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쓴 박근혜' 풍자한 대구 거리 예술가에 벌금 3백만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0.2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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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동 생가 근처 그라피티, 검찰 "재물손괴" / 22일 모금 공연 "공권력, 표현의 자유침해 멈춰야"


대통령을 풍자한 대구지역 예술가들에게 잇따라 벌금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왕관 쓴 박근혜'를 그린 대구 거리 예술가에게 검찰이 '재물손괴죄'로 벌금 3백만원을 약식명령했다. 1년전 박정희 전 대통령 '파파치킨' 풍자화를 그린 대학생에게 벌금 1백만원을 선고한 후 두 번째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해 삼덕동에 박 대통령 풍자화를 붙인 정모(26.필명 팔로)씨를 '재물손괴죄'로 지난 9월 23일 벌금 3백만원에 약식명령했다"고 20일 밝혔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정씨에게 약식명령 통지서를 보내고 "26일까지 벌금 3백만원을 입금하지 않을 경우 검거나 강제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모(팔로)씨가 지난해 동성로 일대에 붙인 박 대통령 풍자화 / 사진 제공.대구민예총
정모(팔로)씨가 지난해 동성로 일대에 붙인 박 대통령 풍자화 / 사진 제공.대구민예총

정씨는 2015년 6월 18일 동성로와 박 대통령 삼덕동 생가 근처 일대 건물벽, 공사장 펜스에 박 대통령 풍자화 6점을 붙였다. 대구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는 다음 날 그림을 수거해 재물손괴죄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CCTV, 휴대폰 통화내역 조사를 바탕으로 정씨를 특정해 1차례 소환 후 검찰에 송치했다. 올초 검찰은 '재물손괴죄' 혐의로 정씨를 약식기소했고 정씨가 정식 재판을 포기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풍자화는 영국 펑크 록밴드 '섹스피스톨즈'의 앨범 'God Save the Queen(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 표지를 패러디했다. 영국 국기 앞에 영국 권위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여왕 눈과 입을 막은 원형을, 태극기 배경에 왕관을 쓴 박 대통령의 눈과 입에 'Please Grind(제발 갈아줘)'라는 문구로 변형했다.

그림을 그린 당사자는 지역의 거리 예술가 20대 정모씨로 그라피티 태그 네임(고유 닉네임)은 '팔로'로 밝혀졌다. 정씨는 전철이나 건축물 벽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GRAFFITI)' 예술의 일종인 페스트업 방식으로, A4용지에 자신이 패러디한 그림을 인쇄해 동성로 일대에 붙였다.

김모씨의 대백 건너편 건물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그림(2014.11.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모씨의 대백 건너편 건물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그림(2014.11.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팝아티스트 이하의 전두환 비자금 환수 촉구 대구 전시회(2013.8.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팝아티스트 이하의 전두환 비자금 환수 촉구 대구 전시회(2013.8.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풍자에 대한 압박은 현 정권에서 본격화됐다. 특히 2014년 서울경찰청은 '전단지 살포 행위자 발견 대응요령' 공문을 일선서에 보내 논란을 빚었다. 실제로 풍자의 댓가는 전국 예술가에게 벌금으로 돌아왔다. 팝아티스트 이하, 사회적예술가 홍승희가 대표적이다. 대구에서는 대학생 김모(경주.푸가지)씨가 동성로 한 건물에 닭 모습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 그라피티를 그려 지난해 처음으로 벌금 1백만원에 처해졌다. 

당사자인 정모(팔로)씨는 2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여왕처럼 군림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패러디한 것 뿐"이라며 "예술이 범죄가 되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무섭다.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예술단체들은 김씨의 벌금형을 '부당하다'고 보고 이를 지원하는 모금 공연을 연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지회', '프로젝트팀 10월의 마지막밤'은 오는 22일 저녁 8시 삼덕동 음악클럽 얼반에서 진행되는 10월항쟁 70년 희생자 추모 기획공연 'His name is 황말용' 입장료 전액을 벌금에 지원한다. 남은 금액은 공권력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항한 지원금, 창작기금으로 쓴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작품으로 시대를 비판한 예술가를 범법자로 만드는 기형적 시대"라며 "거리에 있는 치킨집 전단지은 무죄고 대통령 비판 그림은 유죄라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저항 예술가에게 재갈을 물리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His name is 황말용' 공연 입장료는 1,000원부터 자율제이며, 밴드 찰리키튼과 레미디어쿠스틱,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오늘도무사히가 출연해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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