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하고 돈은 덜 받는 대구 청년들, 계약서는 왜 쓰나요?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2.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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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 84.5%가 근로계약서보다 1.5시간 더 일해 · 수당 지급율은 30%대..."노동환경 개선 필요"


대구 청년 대다수가 수당조차 받지 못한 채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청년유니온(위원장 최유리)이 지역 청년들의 노동환경을 조사한 결과, 84.5%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며 수당을 받지 못한 이들은 63.2%에 달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1.1시간이었으며 근로계약서 상의 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은 평균 1.5시간 차이가 났다.

대구지역 청년노동 특성
자료. 대구청년유니온
자료. 대구청년유니온

시간 외 수당과 연차 미사용 수당 지급비율은 각각 36.8%, 31.2%에 그쳤으며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조직문화에 노출됐지만, 노사간 협의기구가 있는 비율은 23.5%에 불과했다. 또 직장 내 제기된 문제나 부당함에 대해 53.6%가 '동료에게 하소연한다', 25.2%가 '참는다'고 답했다.

공공서비스직 청년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나타낸 피켓(2017.2.8.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공공서비스직 청년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나타낸 피켓(2017.2.8.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간 동성로에서 만 15~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설문지 문답과 면접을 통해 공공서비스 종사자 208명, 민간서비스 200명, 사무직 224명, 현장직 170명 등 총 802명이 답했다. 대부분 졸업 후 처음 가진 직장으로 평균 나이 26.7세, 한 달 평균임금은 175만원이었다.

직종별로 보면, 공공서비스 노동자 88.5%가 직장 내 인력부족을 호소했고, 82.6%가 업무 중 무리한 요구나 신체·언어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민간서비스는 절반이 비정규직이었으며 무리한 요구나 폭력을 당한 경험은 94.5%로 공공부문보다 높았다. 그러나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회사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나 대응매뉴얼이 있는 곳은 40%에 불과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대구 청년들의 목소리(2017.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대구 청년들의 목소리(2017.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무직의 경우,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가 뚜렷했으며 57.5%가 상사에 의해 출·퇴근이 정해진다고 답했다. 특히 45.1%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아 계약 당시 정한 초과근무보다 근무시간이 길어도 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현장직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전체 51시간보다 6시간 많은 57시간, 초과 근무가 당일 결정되는 비율도 35.8%에 이르렀다.

이 같이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을 받고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수당조차 보장받지 못한 청년들은 '법정 근로시간 준수'와 '수평적·합리적 조직문화'를 가장 바랐다. 이어 '일한 만큼 보장받는 임금', '휴일·연차 보장', '복리후생과 복지혜택', '공평한 업무분배', '정시 출·퇴근' 등도 꼽혔다.

2016년도 대구 청년노동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2017.2.8.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6년도 대구 청년노동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2017.2.8.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청년유니온은 8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은 무용지물"이라며 "일자리 창출보다 청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고용창출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청년노동 실태를 파악해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오는 23일 지역 청년·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청년정책토론회를 가진다. 이 자리에서 ▷청년 노동교육 의무화 ▷중앙로 휴게공간 설치 ▷양질의 일자리 제공 ▷청년 노동실태 정기조사 등의 정책을 논의해 대구시에 정식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최유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수조차 없다"며 "청년실업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도 "대구시의 청년 고용정책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며 "실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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