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흉기' 발견...대구 방화참사 희생자 '애도' 물결, "황망"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6.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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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감식 / 변호사 사무실서 인화물질·칼 나와, 부검 진행
대구변회장, 경대병원 장례식장 6명 '합동분향소' 10~13일
40년 지기·착한 딸·버팀목 '애틋함 속 슬픔'...유족·법조계 조문
이석화 "무자비한 범죄, 안전제도를", 홍준표·한동훈 등 헌화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와 관련해 여러 증거들이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인 휘발유와 흉기가 발견돼 경찰은 정밀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1차 합동 검식을 한 결과, 사건 현장인 대구지법 인근 수성구 범어동 한 빌딩 203호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소 잔류물을 발견해 감정에 맡겼다고 밝혔다. 
 
"40년 지기가"...대구 방화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놓여진 조화(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0년 지기가"...대구 방화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놓여진 조화(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감정을 한 결과 '휘발유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합동 검식에서는 203호 사무실 내에서 휘발유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유리 용기통'을 비롯해 모두 4점의 증거물을 추가로 확보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를 보면, 용의자 A씨(53)는 사건 당시 빌딩 2층에서 흰색 비닐에 무언가를 감싸고 가방에서 어떤 물건을 꺼냈다. 이어 20여초도 안돼 펑 소리와 함께 불이 나고 연기가 발생했다. 

경찰은 10일 발견한 증거물들을 국과수에 보내 성분 감정을 의뢰했다. 또 경찰은 203호에서 '등산용'으로 보이는 칼날 길이 11cm 흉기 1점을 수거해 국과수에 보냈다. 범행 도구인지를 따져본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숨진 용의자 A씨와 희생자 6명 등 사망자 7명에 대한 부검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 중이다. 희생자 4명의 사망원인은 부검에서 '질식사'로 나타났지만 나머지 2명은 정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2명의 복부에 흉기에 찔린 자상이 발견돼 다른 원인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6명의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하는 조문객(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명의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하는 조문객(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범행 동기 관련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재판에 패소해 6억대의 재개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상대방 측 변호사에게 원한을 품고 해당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일 해당 변호사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같은 사무실을 쓰던 다른 변호사와 그 직원들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화재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유가족과 대구지방변호사회는 이번 사건을 단순 화재 사건이 아닌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참사'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10일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특104호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분향소를 꾸려 오후 5시부터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각 지역의 변호사회를 비롯해 검찰·법원 법조계, 정치권, 지자체 등 각 분야에서 조문·조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참사 희생자 유가족들(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권영진 현 대구시장의 조화(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례는 '대구지방변호사회장(葬)'으로 진행한다. 당초 대구변회와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들이 서로 상의해 대한변협장으로 변경하려 했으나 당분간 대구변회장으로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합동분향소는 10일 오후 6시부터 오는 13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장례위원장은 이석화 대구변회 회장이 맡고, 간사는 이태현 총무이사가 맡았다. 운영위원과 장례위원은 대구변회 동료 40여명이 맡았다. 합동분향소에는 시민 누구나 조문할 수 있다. 추모 물결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협(협회장 이종엽)는 10일 온라인 분향소를 열어 애도하고 있다. 오후 8시까지 시민 2,000여명이 헌화를 했다.

유가족 대표는 고인이 된 고(故) 김규석 변호사의 40년 지기가 맡고 있다. 유가족 대표는 이날 따로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석화 대구변회장이 합동분향소에서 추도문을 낭독했다. 이 회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황망함에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며 "무뢰한의 방화범죄로 죄도 없이 애꿎게 희생된 이들의 영전 앞에서, 법률사무소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반드시 성취해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히로시마 변호사회(회장 쿠가사 노부오)도 10일 따로 입장문을 보냈다. 이들 단체는 "악질적인 업무방해는 사회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사회에서 결코 허용되선 안되는 일"이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족에게 진심으로 조의와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의 분향소 앞 브리핑(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의 분향소 앞 브리핑(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 김규석 변호사를 비롯해 그의 사촌동생인 사무직원 고 김규태씨와 고 박재수, 고 남소라, 고 박성식, 고 엄찬양씨 등 희생자 6명의 빈소는 합동분향소와 같은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1~2층에 따로 차려졌다. 발인은 11일부터 12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모두 명복공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유족들과 지인들은 눈물로 희생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한결 같은 40년 지기", "착한 딸", "우리 집 버팀목" 장례식장 밖으로 나온 유가족과 지인들은 짧은 말로 애틋함을 나타내며 슬픔을 감내했다.
 
법조계, 정치권 인사들이 영정 앞에 묵념 중이다.(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법조계, 정치권 인사들이 영정 앞에 묵념 중이다.(2022.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저녁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주호영 국회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기도 했다. 홍 당선인은 "황당한 사건"이라며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법 질서를 훼손한 반문명적 테러"라고 평했다. 

한편, 용의자 A씨의 장례는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따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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