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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설계 취약, 비도 못 피하는 원전 옆 마을 '지진 대피소'
'월성원전' 나아리 유일한 대피소 '나산초' 내진설계 절반만, 방호장구 있는 마을회관은 미적용...시 "보강"
2016년 10월 05일 (수) 10:01:12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 경주 양남면 나아리의 재난 긴급 지정대피소 나산초등학교(2016.9.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나아리에 사는 한 70대 주민은 지난 9월 12일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저녁 마을이장 방송에 따라 지정대피소인 나산초등학교로 향했다. 이불, 겉옷, 귀금속을 챙긴 뒤 손주들과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안내원은 없고 조명도 꺼져 그는 야외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며 손주들과 불안에 떨었다. 황당함에 뒤늦게 지자체에 따져물었더니 "대피소가 운동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나산초 모든 건물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으니 다음에는 건물에 멀찍이 떨어져 피신하라"는 조언(?)도 들었다.

   
▲ 원전 사고 대비 방호장구 보관함이 잠겨 있다(2016.9.26.나아리마을회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용화 양남면 나아리 이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그 할머니는 이장 방송을 듣고 손주들과 피신을 갔는데 대피소라는데가 아무 준비도 안돼 있는 운동장이라 정말 황당해 했다"며 "당연히 대피소라면 비 정도는 피할 수 있는 강당이나 학교 실내인지 알았는데 그렇게 허술해서야 원전 사고라도 나면 더 큰일 아니겠냐. 게다가 내진설계까지 덜 됐다니 피신을 하라건지 말라는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6기가 몰린 원전 옆 마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유일한 지진·해일 지정 긴급대피소인 나산초등학교가 사실상 내진설계가 절반밖에 돼 있지 않아 주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야외 운동장이 대피 장소로 지정돼 비가 내리거나 한겨울에는 주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전사고 주민방호장구가 있는 마을회관은 아예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고, 방호장구 보관함도 잠겨 있어 주민들이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나아리에서 1km 떨어진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2016.9.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양남면 나아리의 지진·해일·원전사고에 대비한 유일한 긴급 지정대피소로 양남면 읍천리 나산초를 지정했다. 나아해변과 가옥 밀집지역에서 6백m 떨어진 오르막길에 위치해 있고 수용인원이 1천명으로 주민 815명(2016.9월 기준)을 충분히 피신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하지만 지난 9월 한 달간 규모 5.8의 강진에 이어 여진이 4백회 넘게 경주에서 발생한 뒤 원전 옆 마을의 유일한 대피소에서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다. 나산초 본관·후관·강당 3개동 중 2곳만 내진설계가 됐고 후관동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다. 내진설계 된 강당도 2007년 준공 후 내진성능 평가를 미수행했다. 대피소도 실내가 아닌 야외 운동장으로 비, 눈을 피할 수 없고 낙석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나산초 곳곳을 둘러봐도 대피소 현판만 정문에 작게 걸려 있을뿐 안내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또 원전사고에 사용하는 주민방호장구(방독면·방호복)가 보관된 나아리마을회관은 아예 내진설계가 안돼 있다. 현행법상(건축법 시행령) 2005년부터 지어진 3층이상 건물은 내진설계를 해야하지만 마을회관은 법 제정 전인 2003년 11월에 경주시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또 마을회관 1층 로비에 있는 방호장구 840세트도 보관함이 열쇠로 잠겨 유사시에 급하게 쓸 수 없게 돼 있었다.

   
▲ 이주를 촉구하는 나아리 주민들의 현수막(2016.9.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윤석범 경상북도경주교육지원청 시설팀 계장은 "지진 발생 후 교육부에 예산 169억원을 신청했다"며 "얼마가 배정될지 모르지만 가장 먼저 원전 인근 마을에 배분하겠다. 반드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고현관 경주시 복지지원과 시설팀장은 "마을회관은 내진설계 법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원전인근은 원전지원금으로 짓지 않겠냐"고 해명했다. 우해근 양남면사무소 총무팀 건축담당관은 "현행법상 설계해야지만 준공 당시에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아 설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지진으로 불안한 주민들이 지난달 21일부터 황성공원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것을  도시공원에서 금지하는 야영행위(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보고, 주민들에게 10월 3일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지난달 30일 보냈다. 그러나 시는 지난 4일 주민들과 현장에서 협의를 하고 계고장을 모두 회수했다. 현재 텐트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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