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의 무능과 게으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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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성차별 폐지'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을 말하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7년 대선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이 양성평등위원장을 맡겠다고 하고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 설치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한다’며 가세했다.

20여 년 간 지속된 여성가족부 폐지가 다시 다음 대선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대선 후보로서 이들이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가 현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정책인지, 지난 보궐선거에서 대단한 정치적 주체로 호명된 ‘이대남’의 표심을 얻기 위한 얄팍한 정치적 계산인지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의 성차별이 별도의 추진체계 없이 1년에 몇 번 회의만 하는 ‘위원회’구조로도 해결가능하고, 젠더갈등이 성차별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지 따져보자.   

먼저 한국사회의 성차별 현실을 살펴보면 세계경제포럼이 3월 발표한 ‘2021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1)’에 의하면 한국은 156개국 중 102위이다. 성별 격차를 해소하려면 앞으로 136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국은 작년 108위보다는 약간 상승했지만 조사를 시작한 2006년 92위보다는 떨어진 상황이다. 영역별로는 교육 104위, 건강·생존 54위, 정치적 기회 68위, 경제적 참여‧기회 부문 성 격차 지수가 123위로 가장 낮았다.

특히 국회의원 및 고위직‧관리직 여성 비율은 15.7%로 세계 134위에 그쳤다. 또한 OECD가 남녀 임금 중간 값을 이용해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는 2020년 기준 32.5로, OECD 최하위 수준이며 이는 OECD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까지 된 것은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
 
<경향신문> 2021년 7월 8일자 1면
<경향신문> 2021년 7월 8일자 1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0년 9월 여성 고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여성 실업률은 3.4%로 코로나19 이전 보다 0.6% 늘었으며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실업률이 7.6%로 가장 높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젠더갈등’이다.
젠더가 어떻게 갈등한다는 말인가. 성차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취해지는 적극적 조치를 마치 역차별 인양 묘사하고 ‘파이’를 키우지 않고 정해진 규모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것을 주니 상대적으로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고 한다. 나아가 여성이 남성의 것을 빼앗는 것처럼 묘사하고 이를 ‘젠더갈등’으로 명명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갈등하여 서로 반목하는 과정에서 누가 덕을 보는가.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 특히 2030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세대 간 분배문제에 대해 취해야할 해결 노력을 ‘젠더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체하는 자들이 이득을 본다. 이러한 과정은 성차별을 제도화하여 성별분업 구조로 노동력 재생산과 돌봄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구조를 만든 자본주의와 지배집단이 지속적으로 사용해오고 있는 방법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재난 상황은 경제와 노동, 주거, 돌봄과 같은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상존하던 부정의를 드러냈다. 경제적 양극화가 극단화되고, 고용상황은 악화되었다. 우리 사회 필수노동자들은 과로와 산재의 위험 속에서 노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N번방 성착취와 불법촬영물에 의한 디지털성폭력 피해는 이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감당해야하는 삶의 어려움은 절망에 가깝다. 다시 찾아든 돌봄 위기는 이미 파편화되고 출구가 없는 현실에 일상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전 세계가 폭염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매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음을 경고 하고 있다. 지구는 이제 인간에게 경고가 아니라 퇴출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권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이에 가세하는 야당의 행태에 분노한다. 이제 성차별 문제의 해결과 양극화 해소, 정의의 실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사회, 약자와 소수자의 인정과 대표성 인정 등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와 대권후보들이 할 일이다. 더 이상 시민들을 우민화 하고 현실에 대한 평가와 대안마련에 게으른 정치에 대해 참고 견딜 여유가 없다.

위기에 대한 대안이 없는 사람은 대권 후보 자격이 없다. 또한 시민들은 성폭력 가해자가 된 정치인들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어 대권후보 자질 중 ‘젠더인식’은 기본임을 알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더 나은 논쟁과 대안을 말해야 한다.
 
 
 
 
 
 
 
 
 
[남은주 칼럼 23]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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