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달 동안 조국사태를 거치며 한국사회에 언론과 검찰의 유착, 출입처 제도 등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때문에 KBS, YTN이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언론계의 취재관행 변화를 낳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연주 전 KBS(한국방송) 사장은 지난 20일 '조국 정국 이후 한국사회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MBC(문화방송)에서 열린 토론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은 언론과 검찰"이라며 "언론은 검찰을 견제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전 사장은 최근의 조국사태 관련 보도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9년 논두렁 시계 보도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 정보를 독점하고, 언론은 검찰이 먹이를 주듯 흘리는 정보를 비판 없이 받아쓴다"며 "출입처 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기자들은 정부의 사무실을 출입하며 온갖 편의를 제공받는다. 이 가운데 가장 들어가기 어렵고 특혜가 몰린 곳이 법조 출입처다. 기존 기자들이 출입여부를 정하고 엠바고를 깨면 기자들끼리 출입정지 처분을 내린다"며 "기자가 무슨 권한이 있어서 징계를 내리나. 정말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최근 KBS와 YTN(와이티엔)의 출입처 폐지를 들며 "올해 언론계 뉴스 중 가장 반가운 뉴스"라며 "한겨레, 경향신문, 연합뉴스 등 대형언론, 공공언론들도 여기에 발맞춰 잘못된 취재관행 개혁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언론사와 대기업의 반시장적인 광고협찬 ▲광고성·홍보성 기사를 언론계의 악습으로 꼽고 "불량식품은 리콜(recall, 무상교환)하는 것처럼 문제해결을 위해선 시민들이 직접 나서 소비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주 전 사장은 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로 해직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이어 정 전 사장은 한겨레신문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주간을 지내고 2003년부터 2008년 강제 해임될 때까지 KBS 사장을 역임했다.
양병운(전국언론노조 TBC지부장.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경북협의회 의장은 "언론비판은 이제 일상이 됐다"며 "언론의 행태가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를 회사가 채용하고 교육하는 시스템 때문에 기자들이 출세 지향적이 된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에 앞서 검찰개혁 관련 요구도 나왔다. 최봉태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검찰, 경찰이 해방 이후 제대로 청산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문제가 크다. 영남대학교 의료원 고공농성, 구미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등 모두 검찰이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들"이라며 "검찰도 잘못했을 땐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과 수사권·기소권 독립 등 검찰통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정연주 전 사장, 양병운 전국언론노조 대경협의회 의장, 최봉태 변호사, 백수범 변호사,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채장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언론·검찰·정치개혁을 다뤘다. 토론은 대구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오마이뉴스 대구경북지역본부, 전국언론노조 대경협의회가 공동 주최해 시민 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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