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에 사라진 모래와 흰수마자...대책없는 '가뭄' 탓?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1.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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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5천마리 방류, 1마리도 채집 안돼...환경청·수공, '영주댐' 비판에 "가뭄ㆍ대책 검토"만


영주댐 공사 후 내성천 흰수마자와 모래톱 감소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흰수마자는 2011년에서 2014년까지 개체수 94%가 줄었고, 모래톱은 5곳 중 4곳에서 최대 14%가 사라졌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는 "댐과 무관한 가뭄 탓"이라며 여전히 "대책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94마리로 조사된 내성천 흰수마자 서식현황은 이듬해인 2012년 28마리, 2013년에는 15마리, 2014년에는 5마리로 조사됐다. 2011년에 비하면 2014년에 94%가 감소한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생물다양성연구소는 지난해 5월까지 흰수마자 인공치어 5천마리를 방류했다. 그러나 댐 수몰 예정지 상류 내성천 20km까지 모두 8개 지점에서 지난해 7월까지 모두 8차례의 개체 조사를 했으나 흰수마자는 1마리도 채집되지 않았다.

내성천 흰수마자 서식현황 / 자료.부산지방국토관리청
내성천 흰수마자 서식현황 / 자료.부산지방국토관리청

내성천의 모래톱 변화도 급격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7월에 비해 2015년 11월 내성천 5개 지점 중 4곳에서 1㎜ 이하 고운 모래 비율이, 최소 7.1%에서 최대 14.7% 줄었다. 특히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내성천 중류 '미호교'로 모래량이 57.5%에서 14.7% 줄어 42.8%로 나타났다.

2011년 내성천 하류 무섬마을 수도교에 찬 모래 / 자료.대구환경운동연합
2011년 내성천 하류 무섬마을 수도교에 찬 모래 / 자료.대구환경운동연합
2015년 내성천 하류 무섬마을 수도교 모래가 빠져 1m 가량 교각이 드러났다 / 자료.대구환경운동연합
2015년 내성천 하류 무섬마을 수도교 모래가 빠져 1m 가량 교각이 드러났다 / 자료.대구환경운동연합

이 같은 내성천 변화 원인을 놓고 주민과 환경단체, 대구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설전을 벌였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영주댐 공사"를 원인으로 꼽고 "시험담수 전 민관합동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환경청과 수공은 "가뭄 등 기후 영향"이라며 "댐을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지방환경청(청장 유제철)은 14일 오후 3시부터 2시간동안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에서 영주댐 공사 후 내성천 변화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황선종 내성천보존위원장, 대구환경운동연합 노진철 공동대표, 정수근 사무처장,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박용훈 사진작가와 이정식 대구환경청 환경평가과 과장, 수공 영주댐사업단 박정수 과장, 이상종 기반공사팀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영주댐 공사 후 내성천 변화와 관련한 설명회(2016.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주댐 공사 후 내성천 변화와 관련한 설명회(2016.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초 이들은 내성천 변화와 관련한 실태를 공유하고 대안을 찻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2시간 내내 원인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마땅한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영주댐 공사를 모든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환경청과 수공은 "기후 변화 탓"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원인 진단을 놓고 의견이 차이나 대안도 엇갈릴 수 밖에 없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2012년 4대강공사로 8년치 골재채취량을 한 해에 다 퍼서 안그래도 모래가 적은 상황에서 시멘트 댐까지 생기면 모래 유입이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치와 현장이 증명한다"고 말했다. 또 "모래에 사는 흰수마자가 모래가 줄어 개체량이 준 것도 당연한 이치"라며 "모든 것이 영주댐 공사로 이뤄진 것이다. 담수 전 합동조사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정수 수공 영주댐사업단 과장은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상류 모래 유입량이 적었고, 영주시 골재채취 증가도 모래 감소 원인"이라며 "댐 공사를 모든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기후 영향도 크다"고 반박했다. 또 "이 같은 다양한 환경 변화 요인이 있기 때문에 흰수마자 개체수 감소도 댐만으로 한정지을 수 없다"면서 "몇 번의 조사로 변화 원인을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영주댐 공사 현황 / 자료.한국사자원공사
영주댐 공사 현황 / 자료.한국사자원공사

이어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흰수마자 서식을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서식환경개선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댐 완공 후 유사조절지내 퇴적 모래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족하면 댐 상류 퇴적 모래를 퍼서 지자체에 줘 모래 유입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 말이 끝나자 비판이 쏟아졌다. 황선종 내성천보존위원장은 "수공이 지자체에 모래 장사를 한다는 말"이라며 "유속 없는 댐 상류 깊은 물 속 모래는 모래가 아닌 진흙"이라며 "그것을 하류에 갖다 놓는 것은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지 대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용훈 사진작가도 "강이 물 따로 모래 따로인가. 상류 모래를 하류로 나르는 것은 영주댐이 당최 타당성 있는 사업인가 의심케하는 발언이다. 예산은 누가 감당하는가. 어이 없는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멸종위기동물을 고사케 하는 것은 최대 5년 이하 징역형"이라며 "만약 흰수마자가 고사하면 책임은 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노진철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변화는 모두 댐 공사 후 벌어진 것"이라며 "합동조사를 펼쳐 확실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려면 시험담수 전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대구환경청 환경평가과 과장은 "환경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원인이라고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시험담수를 늦추거나 시험담수 전에 합동조사를 하는 것을 확답할 수 없다"면서 "일단 타당한 지점이 있다면 검토해보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영주댐 직하류 및 회룡포 일원 하상변동 현황 표 / 자료.한국사자원공사
영주댐 직하류 및 회룡포 일원 하상변동 현황 표 / 자료.한국사자원공사

국토부와 수공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경북 영주시 문수면 용월리 내성천 일대에 높이 55.5m, 길이 400m, 총저수량 181만㎥, 수몰면적 10.4㎢ 영주댐 공사를 발표했다. 목적은 홍수방지와 용수공급이고 예산은 1조1,215억원이 들었다. 현재 대부분의 공사가 마무리돼 시험담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영주댐이 건설된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에서 영주시와 안동시를 지나 예천군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하천으로, 우리나라 특유의 금빛 모래톱 원형을 간직하고 멸종위기종 1급 어류 흰수마자 등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때문에 주민과 환경단체는 "환경파괴 우려가 있다"며 공사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국회 예산도 배정되면서 지난 6년간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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