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유가초'의 멈춘 행복교육...통폐합 조례 결국 통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7.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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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본회의 가결, 9월부터 테크노폴리스 신설교로 이전 / 학부모.시민단체 "조례무효소송"


유가초 학부모들의 '통폐합 반대'(2016.7.26.대구시의회)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가초 학부모들의 '통폐합 반대'(2016.7.26.대구시의회)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농촌지역인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있는 작은학교 유가초등학교의 행복교육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전교생 1백여명이 텃밭을 기르고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던 조금 다른 교육실험은 '향후 학생 수 감소'라는 경제논리에 밀려 폐기된다. 학부모들 반발에도 교육감 의지는 강했고 시의회는 무력히 통폐합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유가초는 9월부터 대형학교로 이전 통합돼 개교 83년만에 문을 닫는다.

의사봉을 두드려 통폐합 조례를 통과시키는 류규하 의장(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사봉을 두드려 통폐합 조례를 통과시키는 류규하 의장(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한 우동기 교육감, 오석환 부교육감, (뒷줄 왼쪽부터)김영탁 교육국장, 권용탑 행정국장(2016.7.26.대구시의회 본회의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한 우동기 교육감, 오석환 부교육감, (뒷줄 왼쪽부터)김영탁 교육국장, 권용탑 행정국장(2016.7.26.대구시의회 본회의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의장 류규하)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원들 만장일치로 원안 가결시켰다.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배창규 위원장의 조례안 심사결과 보고 후 반대 토론이나 의원들의 이의제기 없이 일사천리로 조례안은 시의회를 통과했다.

배 위원장은 "아동 수 감수로 신설교 이전 통합이 불가피해 개정에 큰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신설교가 정상 개교 안되면 피해가 발생해 원안 가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후 의장의 의사봉 3번 소리에 조례는 통과됐고 유가초는 통폐합됐다. 방청석의 유가초 학부모들은 항의하며 퇴장해 시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본회의장을 빠져 나오던 우동기 교육감을 향해 "사과하고 가십시오"라고 외쳤지만 우 교육감은 이를 외면하고 후문으로 빠져나갔다.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유가초 학부모들(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유가초 학부모들(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례 통과 후 항의 의사로 퇴장하는 이들(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례 통과 후 항의 의사로 퇴장하는 이들(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따라 1933년 달성군 유가면 유가길 46에 설립된 유가초와 부속 병설유치원은 83년 긴 역사를 뒤로하고 오는 9월 1일자로 유가면 테크노대로5길 34에 신설되는 대형학교로 통폐합된다. 전교생 114명은 2학기부터 현재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3.5km 떨어진 신설교로 등교해야 한다. 신설교 교명은 당초 테크노4초교가 아닌 유가초를 유지하지만 사실상 유가초는 신설교에 흡수 이전돼 사라진다.

대구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통폐합을 추진했다. 통학구역 내 향후 학생 수 감소를 우려해 신설교로 이전 통합하여 적정규모 학교에서 교육력을 제고하는 것이 취지다. 이후 교육청은 지난 6월 7일 조례 입법예고를 했다. 시의회 교육위는 7월 21일 조례를 통과시켰고 시의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유가초 통폐합 조례 통과 규탄 기자회견(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가초 통폐합 조례 통과 규탄 기자회견(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입법예고 두 달이 안돼 학교 하나가 사라져 학부모들과 지역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유가초는 개교 후 30여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교육청이 4년 전 '대구행복학교'로 지정하면서 입시교육대신 '슬로우교육'을 벌여 학생수가 114명으로 늘어 소규모학교 우수사례로 뽑혔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생 수를 이유로 자신들이 지정한 행복학교 문을 갑자기 닫으라고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3월에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또 교육부 권고안에 따르면 면소재지 학교는 60명 미만만 통폐합 대상이다. 유가초 학생은 1백여명 이상이다. 통폐합을 위해선 학부모 3분2 이상 동의도 구해야 한다. 교육청은 "80% 이상 동의했다"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설문조사 문항 불공정"을 이유로 자신들이 다시 설시한 조사에서는 "57.8%가 반대했다"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통폐합 대상인 대동초 학생이 시의회를 바라보고 있다(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다른 통폐합 대상인 대동초 학생이 시의회를 바라보고 있다(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본회의 종료 후 유가초 학부모의 항의를 보는 우 교육감(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본회의 종료 후 유가초 학부모의 항의를 보는 우 교육감(2016.7.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교조대구지부 등 11개 단체가 참여하는 '작은학교살리기 대구공동대책위(공동대표 서승엽, 임성무, 이주호, 김수옥)'는 이날 본회의를 방청하고 조례 통과 후 항의 의사로 퇴장해 시의회 앞에서 교육청·시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수옥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 대표는 "유가초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표해 개정조례안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소송과 조례무효소송을 내겠다"며 "동시에 분교 요구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청은 유가초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작은학교를 통폐합 할 것"이라며 "유가초는 희생됐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하지 않은 통폐합은 더 이상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구시의회 본회의에는 대구교육청의 또 다른 통폐합 대상인 대구시 북구 작은학교 '대동초등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참석해 유가초의 통폐합 개정조례안 통과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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