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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꿈꾸던 '구의역' 청년..."모두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대구 추모발언대 / "최저시급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청년...차별없는, 약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2016년 06월 10일 (금) 12:26:08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pnnews@pn.or.kr

   
▲ 한 20대 여성이 숨진 구의역 청년노동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쓰고 있다.(2016.6.9)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다 숨진 용역업체 직원 김모(19)씨를 추모하기 위한 발언대가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 마련됐다. 20대 청년들은 추모의 메시지와 함께 '비정규직'으로서 겪은 차별에 대해 털어놨다. 추모 발언대가 마련된 9일은 구의역 사고 희생자의 발인이 있던 날이다.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다 이유 없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해고해선 안 된다고 하자 사장이 '내가 알바한테 어떻게 더 해줘야 하냐'고 되물었다. 에너지 넘치고 가능성이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임금이 낮다고 일하는 사람조차 낮은 대우를 받는 현실이다" 이설기(26)씨의 말이다.

   
▲ 구의역 청년노동자 추모대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설기(26)씨(2016.6.9. 동성로 한일극장 앞)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학원 강사 등 20대가 되고부터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온 그는 "구의역 청년노동자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사람이 또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청년·노동자·약자의 죽음에 무덤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가방에서는 컵라면과 수저가 나왔다. 식사도 거른 채 정규직의 꿈을 갖고 일했던 죄밖에 없는 그의 죽음에 한없이 슬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년 김영교(24)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청년들은 최저시급으로는 학비, 생활비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시급이 조금 높은 위험한 일을 찾는다. 그들이 혈기가 넘쳐서가 아니다. '너 말고도 할 사람 많다'며 청년노동자의 삶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이 희생돼야 사회는 안전대책을 마련할까. 이렇게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고는 또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모두 20대의 경험담과 생각이다.

   
▲ 구의역 청년노동자 추모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2016.6.9)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씨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2인 1조의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일하는 사람을 충분히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동자의 임금은 줄여야 할 비용으로 여겨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대를 지켜보던 권준범(23)씨도 "구의역 사고는 어쩌다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 강남역·성수역처럼 이전에도 있어왔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있을 사고다. 기업과 사회가 생명보다 이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그를 잊어선 안 된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그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추모 포스트잇을 쓰고 있는 학생들 (2016.6.9)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한 20대 여성은 게시판에 붙은 10여개의 포스트잇을 바라보다 "미안합니다. 이번에도 지켜주지 못 했습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고등학생들의 참여도 있었다. 황모(18)양은 "19세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안타깝다. 안전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먼저 약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대구청년유니온,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알바노조대구지부 등 3개 단체는 지난 3일 한일극장 앞에 '구의역' 희생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박인화(22)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이번 사고를 제대로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지난주부터 구의역 청년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한 게시판이 설치됐지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훼손됐다.

   
▲ 구의역 청년노동자 추모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2016.6.9)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구의역 청년노동자 추모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2016.6.9)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승강장에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19세 청년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신고접수 후 1시간 이내 도착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사고 당시 홀로 작업해야만 했다. 2013년 성수역에서, 지난해 강남역에서 같은 이유로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후 서울메트로 측은 2인1조 작업을 규정했지만 매뉴얼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또 다시 하청노동자가 숨진 사고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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