집 보육료 이관 현황 / 자료 제공.대구교육청
대구교육청 연도별 어린이집 보육료 이관 현황 / 자료 제공.대구교육청
대구교육청 2016년도 예산 대비 누리과정비 편성율 / 자료 제공.대구교육청
대구교육청 2016년도 예산 대비 누리과정비 편성율 / 자료 제공.대구교육청
 
우 교육감은 "대구도 다른 시·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재정이 어렵지만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을 결정했다"며 "교육청·시청·시의회가 대립하는 일부 시·도와 달리 한마음으로 갈등을 종식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교육과 보육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미뤄질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라며 "교육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 후 기존에 지원하던 60개 교육 사업 중 22개가 폐지되고, 38개 사업은 예산이 삭감된다. 결국 폐지와 삭감으로 모두 1,615억원의 교육 사업비를 줄인 것이다. ▷저소득층학생 컴퓨터지원사업·학기중 급식지원·저소득층 자녀 학비지원· 저소득층 자녀 자유수강권 지원 ▷초등교사영어심화 연수·보건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 인건비 지원·교원자율연수경비 ▷공립유치원 노후시설 개선비·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초등돌봄교실·학교급식시설 개선·수학여행 사전안전영향평가 지원비 등은 예산 삭감되거나 아예 폐지된다.  

대구교육청 누리과정 전액 편성 후 삭감 또는 폐지 사업 목록 / 자료 제공.대구교육청
대구교육청 누리과정 전액 편성 후 삭감 또는 폐지 사업 목록 / 자료 제공.대구교육청

뿐만 아니라 예산 대부분을 대구교육청이 부담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광주·전남교육청은 누리과정이 대통령 대선 공약이니만큼 지방교육청이 아닌 국가사무로 예산 전액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예산을 전액삭감한 상태다. 나머지 시·도교육청도 일부만 누리과정에 예산 지원하기로 했다. 게다가 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선거 당시 초등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약을 파기했다. 그 결과 대구는 여전히 전국 무상급식 비율이 꼴찌 수준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자신의 공약도 지키지 않는 교육감이 대통령 공약을 지키자고 지방교육재정에 손 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다른 예산을 삭감해 전액 편성하는 것은 무리하다. 대통령 공약을 대신 떠안은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손호만 전교조대구지부장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을 지방교육청이 떠안아 필요한 복지예산들이 삭감됐다"면서 "당장 3월 개학을 하면 교육 현장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하는 것은 교육복지가 거꾸로 가는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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