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애앵- 사드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아침마다 울리는 경보음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오는 공사장비를 막기 위해 주민들은 밥을 차리다가도, 논에 물을 대다가도 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회관 앞 도로에 모인다.
25일 오전 9시쯤, 성조기 마크가 달린 공사장비를 실은 트레일러 두 대가 초전면 쪽으로 이동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동시에 마을에는 검은 전투복을 입고 방패를 든 경찰이 들이닥쳤고 경찰 버스 수 대가 회관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주민들이 도로에서 농성하자 경찰은 순식간에 이들을 둘러쌌다.
이 같은 소식이 SNS채팅방으로 퍼지면서 성주, 김천, 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소성리에 모였고, 경찰은 1시간가량 대치 끝에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군과 경찰은 마을 앞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으며, 머리 위로는 군 헬기가 떠다니고 있다. 지난 20일 외교부가 사드부지의 미군기지 공여 절차를 끝낸 후의 소성리 일상이다.
주민들은 경찰과 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도 주민들의 항의로 마을 입구에 주차된 경찰 버스 4대가 철수했다. 여모(80) 할머니는 "치과 치료를 위해 외출하려다가도 나 하나라도 사드를 막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 나온다"며 "매일 매일 속이 탄다. 그래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이까지 왔다"고 말했다.
도금연(78) 할머니도 "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깜짝깜짝 놀란다. 매일 경찰이나 군 장비가 들어오는데 하루종일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며 "순찰한다고 돌아다니는 경찰들도 웃기다. 우리 마을에서 제일 수상한 사람들은 경찰"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모(73)씨는 "정부가 하는 일을 다 막지 못하는 걸 알지만 그래도 300일 가까이 군청 앞에서 촛불 들어왔다. 마을 앞에서 보초를 서고 1인 시위를 하면서 해볼 때까지 해볼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김천 월명리 쪽에서 미군의 공사용 중장비가 골프장 진입을 시도했다. 진밭교에서 농성 중이던 원불교 교도들이 이를 막아섰지만, 경찰의 차벽설치로 인해 결국 부지 기초공사 장비 2대는 골프장으로 들어갔다. 지난 22~23일 오전에는 유류차량을 비롯해 부식차량, 구급차가 골프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주민들과 7시간가량 대치 끝에 돌아갔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롯데와의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후 마을회관 앞 도로를 지키고 있다. 현재 회관 앞 천막 4동에는 주민들과 전국 각지에서 온 평화지킴이들이 매일 밤 불침번을 서면서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공사차량을 막고 있다. 원불교 교도들의 농성에는 천주교, 기독교가 함께 하고 있다.
또 성주·김천 주민들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미군부지 공여 승인 무효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냈고, 더불어민주당 사드특별위원회(위원장 심재권)는 정부의 미군기지 공여 절차가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위반이라며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정부의 사드배치 강행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지난해 8월 1일 국회 교섭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원내대표단이 성주를 찾아 사드반대 당론을 밝혔지만 안철수 대선후보가 사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24일 당내 의원 39명 가운데 34명의 찬성으로 당론을 뒤집었다.
이와 관련해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 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등 4개 단체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성주 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며 "국익을 훼손할 것이 뻔한 사드배치 찬성은 도의에도 어긋나고, 정당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주민들 역시 쓴소리를 이어갔다. 황의준(70)씨는 "주민들이 이정도까지 하는데 정치인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드를 반대한다고 제일 먼저 뛰어온 국민의당은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꿨다. 괘씸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장모(80) 할머니는 "박근혜를 보냈으면 박근혜 사드도 같이 보내야 하는거 아니냐"며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여기 와서 사드배치 안 하겠다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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