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대강사업 준공과 함께 세워진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 '낙동강 새물결' 위에는 검은 바탕의 흰 글씨로 '죽음의 사대강 눈감은 미술제', '4대강사업 홍보하는 강정 현대미술제 반대한다'는 문구의 시트지가 덧붙여졌다. 디아크관 주위에는 형형색색의 전시작들이 세워져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현판 앞에는 초록색 염료와 풀로 만든 '녹조라떼'가 놓여 있었고 빼곡히 자리 잡은 '4대강살리기 주역'들 이름 위에는 '대대손손 지탄받아 마땅한 범죄자들', '녹조라떼 어쩔거냐'는 문구가 새겨졌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김기용(51)씨는 퍼포먼스로 이 전 대통령의 사진에 '녹조라떼'를 뿌렸다. 김씨는 "강정 현대미술제는 사업화·근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한 현대미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미술계가 4대강 사업 홍보에 동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7회째를 맞는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는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해 지난 2012년부터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디아크(The arc) 광장 일대에서 해마다 이맘 때쯤 열리고 있다. 달성군은 예산 2억원을 들여 9월 7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 섬, 강정'을 주제로 17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16점을 광장 곳곳에 전시한다.
'대구현대미술제'는 1974년 기성세대의 권위에 이의를 제기한 지역 젊은 작가들이 낙동강변 일대에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시작된 전국 최초의 야외 미술제였다. 1976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열리다 1979년 5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설치 미술의 실험적 정신은 부산, 울산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30여년만에 부활한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에 대해 '4대강사업 홍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역 예술가, 환경단체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사업 치적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 반면 주최 측인 달성군은 "정치와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미술제가 다시 시작된 시점이 4대강 사업 완공됐던 2012년이고, 장소 역시 4대강사업 홍보관 앞"이라며 "국민적 지탄을 받는 사대강 사업을 달성군이 주민 혈세를 들여 해마다 홍보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수하들을 비호하는 김문오 달성군수 또한 MB 아바타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재규 달성군 문화예술팀장은 " 낙동강은 야외 현대미술제의 발상지다. 좋은 취지로 계승한 미술제"라며 "이제와 이런 주장을 하니 당황스럽다. 오히려 예술계 운신의 폭을 더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나영 대구달성문화재단 담당자도 "지역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예술성과 공공성, 역사성을 고려한 기획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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