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과 스토킹. 그리고 죽음. 반복되는 성범죄, 국가는 무엇을 했습니까"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대구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대구시민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여성을 상대로 한 반복되는 강력범죄에 대해 국가를 규탄했다.
강남역, 인하대, 신당역 살인사건까지. 정치권 방관과 사법부 솜방망이 처벌이 만든 구조적 성차별 성범죄라는 주장이다. 길을 걷다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일터에서 일하다가 숨진 여성들. 시민들은 자신들 일상 생활에서도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할까봐 두렵고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여성혐오 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린보라 대구청소년 페미니스트모임'은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추모제'를 열었다. 2시간 가까이 열린 추모제에서 시민들은 희생자를 추모했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헌화를 하고 포스트잇에 추모 글을 적었다. 현장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주최 측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국가 또 여성을 죽였다", "반복되는 여성 살해, 국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 종합판'으로 규정하며 국가를 규탄했다.
추모 메시지란에는 "더 이상 죽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남역 6주기, 무엇이 변했습니까", "일터에서 죽어야 했던 여성노동자를 추모합니다",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국가의 책임을 요구합니다", "위에선 행복하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등 다양한 포스트잇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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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복을 빕니다" 포스트잇에 추모 글을 쓰는 시민들(20220.9.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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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해영(24.대학생)씨는 "화장실, 지하철, 학교. 일상 생활에서 혹시 내가 피해자가 될까봐 무섭고 두렵다"면서 "친구들이 모이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일움(별칭) '어린보라 대구청소년 페미니스토모임' 상임활동가는 "끊이지 않는 죽음의 행렬이 이젠 너무 무섭다"며 "피해자는 가해자의 접근을 두려워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지만 사법부의 방관 속에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또 "가해자는 직위 해제 이후에도 피해자 신상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서울교통공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촬영에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도 구속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강남역, 인하대 사건 후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모든 여성의 일이자 우리 사회 전체의 일"이라며 "살인사건 피해자 86%가 여성이다. 반복되는 성범죄는 결국 구조적 성차별 결과"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사회적 구조를 방치하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국가의 잘못"이라며 "정치권과 사법부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을 즉각 제정하고, 구조적인 성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지하철 신당역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 역무원이 지난 14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스토킹해 직위 해제된 직장 남성 동료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상대로 300여번이 넘는 스토킹과 불법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이번 사건 관련 '여성혐오 범죄'를 규탄하는 추모제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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