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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동 재건축 세입자들 '뿔뿔이'...마지막 2가구 "생계 대책"

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 입력 2019.08.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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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싸운 이웃들 합의 후 떠나고 양말공장·학원 2집 남아 "실질적 이주대책" 요구 / "원만한 합의 조정"


대구 중구 남산동 재건축 현장에서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2019.5.29) / 사진.철거민대책위
대구 중구 남산동 재건축 현장에서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2019.5.29) / 사진.철거민대책위
남산동 한 세입자가 강제집행에 반대해 차량 밑에서 농성 중이다(2019.4.24) / 사진.철거민대책위
남산동 한 세입자가 강제집행에 반대해 차량 밑에서 농성 중이다(2019.4.24) / 사진.철거민대책위

남산동 재건축 현장에서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함께 싸운 세입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언론은 '갈등이 끝났다'며 마침표를 찍고 아파트 공사를 예고했지만 마지막 세입자들은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구시 중구 남산4-5지구 재건축 현장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오선미(39)씨와 형 정규관(61)씨와 양말을 파는 정규동(60)씨를 만났다. 마지막 세입자 2가구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앞서 2018년 5월 세입자 52가구로 시작한 '남산상가철거민대책위원회'는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함께 싸웠다. 하지만 하나 둘 떠나면서 28가구로 줄었다. 18가구가 떠나 10가구로, 거기서 더 줄어 2가구만 남았다. 대책위 총무 오씨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 집회를 열고 조합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버텼지만 이제 남은 방법이 별로 없게 됐다.

대구시 중구 남산동 4-5지구 재건축 현장(2019.8.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대구시 중구 남산동 4-5지구 재건축 현장(2019.8.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그는 2013년부터 남산동에 차린 작은 학원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오씨는 "세입자들이 모두 합의를 보고 재건축 갈등이 끝났다는 한 지역 신문사의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아직 2가구가 남았다. 우리가 여전히 여기 살고 있다. 이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2가구만 남은 대책위에 '총무'니 '대표'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냐"며 "먹고 살기 위해 학원 자리를 옮겼지만, 1년 반 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학원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다. 그동안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제대로 된 이주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중구청이 조합과 세입자 사이에서 중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억울하다"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생계 대책,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마지막 세입자 거처에 붙은 부동산명도 강제집행(2019.8.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마지막 세입자 거처에 붙은 부동산명도 강제집행(2019.8.23)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정규동씨, 정규관씨 형제는 지난 10년 동안 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작은 양말공장에 부동산 인도 공시가 나붙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부동산 점유권이 채권자인 재건축조합에 넘어갔다는 내용이다. 정씨는 23일이 돼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생계 수단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동생 규동씨는 "우리 형제는 여기서 태어나 자랐고 10년간 양말을 팔았다"며 "조합은 양말공장이 단순 창고이고 알박기라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장은 양말을 만들고 해외수출도 했는데 창고라니 말이 안된다"며 "이 나이에 이곳을 떠나 다시 삶의 터전을 일궈야 한다니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건축주택과 한 관계자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세입자에게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없어서 재건축조합에 대책을 마련해주라고 구청이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양측 입장을 조정하거나 조합에 입장을 전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편, 재건축조합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사무실을 찾았지만 조합 측은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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