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작·배포에 첫 '유죄' 인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2.22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지법, 박성수씨에 징역1년· 집행유예2년 선고 "명예훼손" / "권력 비판에 재갈물리기, 항소"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제작·배포해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회활동가 박성수(42.전라북도 군산)씨에 대해 법원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제2형사단독 김태규 부장판사)은 22일 박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피고 박성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가 긴밀한 연인관계에 있고, 세월호 사건 발생 당일 두 사람이 함께 있어 사고에 대처할 수 없었다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내용의 전단지를 제작하여 유포하고, 이 사실을 공개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피해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개인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명예훼손' 혐의가 모두 인정돼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대구지방법원(2015.12.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법원(2015.12.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직자 비판은 자유민주주의 요체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도 권장되지만, 피고는 이를 빙자해 공무수행에 대한 상식적 문제 제기가 아닌 음란한 사진과 저속한 글을 게시해 표현의 자유 영역을 벗어났다"며 "박 대통령과 정윤회가 불륜에 있는 듯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근거 없이 세월호 사건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정씨를 만난 듯한 악의적이고 경솔한 공격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음란하고 저속한 사진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고 소문정도의 사실로 일방적 매도를 하며 공직자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전단지와 페이스북 등에 이 같은 사실을 게재해 건전한 비판과 풍자, 해학이 아닌 여성 대통령에 대한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를 받는 중에도 미신고 집회를 벌여 진지한 반성 없이 법질서를 무시했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전과가 없고, 공직자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 희망을 버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오른쪽)대구구치소에서 풀려나는 박성수씨(2015.12.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른쪽)대구구치소에서 풀려나는 박성수씨(2015.12.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따라 박씨는 지난 4월 28일 대구구치소에 수감된지 8개월만인 22일 오후 풀려났다. 이날 재판부는 또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를 올해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배포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회활동가 변모(46)씨와 신모(33)씨에 대해 각각 500만원, 100만원의 벌금 선고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중 첫 유죄 판결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지난 17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현재 박 대통령 관련 명예훼손 사건은 박성수씨,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박래군 사회활동가, 언론사 CBS, 가토 다쓰야 국장 등이다.

박씨와 변호인,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박씨는 22일 대구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정씨 염문은 <조선일보>, <산케이신문> 기사고, 게시한 사진과 그림도 언론에서 나온 보도에 불과하다"며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 변씨, 신씨는 모두 항소할 예정이다. 

박씨가 제작해 배포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씨가 제작해 배포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박씨는 "국정 최고 책임자, 대통령, 권력자 박근혜를 비판한 것이지 여성 박근혜를 비판한 적은 없다"면서 "가토 다쓰야 국장은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 내가 유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 같은 판결은 시민들의 대통령을 비판할 권리, 민주주의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도대체 얼마면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필요하다면 대법원까지 무죄를 다툴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곧 청와대 앞에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행태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숙 변호사는 "대통령을 비판한 시민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했고, 류제모 변호사는 "유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도 "권력 비판에 재갈물리기"라며 "시대역행이자 민주주의 퇴보"라고 비판했다.

대구수성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를 뿌리는 박씨(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수성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를 뿌리는 박씨(2015.4.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박성수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제작·배포했다. 전단지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정모씨 염문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내용도 적혔다. 대구지역 사회활동가 변씨와 신씨 등 3명은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 이 전단지를 배포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수성경찰서가 수사를 벌이자 박씨는 지난 4월 21일 경찰 '과잉수사'를 규탄하며 수성경찰서에 앞 표지석에 개사료를 뿌렸다. 일주일 뒤에는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곳에서 박씨는 미신고 옥외집회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긴급체포됐다.

이후 박 대통령 전단지 제작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은 수성경찰서에 4월 30일 신병인수됐다. 경찰은 박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대구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5월 11일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명예훼손' 관련 재판 진행 과정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 2건까지 병합돼, 법원은 박씨에 대해 '집시법'으로 영장을 재발부했다. 때문에 박씨는 8개월간 구속돼 있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