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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쓰는 금강산 방북기
김두현 / "역사적 사실과 문화, 개성과 대구경북이 교류한다면"
2019년 02월 18일 (월) 10:40:47 평화뉴스 pnnews@pn.or.kr

   
▲ 금강산 봉우리(2019.2.13) / 사진. 김두현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찾은 금강산

2월 11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서울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10년만에 찾게 되는 금강산 방북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월 12일과 13일 금강산에서는 올해 첫 민간교류 행사로 지난해 4월의 판문점 선언과 9월의 평양 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행사가 개최되었다. 필자는 새해맞이 연대모임 추진위원회의 민화협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 되었던 박왕자씨 사건의 현장인 2008년 7월 11일의 금강산 해수욕장에 필자는 대학생 40명과 함께 ‘2008 대학생 생명평화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지 무려 10년 7개월만에 금강산을 가게 된 것이다.

서울 도착후 잡은 숙소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좀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오전 5시 출발장소인 경복궁으로 새벽길을 나섰다. 참가자들 모두 들뜬 표정이었다. 남북교류가 활성화 되었던 시기 쉽게 오고 갔던 길이지만 모처럼만의 방북이어서인지 살짝 긴장된 느낌마저 들었다.

3시간여 길을 달려 우리는 ‘동해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하였다. 간단한 출경수속을 마치고 북으로 길을 나선지 1∼20분이 지났는가, 눈에 익은 구선봉과 감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북녘땅이다. 이렇게 금방 넘어올 수 있는 길을 10년을 돌아온 것이다.

   
▲ 고성 남북출입사무소(2019.2.12) / 사진. 김두현

방북단을 실은 버스는 이내 북측출입사무소에 도착하였다. 모두 버스에서 내려 북측 세관원들의 짐 검사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북녘땅의 모습을 놓치기 아까운 듯 천천히 천천히 행사 장소인 금강산 호텔로 향했다. 오른편으로 남강이 흐르고 강너머 북측의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지 오래된 집은 다소 낡아 보였지만 새로 지은 집은 샷시가 설치되어 있는 등 주거환경이 다소 개선되어 보였다.

30여분 지나 우리는 어느새 금강산 호텔에 도착하였다. 로비에는 봉사원들이 도열하여 우리를 환영하였다.  나는 혹 아는 얼굴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눈에 띄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공식행사인 대표자 대회 참석을 위해 금강산 문화회관으로 이동하였다. ‘금강산교예단’의 공연을 하던 장소인 금강산 문화회관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 10년 만에 찾은 금강산호텔(2019.2.12) / 사진. 김두현
   
▲ 금강산담배와 호텔용품 / 사진. 김두현
   
▲ 금강산호텔 저녁식사 차림표와 계피과자...차림표 중 '오리고기낙화생찜튀기'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낙화생은 땅콩이다. / 사진. 김두현

1시간 진행된 대표자 대회에서 지난해 이루어진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의 이행을 위해 남북, 해외 모든 동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자는 내용으로 남북해외 대표자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또한 참석자들은 공동호소문을 통해 “남북 정상이 열어가는 새로운 남북관계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를 다함께 힘껏 열어나가고 특히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운동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적극 벌여나가자고 호소하였다. 또한 “4월 27일부터 9월 19일까지를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활동기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벌여나가기로 하였다.

   
▲ 남북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2019.2.12)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행사가 다소 지연되면서 예정되어 있던 시간을 40여분 넘겨 금강산 4대 사찰의 하나인 ‘신계사’로 향하였다. 금강산 4대 사찰은 내금강의 표훈사, 유점사, 장안사와 외금강의 신계사를 일컫는 것이다. 519년 법흥왕때 창건되었다고 알려진 신계사는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시 3층 석탑을 제외하고 전소되었지만 남측의 ‘금강산신계사복원추진위원회’(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이 공동으로 신계사 복원사업을 진행하였으며, 2007년 10월 13일에 복원되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때는 남측에서 파견한 제관스님이 절을 관리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조선불교도연맹’의 진각스님이 주지로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진각스님은 신계사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더불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간단한 염불도 진행하였다.

   
▲ 신계사 3층 석탁(2019.2.12)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신계사에서 바라 본 눈내린 세존봉, 문필봉 등 금강산의 봉우리는 여전히 수려하였고 금강송,  미인송이라 불리는 금강산의 적송은 고운 자태를 변함 없이 뽐내고 있었다. 북측 대표단, 해외대표단과 함께 하는 저녁 연회는 예정시간을 1시간 넘겨 저녁 8시에 개최되었고 2시 30여분간 진행되었다. 첫날의 일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평화와 통일의 희망을 안고 맞이한 111년만의 금강산 일출

새벽 5시 몸은 피곤하였지만 눈은 번쩍 뜨였다. 해맞이 행사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호텔 로비에 나가보니 다들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해맞이 행사를 위해 일찍 나와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나가다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호텔 도어맨 ‘강홍범’.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알아보았다. 어제 나를 잠시 보고 낯이 익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다고 했다. 나도 10년전 이곳에서 나를 보지 않았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였다. 10년만에 만남도 반가운데 몇십년동안의 이별뒤의 만남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만남의 기쁨도 잠시 나는 해맞이를 위해 버스를 타러 가야했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였다.

   
▲ 해금강에서 떠오르는 평화통일의 염원(2019.2.13)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 설봉산 전경(2019.2.13)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오전 6시 30분 해금강을 향해 대표단을 태운 8대의 버스는 출발하였다. 해금강에 도착한 후 저마다 편한 자리를 잡아 해가 뜨기를 기대하였다. 수평선 근처 구름이 다소 있어 일출을 보기 힘들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모두의 마음에 아마 남북관계의 미래가 밝고 희망차기를 기대가 가득했기 때문일까? 아침 7시 30분이 넘자 해금강의 해는 우리의 걱정을 씻어내듯이 힘차게 떠올랐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차례 1월 1일이면 어김없이 해금강에서 새해맞이를 하였지만 2019년 해금강의 해가 가장 선명하고 힘차게 떠올랐다. 다들 자기 평생에 본 일출 중 가장 아름답고 힘찬 해맞이라고 하였다.

해맞이 행사를 마치고 아침을 한 후 다시 돌아온 금강산 호텔 로비에서 나는 다시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도어맨 ‘방철수’. 이번에도 서로를 금세 알아보았다. 그래 이렇게 만나는 것이 다름 아닌 통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이후 필자는 ‘지역상봉모임’에 참가하였다. 부산, 대전, 강원 등 지역에서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참여한 대표단들이 북측의 6.15북측위원회와 민화협 성원들을 만나 지역 교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지역에서 남북선언을 이행하고 남북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였다.

필자는 일반적인 교류 외에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남북간 격전이 있었던 낙동강 지역의 유해룰 발굴하고 송환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남북간 적대의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에는 왕건과 견훤이 후삼국의 통일의 주도권을 결정한 고창(안동) 전투, 일리천(구미) 전투, 공산(대구) 전투 등 3대 전투가 있는 지역이기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문화를 중심으로 개성과 대구경북이 교류한다면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리 길지 않은 토론의 자리였지만 남과 북의 대표단들은 새롭게 열리는 평화의 시대, 통일시대에는 지역 교류의 활성화가 매주 중요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 지역상봉모임을 마치고 기념촬영(2019.2.13)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 제2온정각 모습. 이름이 '수정봉 식당'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2019.2.13)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지역상봉모임 이후 우리는 제2온정각이 있던 자리의 ‘수정봉식당’에서 점심을 하였다. 1시간 30분여 아쉬운 듯 길게 식사가 이어졌다. 식당에서는 ‘다시 만나요’라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오후 2시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친 후 버스에 몸을 실었고 올라갈 때와 달리 버스는 속도를 내어 남측으로 달렸다. 그렇게 10년 7개월만의 금강산 방북은 마무리가 되었다.

일상의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이 통일!!

필자는 이번 방북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15번 금강산을 오고 갈 때마다 거의 매번 만났던 리철숙 안내원의 소식이었다. 마지막으로 금강산을 찾은 2008년 리철숙 안내원의 나이는 34살이었고 당시 결혼을 하지 않은 노처녀였다. 눈이 높아서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 ‘제 눈이 아무리 높아도 눈썹 아래 있습니다’라는 재치있는 말로 받아쳤던 리철숙 안내원이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벌써 소학교를 다니는 아들도 있다고 한다. 거창한 것이 통일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의 소식을 나눌 수 있는게 바로 통일이 아닐까?  ‘강홍범’, ‘방철수’ 도어맨과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김한솔’선생은 이번 방북 때 다시 보게 되었다. 일상의 교류와 만남이 이어질 때 우리는 평화가 일상이 되고 사실상의 통일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금강산 방북에서는 꼭 리철숙 안내원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북은 변화하고 있었다.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김정은 시대 이후 강조하고 있는 인민생활의 개선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겨울이 되어도 비닐로 창을 대신하던 집에는 샷시가 달려 있었고 샴푸와 과자, 휴지 등 생활용품의 질이 개선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많이 미달하였지만 2000년대와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북의 변화의 흐름에 남이 이제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 해금강 일출(2019.2.13)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 금강산호텔 로비에서 북측 대표단과 함께...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김두현(2019.2.13) / 사진 제공.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남과 북이 손을 잡는다면 북은 물론이고 남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남북의 전면적 협력의 출발은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서부터 일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지 10년이 넘었지만 금강산 호텔 등의 시설은 예상보다 훨씬 잘 관리되어 있었다. 남과 북이 아무 조건 없이 문을 열면 되는 것이다.  2월 27일∼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회담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3월이면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본격적인 자연의 봄이 시작된다. 자연의 봄과 더불어 평화의 봄도 3월에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기고]
김두현 / 대구 수성구의원. 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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