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오빠 결혼하세요", "아들아, 딸아 결혼이 효도다"
대구 달서구가 올해도 미혼 남녀 단체미팅을 주선하기로 하자 여성계가 "후진적"이라며 반발했다.
달서구는 오는 27일 한 카페에서 '커플링 선사(先史) 데이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달서구 관광 자원인 '선사시대로'를 활용한 만남 프로그램이다. 데이트 참여 대상은 달서구에 살고 있는 만 25~39세 미혼 남녀 각 10명이다. 달서구는 이와 관련해 관내에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독려했다. 신청은 지난 15일까지 달서구청과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받았다.
공문에서 달서구는 "청년들의 건전한 만남을 통해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커플링 선사데이트를 개최하게 됐다"며 "귀 기관 소속 직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24일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달서구는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혹시모를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이다. 다만 행사를 아예 취소하지는 않았고 올해 안에는 열 예정이다.
그러나 참여를 요구받은 기관들 일부 직원들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 참여하라는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달서구는 관내 8개 기관(남부교육지원청·성서경찰서·달서경찰서·달서소방서·강서소방서·남대구세무서·서대구세무서·달서우체국)과 '결혼장려사업'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A기관 한 직원은 "코로나 시대에도 멈추지 않는 맞선"이라며 "매번 중매 공문을 돌려야하는 것도 괴롭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해마다 미혼 직원들에게 비슷한 미팅에 참여하라는 요구가 썩 유쾌하지 않다는 반발도 나왔다. B기관 한 직원은 "세금으로 데이트비까지 왜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팅 행사는 달서구의 저출산 대책이다. 달서구는 2018년 '결혼 1번지 조성을 위한 결혼특구'라고 스스로 선포하고 세금을 들여 각종 결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달서구 내에 사는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단체미팅을 주선하는 것도 이 정책 일환이다. 혼인을 통해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모두 이태훈(64.미래통합당) 구청장 공약에서 시작됐다. 이 구청장은 2016년 구청에 '결혼장려팀'을 신설한데 이어 같은 해 11월 '결혼장려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또 '달서구 결혼장려추진협의회'를 꾸리고 '연애코치에게 배우는 매력있는 사람 되는 연애 전략' 등을 가르치는 '결혼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다. '취향저격 가면무도회 커플매칭', '자녀의 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특강, '결혼원정대' 구성, '마스크미팅', '결혼친화공원' 조성, 공공·민간기관 결혼장려사업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비판 여론에 대해 달서구 결혼장려팀 담당자는 "비혼, 만혼 등 결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은데 아직 못 겪어봐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는 분들을 빨리 끌어내 결혼을 통해 자존감을 알게끔 해주는 게 정책의 목표"라고 했다. 이어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에는 "수요조사를 해보니 데이트나 미팅에 대해 지원을 바라는 이들도 많다"면서 "특히 결혼한 경우 출산률이 더 높은 건 당연한 것 아니겠냐. 저출산 대책이나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좋게 봐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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