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 급식노동자, 74% 근골격계 질환 "배치인원 늘려야"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10.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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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어깨·손목·허리 통증 호소...타 지역에 비해 1~2명 적어 "1명이라도 증원" / "예산부족"


대구 A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원 B씨는 식자재 위생 검사, 음식 조리, 배식, 설거지, 청소까지 급식실 만능 일꾼이 됐다. 그러다 지난 달 천장 후드를 청소하던 도중 미끄러져 전치 8주 척추뼈 골절 부상을 입고 현재 입원 중이다. 재활에 집중해야할 B씨는 최근 동료들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기만하다.

안그래도 부족한 일손이 본인 부재로 악화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학교 급식노동자는 7명으로 현재 B씨를 대신에 대체인력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조리원 1명당 학생 수는 140여명.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조리원이 배치돼 많은 학생을 맡고 있다. 급식노동자들에게선 파스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천장 후드 청소를 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 / 사진. 학비노조대구지부
정기적으로 천장 후드 청소를 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 / 사진. 학비노조대구지부
대구 초등학교 급식조리원 1명당 140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 사진. 학비노조대구지부
대구 초등학교 급식조리원 1명당 140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 사진. 학비노조대구지부

대구 학교 급식노동자 10명 중 7명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조리원 배치인원이 적어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지부장 박화숙)는 대구지역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원 24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4일 발표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74.3%(179명)가 허리·어깨·손목·무릎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평균 31.3일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41.9%(101명)는 칼에 베이거나 넘어져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평균 9.7일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심한 소음과 고온다습한 공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서 튀김 솥이나 절단기 등 위험한 기계를 다뤄 각종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됐다.

대구 조리원 70%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 자료. 학비노조대구지부
대구 조리원 70%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 자료. 학비노조대구지부
근골격계질환과 화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급식노동자들 / 사진. 학비노조대구지부
근골격계질환과 화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급식노동자들 / 사진. 학비노조대구지부

하지만 대구 학교 급식실 배치 인원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지역별 '학교급식 기본계획'을 확인한 결과 대구 학교 급식실 조리원 수가 다른 지역의 비슷한 규모 학교 조리원 수보다 1~2명 정도 적었다. 그 탓에 대구 조리원들의 노동강도가 타 지역보다 높았다.

대구교육청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명시된 조리원 채용 권장 기준을 보면 초등학교는 급식인원 140명당 1명씩, 중·고등·특수학교의 경우 120명당 1명씩이다. 반면, 타 시도교육청은 급식 인원 50~150명당 구간을 설정해 조리원을 한 명씩 늘린다. 하루 2식 이상의 급식을 하거나 학생 수가 1천여명 이상일 때는 인원을 더 늘린다. 또 제주교육청은 소수점으로 나눠질 경우 1명으로 보고 추가 채용하지만 대구교육청은 소수점 이하를 절사한다.

이에 따라 학생 수 600명인 초등학교를 가정했을 때 대구에서는 4명(600/140=4.28)이 일한다. 그러나 같은 규모의 인천·대전·경남·충북·전북·전남지역 초등학교는 5명, 경북·경기·제주·강원·세종·충남 등은 6명의 조리원이 일한다. 조리원 배치 기준이 대구와 비슷하거나 낮은 곳은 부산·울산·광주(4명), 서울(3명) 등 네 곳뿐이다. 서울의 경우 배식 인원을 따로 둔다.

급식조리원 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8.10.5.대구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급식조리원 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8.10.5.대구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학비노조대구지부는 지난 4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리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배치기준 개선"과 "대체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박화숙 대구지부장은 "엄격한 위생 기준으로 인한 식자재 검수와 교실 배식 추세 등으로 조리원들의 업무가 날이 갈수록 과중되고 있다"며 "더 이상 급식실 조리원들의 희생을 강요 말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즉각 실현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창훈 대구교육청 행정회계과 담당자는 "교육감이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조리원 채용기준 소수점 0.7 이상일 경우 1명 추가 채용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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