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 청년들.
지자체들은 출산율과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출산율과 혼인율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올해 1분기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2024년 1분기 대구 출생아 수가 2,500여명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고 발표했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2,600여명으로 지난해 보다 7.5%나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합계 출산율은 대구의 경우 0.76명으로 지난해보다 0.04명 줄었다. 경북 역시 0.93명으로 전년 대비 0.05명 감소했다.
대구시(시장 홍준표)와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는 각각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정자검사기 4,000개를 뿌리고, 신천교에 프러포즈 데크를 설치하고, 1만원 기부운동을 벌이고.
모두 대구경북 지자체의 올해 저출생 관련 정책들이다.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 신천교 '프러포즈 데크'...홍준표 "세느강 퐁네프 다리처럼 백년가약"
홍준표 대구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신천 숲공원 조성 일환으로 신천 수상에 신천 프러포즈 데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선남선녀들이 이 곳에 와서 프러포즈를 하고 한번 맺어지면 평생 헤어지지 않고 자녀들과 해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도심 속 수상공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프랑스 세느강 퐁네프 다리에 가보면, 선남선녀들이 평생 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자물쇠를 다리에 걸어두고 열쇠는 세느강에 버린다"면서 "우리 대구도 그런 프러포즈 명소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선남선녀들이 이 곳에 와서 백년가약을 맺고 좋은 기억 속에서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대구시는 오는 2025년까지 예산 40억원을 들여 신천둔치에 나무 5,000여그루를 심는 '신천숲공원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프러포즈 데크는 이 사업 중 하나로 대봉교 아래 1,050㎡ 둥근 섬을 만든다.
◆ 1억 9천만원 정자검사기 4,000개 배포..."남성 난임 인식 개선"
대구시는 앞서 3월 15일부터 구.군 보건소에서 '조달청과 대구시가 함께하는 활력 넘치는 파워풀 대구, 대구 남성 시민을 위한 스마트 자가정자진단기 배포'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5월 28일 기준으로 4,000개 물량이 모두 동났다. 대구에 사는 남성이면 누구나 신청해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나눠준 기계는 1개당 시중 가격 7만9,000원으로 지역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업 '(주)인트인'이 개발한 정자검사기다. 누구나 쉽게 정자 운동성, 정자 수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난임 부부에 필요한 정자 기형은 측정할 수 없다.
조달청 '혁신제품 시범사용 사업일환'으로 선정돼 국비 예산 1억9,000만원이 들었다.
'대구맘' 카페에는 "저출생과 관련 없는 사업", "80대 할아버지도 받을 수 있나?", "실망스럽고 황당하다", "저출생에 진짜 정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세금 술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등 댓글이 달렸다.
이 사업은 지난 2019년 충북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스마트 정자측정기를 지원한 것이 최초다. 전체 불임 환자 중 3분 1이 남자 요인이라는 질환 결과에 따라 의료 보건 복지 차원에서 신혼 부부들에게 지원했다.
◆ 저출생과의 전쟁? 경북도 '1만원 기부운동'..."울음소리 가득한 경북"
경북도는 '저출생 극복, 경북의 힘으로! 온국민이 함께하는 만원 이상 기부운동' 사업을 진행한다.
경북도는 지난 3월 7일 '저출생 극복 과제별 실행 계획 보고회'에서 "전 국민이 동참하는 제2의 새마을운으로 만원 이상 성금 기부운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성금 계좌로 전 국민 누구나 돈을 보낼 수 있다. QR코드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다. 성금은 경북도가 진행 중인 저출생 극복 사업비로 사용된다.
저출생극복을 위한 완전돌봄, 안심주거, 일과 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4대 분야의 '우리 동네 돌봄마을', '완전 돌봄 클러스터 조성', '돌봄과 교육 통합센터' 등 72개 세부사업에 예산을 배부한다.
경북도 저출생 극복을 위한 결혼, 출산, 주거, 돌봄 등 생애 주기 100대 사업 예산은 1조2,000억원이다.
이철우 지사는 지난 3월 19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1호로 성금을 냈다. 각 실.국 간부들과 기관장들도 QR기부했다. 공무원들, 출자·출연기관 직원들도 동참했다. 시작 후 2주 만에 성금 10억원이 모였다.
'저출생과의 전쟁 자금' 명목으로 최근에도 기부금이 각 기업으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저출생은 단순 인구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사활을 건 문제"라며 "기부운동을 통해 얼마나 이 문제가 심각한지 전 국민들이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우 지사는 "저출생은 국가 존립이 걸린 사안"이라며 "여러 정책, 정부의 협조, 국민들의 성금 등을 합쳐 다시 아이들 울음소리가 나는 경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정책들의 실효성은 확답할 수 없다. 다만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출산율과 혼인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자검사기와 프러포즈 데크, 1만원 기부운동이 효과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정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정자검사기와 프러포즈 데크가 없거나 1만원 기부운동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지 않냐"며 "일자리가 많고, 살기 좋고, 안전한 환경이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좋다고 판단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다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작 청년, 복지 예산은 줄이면서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해 출생율을 높이겠다니 참으로 답답하다"면서 "근본적인 사회구조나 지역 현실을 바꾸지 않고서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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