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계기수업' 전국 유일 징계당한 대구 교사의 7번째 '4.16'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4.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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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올중고 강성규(45) 교사, 학교에서 학생들과 노란리본·소책자 나누며 추모, '당신의 사월' 단체관람
"진실규명 그날까지 인권감수성 교육", 학생들 "잊지 않고 기억할게"...40개교 계기수업·교육감 추모사


'세월호 계기(契機)수업'으로 유일하게 징계 받은 대구 교사가 7번째 4.16 그날 또 계기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동료 교사, 학생들과 함께였다. 세월호 참사 7주기 그날 대구 학교 현장이다.

16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해올중·고등학교 출입구에서 강성규(45) 교사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학생들과 함께 연주하고 부르며 세월호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세월호 3주기인 지난  2016년 호산고등학교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와 노래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방식의 세월호 계기수업(정규 교육과정에 없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업)을 진행했다가 같은 해 4월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교육용 부적합 자료(4.16교과서) 활용'을 이유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징계(경고) 받은 교사다.

대구 달서구 해올중·고등학교 강성규(45) 교사가 세월호 참사 7주기 당일에 학교 출입구에서 학생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를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달서구 해올중·고등학교 강성규(45) 교사가 세월호 참사 7주기 당일에 학교 출입구에서 학생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를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다시 돌아온 아픔의 그날, 강 교사는 잊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 동료 박영수(44) 교사도 함께했다. 박 교사는 이날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소책자를 학생들에게 나눴다. 박 교사 역시 지난 2016년 5월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가 대구교육청으로부터 '정치 중립 위반'을 위유로 징계(견책)받은 교사다. 2명의 교사는 교단, 교실에서 계기수업뿐 아니라 '기억행동'도 벌였다.

학생들도 7주기를 기억했다. 이들은 전날 교사들과 함께 세월호 노란리본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눴다. 등굣길에서 리본을 받은 학생들은 "잊지 않게 기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리본을 나눔한 고2 김규리(17) 학생은 7년 전 자신과 같은 나이로 영원히 잠든 희생자들을 떠올렸다. 그는 "초등학생때 뉴스에서 본 게 아직 기억난다"며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중3 이한서(15), 이다영(15), 신지현(15) 학생도 나눔에 동참했다. 지현 학생은 "이런 슬픈 일이 있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어 나왔다"면서 "진실을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리본을 받은 고1 차수민(16) 학생은 "리본을 받았으니 한 번이라도 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않겠냐"고 했다.

등굣길 노란리본 나눔 행사에서 한 학생에게 노란리본을 전달하는 학생(2021.4.16)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등굣길 노란리본 나눔 행사에서 한 학생에게 노란리본을 전달하는 학생(2021.4.16)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영수(44) 교사도 등굣길에서 세월호 관련 소책자를 나눴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영수(44) 교사도 등굣길에서 세월호 관련 소책자를 나눴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동체 영화 상영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강성규·박영수 교사는 계기수업 일환으로 세월호 7년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감독 주현숙.4월 1일 개봉)』을 학생들과 함께 단체관람했다. 유족의 노숙 농성을 지켜보고 도운 광화문 광장의 한 카페 사장, 단원고 학생 시신을 인양했던 목포 진도의 어부 등 주변인들이 담담하게 풀어놓은 이야기에 학생들은 눈시울을 붉히거나 코를 훌쩍였다.

고1 박재욱(16) 학생은 "아프고 슬프다. 노란리본이 다시 보인다"며 리본을 들어보였다. 고1 구호성(16) 학생은 유족 이야기를 기록한 책『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4.16합창단, 김훈, 김애란 저.문학동네 2020년)』을 강 교사에게 받아 천천히 읽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아픈 사월이다.

"리본을 보면 기억할 것 같아요" 해올중·고 학생이 리본을 들고 있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리본을 보면 기억할 것 같아요" 해올중·고 학생이 리본을 들고 있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등굣길 세월호 추모 나눔 행사는 1시간 가량 진행됐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등굣길 세월호 추모 나눔 행사는 1시간 가량 진행됐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 교사는 내년 8주기, 내후년 9주기.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기수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밝혀진 게 없기에 수업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수업은 정치가 아닌 생명감수성, 인권감수성 교육"이라며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 말처럼 이웃 고통에 반응하는 것은 인권의식을 함양하고 민주시민소양을 기르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5.18, 4.3처럼 4.16도 사회적참사"라며 "이제 겨우 7년됐다. 진실규명하라는 말 한마디, 행동이 필요하다. 교사의 정체성과 시민의 정체성이 크게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이날만이라도 분노하고 슬퍼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밝혀진 게 없는데 마지못해 추모하는 것은 시늉, 야속한 일"이라며 "밝힐만큼 밝힌 다음에야 제대로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규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들에게 세월호 계기수업을 하고 있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성규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들에게 세월호 계기수업을 하고 있다(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유족 기록을 담은 책을 읽는 고1 학생(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유족 기록을 담은 책을 읽는 고1 학생(2021.4.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 교사는 7주기가 유독 씁쓸하다. 그는 "진실을 밝힐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처벌 받는 이보다 빠져나간 이가 더 많다"며 "부패한 권력을 몰아내고 진상규명을 약속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년째인데 아직 똑같다. 하루 하루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기수업, 이런 작은 행동 뿐"이라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학생들이 아픔에 공감하며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구에서 이 같은 세월호 7주기 계기수업을 한 학교는 모두 40여개 학교에 이른다고 전교조 대구지부(지부장 임성무)는 밝혔다. 학교에서 나눔한 노란리본도 5천600여개에 이른다. 그 동안 대구지역에서 일부 교사들이 세월호 계기수업을 진행했지만 올해처럼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가 세월호 추모 주간을 정해 계기수업을 해도 된다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고, 대구교육청도 이를 수용해 각 학교에 발송하면서 공식적으로 계기수업이 진행됐다. 대구교육청도 적극적으로 추모행사를 했다. 이날 오전 교육청 홈페이지에 세월호 추모 배너를 걸고 추모 묵념을 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이날 오전 '지구의 날' 기념식에서 "오늘은 4.16"이라며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추모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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