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여권 압수한 대학들...돌려준 1곳 외엔 '모르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8.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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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 A대학교, 유학생 수 백여명 여권 전원 반납 결정..."죄송, 위법인지 몰랐다"
다른 대학들은 여전히 '압수 중' / 인권단체 "해당 대학 관할 출입국에 일괄 진정서"


외국인 유학생 여권을 강제 압수한 국내 대학들 중 지금까지 돌려준 곳은 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단체는 관할 출입국관리소에 일괄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경북 A사립전문대학교는 지난 13일 그 동안 대학이 압수해 보관해온 유학생들의 여권을 모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A대학교 유학생 수 백여명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여권을 돌려받게 됐다. 이 대학에는 재학중인 유학생만 100여명이며, 졸업생을 다 합치면 수 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북 A대학교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줬다 / 사진.대구이주민선교센터
경북 A대학교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줬다 / 사진.대구이주민선교센터

해당 대학교 베트남 외국인 유학생 3명은 13일 당일 여권을 자신의 손에 쥐게 됐다. 짧게는 6개월~길게는 2년여만에 자신의 여권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들은 A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대학으로부터 강제로 여권을 압수당했다.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여권이 없어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최근 지역 인권단체에 이 사실을 제보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직접 여권 반환에 나선 A대학교 관계자는 "대학이 유학생 관리 차원에서 여권을 보관했는데 위법 소지가 있거나, 문제가 되는지 전혀 몰랐다"며 "일단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 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결정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돌려주고 있다.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여권을 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외교부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여권을 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외교부

하지만 경북 경주시 B대학교, 서울 C대학교, 경기도 용인시 D대학교, 경남 E대학교 등 10여 곳에 이르는 대학들은 여전히 유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뒤 일부 유학생들의 문의가 대학으로 빗발치고 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적어도 수 천여개의 외국인 유학생 여권이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대학 서랍장에 잠들어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초로 사실을 제보 받고 문제 제기에 나선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해당 대학교가 있는 관할지역 출입국관리소에 일괄 진정서를 내고 여권 반환을 요구하는 등 관리지도를 요구하기로 했다. 출입국관리법 제33조2항(외국인등록증 등 채무이행 확보수단제공 등의 금지)은 "외국인 여권·외국인등록증을 취업에 따른 계약·채무이행 확보수단으로 제공·제공강요·알선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유학생들이 법적 지식이 부족한 부분을 악용해 대학이 여권을 강제로 뺏는 것은 엄염한 위법"이라며 "A대학교 이외에 다른 대학들도 하루 빨리 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1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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