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끝내 가로막힌 출근길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1.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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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전원 복직' 지시 후 해고자 10여명 832일만에 출근 시도 / 사측, 정문에 경비 배치해 출근 저지


정문을 막고 있는 사측,경비업체 직원 앞에서 항의하는 차헌호 지회장(2017.11.6.구미 아사히글라스)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문을 막고 있는 사측,경비업체 직원 앞에서 항의하는 차헌호 지회장(2017.11.6.구미 아사히글라스)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노동청이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2년 넘게 기다렸는데 왜 또 막습니까"(차헌호.44)

6일 오전 7시 30분 구미국가산업4단지 내 아사히글라스 정문 앞. 해고 832일만에 공장으로 출근한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10여명은 분통을 터뜨렸다. 사측의 일방적 해고 통보 이후 갖은 싸움을 벌인 끝에 대구지방고용노동청구미지청(지청장 박정웅)이 최근 전원 복직을 지시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지회장 차헌호)' 소속 해고자 10여명은 이날 해고 2년 4개월만에 공장으로 출근했다. 당초 노동청이 통보한 해고자 178명에 대한 '전원 복직(직고용)' 데드라인은 지난 3일이었지만, 사측이 아무 말이 없자 해고자들은 노동청의 복직 지시만 믿고 이날 출근 길에 올랐다.

그러나 사측은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을 공장 정문부터 배치해 해고자들의 출근 길을 막아섰다. 영하에 가까운 초겨울 아침 "출근하고싶다"는 해고자들과 "안된다"는 경비직원들의 실랑이가 공장 앞 정문에서 1시간 넘게 벌어졌다. 해고자들은 본의 아니게 공장 정문에서 '출근 투쟁'을 벌였다.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해고자들과 경비 직원들(2017.1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해고자들과 경비 직원들(2017.1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문 앞에서 가로막힌 해고자들 출근길(2017.11.6.)/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문 앞에서 가로막힌 해고자들 출근길(2017.11.6.)/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해고자들은 "노동청 직고용 지시를 이행하라", "출근하러 왔다. 왜 못 들어가게 막느냐"며 따져 물었지만 사측 관계자는 "불법 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노동청의 행정 명령을 거부한 회사를 향한 해고자들의 비판에 대해 사측은 "법대로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지난 2015년 7월 해고돼 지금까지도 계속 복직 농성 중인 해고자들은 결국 이날도 공장 정문을 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해고 2년만에 정문 앞에 섰다. 노동청 직고용 지시에도 사측은 버텨볼 요량인 것 같다"며 "해고자들의 고통을 끝끝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경북본부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온갖 혜택을 받으면서 노조를 탄압한 아사히글라스가 지금도 구시대적 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하루 빨리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고 촉구했다.

앞서 구미지청은 지난 8월 아사히글라스에 "11월 3일까지 해고자 178명 전원 직고용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고자 1명당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회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해고자 복직 데드라인인 지난 3일 오후 늦게 구미지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두 차례의 희망퇴직 기간 사직서나 소송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155명은 직고용 대상이 아니고, 현재 남은 23명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해고한 구미 아사히글라스(2017.1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해고한 구미 아사히글라스(2017.1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아사히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가로막힌 출근길(2017.1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아사히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가로막힌 출근길(2017.1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에 대해 아사히글라스 측은 "구미지청이 과태료를 부과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춘경 아사히글라스 노사담당자는 "하청업체에 고용된 이들이기 때문에 원청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어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며 "파견법 위반에 대한 법률적 판단도 나오지 않았다. 노동청이 과태료를 부과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은 "사측이 전원 직고용(복직)하라는 노동청 지시를 어겼으므로 이달 중에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다만 해고자 가운데 직고용(복직)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을 뺀 나머지 부분만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아사히비정규직노조는 오는 9일 오전 11시 대구지검 앞에서 사측에 대한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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