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었으면 좋겠어요"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저녁, 대구의 도심거리는 캐롤 대신 하야송 울려펴지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으로 가득 찼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같은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오길 바랐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24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내려와라 박근혜 8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대통령 즉각 퇴진과 새누리당과 재벌총수 등 국정농단 공범들의 처벌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다.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조기 퇴진', '재벌총수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며 8번째 시국대회를 이어가는 동안 락밴드 아프리카, 경북대 민주동문회 합창단 등은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일어나', '민중의 노래' 등의 노래 공연으로 집회의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중앙로에서 반월당, 명덕네거리를 거쳐 새누리당 곽상도 의원 지역사무소 앞까지 1.5km가량 행진한 뒤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을 지역사무소 앞에 걸며 곽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20대 총선에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근혜계) 6인 중 한명으로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청소년들은 트리모양의 메시지로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으며 시민들의 2017년의 염원을 담은 쪽지로 가득한 하야 트리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주범들의 구속을 바라는 감옥도 등장했다. 헌법재판소의 빠른 인용 결정을 촉구하는 연하장 보내기 부스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이곡초등학교 5학년 김혜강 학생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원한다"면서 "아직 세월호 안에 9명의 언니 오빠들이 있다.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가 부끄럽다"고 했다. 문경에서 온 성윤채(28)씨는 "최순실을 비롯한 많은 국정농단 주범들이 청문회 불출석도 모자라 혐의까지 부정하고 있다"며 "촛불의 힘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나전호(69)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고, 친박 국회의원들은 몰락하는 일만 남았다"면서 "헌법재판소와 검찰, 국회가 본인의 역할을 잘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최상현씨는 "열심히 살면 되는 줄 알았다"며 "국민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을 반성한다.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당사자들은 그대로다. 이제 시작이다. 함께 힘내자"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영주(55)씨는 "복지가 필요한 이들의 생계비는 점점 줄었다. 대통령에게 월급주는 국민으로서 화가 난다"며 "이번 기회에 국정농단 주범들을 비롯한 국가 예산을 빼먹는 이들을 뿌리까지 뽑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성여고 3학년 정수정(19)씨는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를 위해 만든 역사왜곡에 지나지 않는다"며 "5.16은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다. 경제를 살렸다고 해서 독재와 폭력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오는 31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9차 시국대회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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