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통폐합 대상 '작은학교 살리기' 힘 모았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7.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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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초·대동초 등 '공대위' 결성 / "교육청, '3년 사전예고' 어겨...소규모학교 통폐합 조례 개정, 반대"


학부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이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강행하자 학부모와 지역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유가초 통폐합반대 학부모대책위원회', '대동초 폐교반대 학부모대책위원회', 전교조대구지부 등 11개 단체는 대구교육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진에 반발하며 '작은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15일 오후 교육청 앞에서 발대식을 갖고 "졸속적 통폐합 중단"과 "교육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유가초, 대동초 학부모들과 지역 시민단체가 '작은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2016.7.15. 대구시교육청 앞)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유가초, 대동초 학부모들과 지역 시민단체가 '작은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2016.7.15. 대구시교육청 앞)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공대위는 "교육청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은 경제적 관점에 따른 산술적 개념"이라며 "경제논리를 앞세운 통폐합정책은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스스로 약속한 3년간의 '사전예고제'를 지키지 않았다"며 "소규모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구성원간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졸속적 통폐합 중단 ▷소규모학교 교육여건 개선 ▷학생수 과밀 해소를 위한 학군 개편 등을 촉구했다.

김수옥 유가초 학부모대책위 대표는 "교육청은 지역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을 돈의 가치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6개월만에 학교가 없어지게 된다"면서 "교육주체 간에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성무 공대위 공동대표는 "교육청과 교육감은 크고 좋은 시설만 학교로 보는 것 같다"며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 만사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의 이동을 원하는 경우가 보장돼야 한다"며 "무분별한 통폐합이 계속되면 대구에서 작은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 소규모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학교 그냥 놔두세요" 유가초 학생들이 그린 그림 (2016.7.15)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우리학교 그냥 놔두세요" 유가초 학생들이 그린 그림 (2016.7.15)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앞서 지난달 7일 교육청은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달성군유가면의 '유가초등학교'를 오는 9월 1일자로 현풍면 테크노폴리스지구에 신설되는 '테크노4초등학교(가칭)'로 '이전통합'한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학교는 정원 1,050명으로 예정돼 있다. 학생수 114명의 작은 학교가 큰 학교로 흡수통합되는 사실상 '폐교'인 셈이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51조)'에 따라 공립학교 신설과 통폐합은 시·도교육감에게 권한이 있지만 명칭변경, 주소이전, 통폐합 등을 하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오는 21일 개정안은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유가초 학부모대표단은 이 개정안을 막기 위해 18일 오전 우 교육감과 면담을 가진다. 또 오후에는 공대위 공동대표단이 시의회 교육위원들과 만난다.

현재 유가초를 포함해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북구 대동초(산격초로 통합)·복현중(경진중), 동구 신암중(아양중), 달서구 학산초 등 5곳이다. 통합될 학교가 정해진 학교들은 모두 내년 3월까지를 목표하고 있다. 본리중·동본리중이 합쳐져 지난 3월 개교한 달서구 새본리중도 추진 1년만에 학교가 통폐합됐다. 지난 2011년 대구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통폐합 가능성이 있는 학교에 3년 전 사전예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후 오후 4시에는 대동초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등 80여명이 교육청 앞에서 "통폐합 반대" 집회를 가졌다.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대동초는 전체 학생수 149명으로 최근 교육청이 인근 산격초(학생수 404명)로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다. 이들은 "통폐합 절차 준수"와 "졸속행정 중단"을 촉구했다.

대동초 학생과 학부모 80여명이 '학교 통폐합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2016.7.15)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동초 학생과 학부모 80여명이 '학교 통폐합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2016.7.15)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특히 재학생 40여명이 참석해 학교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냈다. 5학년 이혜섭 군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친구들과 깊게 친해질 수 있어서 학교폭력이 없다"고 했다. 6학년 박보연 양은 "내년에도 후배들이 학교를 계속 다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6학년 김수민 군도 "학교가 없어지면 슬플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학부모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주호 대동초 학부모대책위 대표는 "학교가 통폐합되면 아이들이 경쟁과 학교폭력 등 획일화된 교육행정에 내몰릴 것"이라며 "작은 학교를 지켜 교육의 참뜻을 이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학년 자녀를 둔 최혜영씨는 "제대로 된 설명회 없이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며 "교육청과 학교는 절차를 무시하면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 학교통폐합 기준은 읍·면지역 학생수 60명, 도시지역 2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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