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난민 신청자들, '취업 제한' 첫 위헌법률심판 제청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11.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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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에 '난민법' 위헌심판 신청 "직업선택 자유 등 침해, 위헌"...기각 시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

 
대구지역에 체류하는 난민신청자들이 취업을 막은 난민법에 대해 첫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아프리카 기니 출신 난민 여성 A씨(33) 등 난민신청·재신청자 6명은 지난 2일 대구지법 행정1단독(부장판사 최서은)에 '난민법 제40조·난민법 시행령 제18조'에 대한 위헌심판 신청서를 냈다.

난민 신청(G-1비자) 기간 중이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대구출입국사무소장)에 요구했지만, 해당 법률을 근거로 취업을 불허한 탓이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앞서 7월 대구출입국을 상대로 '체류자격외 활동 불허결정 취소'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불허결정 취소 소송 모두 대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의 박정민(법무법인 참길)·김무락·강수영(법무법인 맑은뜻)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다. 대구지법이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기각할 경우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도 검토 중이다.
 
기니 여성 난민신청자가 아들을 업고 대구출입국사무소를 찾았다.(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니 여성 난민신청자가 아들을 업고 대구출입국사무소를 찾았다.(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신청한 법은 2가지다. ▲난민법 제40조 2항은 법무부장관이 난민에 대한 지위를 인정한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에 따라 신청자에게 취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난민법 시행령 제18조는 위 법률에 따른 취업허가를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따른 체류자격 이외 활동에 대한 허가 기준으로 삼는다. 출입국관리법 제20조는 외국인 체류자격 관련 활동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하려면 위 시행령에 따라 미리 법무부장관의 체류자격 이외 활동을 허가 받도록 한다. 난민 신청 기간이라도 취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 해놓고서,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구체적인 규정이나 이유 없이 출입국 측 허가 없이는 취업을 할 수 없도록 가로 막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난민 신청 기간 중 취업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생활의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권리도 부정한다는 게 위헌심판 제청 이유다. 특히 난민신청자 취업허가에 관해 아무런 범위를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단순 위임한 난민법 시행령 제18조는 우리 헌법·국제법에 의해 보호 받는 난민신청자를 '출입국관리 대상'으로만 보고 취업활동을 제한해 위임 입법 한계를 벗어나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난민신청자을 단순 불법체류자로만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때문에 해당 법률들은 ▲헌법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 받은 사항·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내용을 위반해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봤다.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적용해, 난민신청자도 취업을 통해서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에 체류하는 난민신청자들이 '취업 허가'를 촉구하고 있다.(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에 체류하는 난민신청자들이 '취업 허가'를 촉구하고 있다.(2020.8.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민 변호사는 "난민 신청 기간 중 양육비, 생활비, 생계비가 계속 발생해서 난민법은 신청자들에게도 취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이 자세한 안내를 하거나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막연하게 시행령을 통해 취업을 막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김무락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를 통한 안전한 국경관리·사회통합이 목적인 출입국관리법을 난민 지위·처우에 기계적·과잉적용하는 것은 우리 헌법·국제법이 보장한 난민의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생존권을 고려한다면 체류 관리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또 "난민신청자는 전쟁·폭력·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이들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문명국의 의무다. 재판부가 위헌 여부를 가릴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1992년 12월 3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이어 1993년 3월 3일 해당 조약 제1166호를 국내에서 시행했다. 또 2013년부터 독자적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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