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여권 압수'?..."인권침해" 반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7.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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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영천 일부 대학 유학생들 "입학 직후 가져가"→시민단체 제보 "인권침해, 돌려줘야" 소송 검토
해당 대학들 "학생 비자·행정적 관리, 보호 목적에서 보관" / 출입국사무소 "사실 확인 후 개선 지도"


경북 경주시에 있는 4년제 A사립대학교에 재학중인 베트남 외국인 유학생 프엉(가명.2학년)씨는 한국에 온 이후 2년 동안 한 번도 베트남에 가지 못했다. 여름방학인 지금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

2014년부터 반년 동안 이 대학교에서 공부한 외국인 유학생 후엔(가명)씨도 비슷한 상태다.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둔 지금까지도 고국에 가지 못하고 있다. 이 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2016년 12월부터 석달 간 공부한 뒤 형편이 어려워져 학업을 중단한 베트남 유학생 쯔(가명)씨도 마찬가지다.

경북 영천시에 있는 2년제 B전문대학교에 다녔던 쿼, 릴 등 외국인 유학생 5명도 A대학교 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 C대학교 한국어학당을 포함해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D대학교, 경남에 있는 E대학교에서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다.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여권을 압수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있다 / 사진.외교부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여권을 압수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있다 / 사진.외교부

사연은 모두 같다. 입학 직후 대학이 여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은 대학에 몇 차례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자신의 여권은 여전히 대학 서랍에 잠들어 있다. 강원도에 있는 한 대학은 한 학생의 끈질긴 요구에 최근 여권을 우편으로 보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프엉씨는 3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입학하자마자 학교가 여권을 달라고 해서 줬다. 그냥 가져갔다"며 "다른 친구들 것도 학교가 가져갔다. 2년째 여권을 못봤다. 그게 문제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경북 등 일부 지역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여권을 압수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 여권을 강제로 압수해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유학생들의 피해 제보가 최근 1년새 10여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유학생들이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도 여권이 없어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태가 유독 경북지역에서 많이 벌어져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탈방지를 목적으로 여권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 돌려주지 않으면 위법성을 따져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인권단체는 "인권침해"라며 "여권을 돌려줄 것"을 대학에 요구했다 / 사진.외교부 여권 이미지
지역 인권단체는 "인권침해"라며 "여권을 돌려줄 것"을 대학에 요구했다 / 사진.외교부 여권 이미지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과거 일부 회사가 이주노동자 여권을 압수해 사업장 이탈을 막고 인권침해한 것과 비슷한 사례"라며 "신분증 압수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출입국관리법 제33조 2항(외국인등록증 등의 채무이행 확보수단제공 등의 금지)은 "외국인 여권·외국인등록증을 취업에 따른 계약·채무이행 확보수단으로 제공·제공 강요·알선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 

해당 A대학 한 관계자는 "학생 비자 관리 차원에서 보관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세한 것은 추가로 확인해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B대학 관계자는 "행정적 관리와 보호 목적으로 안다"고 짧게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한 담당자는 "당연히 여권을 그런식으로 가져가는 것은 안된다"며 "일단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한 이후에 위법적인 요소가 있으면 개선을 지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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