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낙동강 순례길..."모래·물고기 떠나고 악취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5.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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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4대강 생명살림 수행길' 51일째 강정보 도보 "탐욕과 무지 버리고 재자연화해야"


낙동강 강정보 도보순례 중인 스님들과 수행자들(2016.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동강 강정보 도보순례 중인 스님들과 수행자들(2016.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말 내내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강에 또 녹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월의 한 가운데에서 낙동강 1,300리 순례길에 오른 스님들은 죽어가는 강을 바라보며 생명을 기원하는 합장을 했다.

'4대강사업' 5년째인 올해 불교계 스님들이 녹조 등으로 파괴된 4대강의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4대강 생명살림 도보순례단을 꾸리고 100일 수행길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달 영산강, 금강에 이어 5월초 낙동강 순례에 올랐다. 수행길 절반이 지난 23일 현재에는 낙동강 대구 구간서 도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은 흘러야 합니다" 디아크관 앞에서 피켓을 든 시민(2016.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은 흘러야 합니다" 디아크관 앞에서 피켓을 든 시민(2016.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계종의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일스님)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도보순례단'은 23일 오전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인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일대에서 4대강 재자연화 행진을 계속했다. 낙동강 순례거리는 1,300리 500km다. 4대강 전체 구간은 1,000km에 이른다. 이들은 오는 7월 불교환경연대 재출범을 앞두고 이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7월 11일 한강에서 순례를 멈출 예정이다.

법일스님(단장), 중현스님(부단장), 행법스님, 유연스님과 수행자 등 10여명은 이날 강정고령보 하구인 달성유원지, 화원, 옥포 등을 거쳐 강정보 홍보관 디아크까지 오전동안 낙동강길을 걸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강정보에서 다시 도보를 시작해 낙동대교를 거쳐 낙동강 상류로 걸음을 이어간다.

도보 51일째 디아크관 앞에서 발언 중인 중현스님(2016.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보 51일째 디아크관 앞에서 발언 중인 중현스님(2016.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모래톱과 물고기가 떠난 자리에 악취만 가득했다" 중현스님은 순례길 소감을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오전 내내 강정보 근처 달성습지에서 머물며 낙동강 모습을 관찰했다. 중현스님은 "100일 수행길에 올라 직접 두 눈으로 강의 변화를 확인했다"며 "손을 씻으면 깨끗이 씻기는 대신 이물질과 이상한 냄새만 나더라. 썩은 흙도 간간이 올라왔다.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강이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강 주변 수변공원과 시멘트로 자전거길을 만들어 강과 사람을 분리시켰다"면서 "주말을 뺀 평일에는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때문에 "인간 탐욕과 무지를 버리고 4대강을 원래 모습대로 재자연화해야 한다"면서 "강은 흘러야 한다. 생명이 꽃피는 4대강을 위해 묵묵히 수행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4대강 재자연화'와 '달성군 뱃놀이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6.5.23)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대강 재자연화'와 '달성군 뱃놀이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6.5.23)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시민단체연회의 등 10개 시민단체도 이날 강정보 디아크관 앞에서 순례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보 해체"와 "달성군의 뱃놀이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맹독성 조류와 녹조 등으로 모래톱, 버들밭, 월동새가 사라진 낙동강은 더 이상 생명의 강이 아니다"며 "보로 막힌 강은 호수다. 재자연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불교단체 수 십여곳이 참여한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이 한창 진행된 2010년 '4대강사업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조계종 스님 4,812명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해 10월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4대종단은 서울 대한문서 '4대강사업 반대' 공동기도회도 열었다. 이처럼 종교계의 분신을 비롯한 단식, 기도회 등에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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